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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19. 2024

Land's End,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

Ray & Monica's [en route]_105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종주의 피날레


   

다음날 아침 9시, 우리는 어젯밤의 약속대로 호스텔의 마당에 모였다. 부녀는 앞자리에 앉았고 이 부녀의 차를 히치하이킹한 우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함께 출발하기로 했던 조건은 2가지였다.     

"아버지와 저는 파티와 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것을 즐겨야 하신다면 우리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일 거예요."     

그제 밤에도 호스텔의 파티를 즐겼고 술도 마셨다. 앞으로 며칠간 그것 없이 지낸다고 해서 우리에게 탈이 날 만큼 파티홀릭도 아니니 우리 부부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는 조건이었다.     

토도스 산토스(Todos Santos)에서 첫 번째 행선지인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까지 80여 km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에서 가장 잘 정비된 도로다. 오른쪽으로는 Playa San Pedro(Las Palmas), Playa San Pedrito, Playa Los Cerritos 같은 해변이 이어지는 태평양이, 왼쪽으로는 라 라구나 산맥(Sierra de la Laguna)이 계속 따라오며 드라이빙을 찬미했다.     

운전을 맡은 Morris 교수는 뒷좌석의 우리를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창문을 어느 정도 열어드릴까요?"

"사진을 찍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차를 세우겠습니다."     

드라이빙 중에 태평양의 윤슬 속에 멀리 고래가 손바닥 같은 작은 모습으로 숨을 내쉬는 모습(Whale Blowing)을 바라보는 것은 배를 타고 고래 곁에서 보는 것(whale watching tour)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그것은 대양의 수평선 속에 고래조차도 점으로 보이는 광대함, 그 광대함이 주는 자유였다.     

카보 산 루카스에 도착하자마자 배를 탔다. 이 반도의 진짜 끝, Land's End에 닿기 위함이었다. 랜즈엔드는 이 도시의 가장 상징적인 해식 아치 El Arco를 포함하는 반도의 끝 지역명이다. 여러 바위군으로 이루어진 랜즈엔드의 가장 끝 바위에 마침내 닿았다. 원뿔형 바위 끝에서 펠리컨 한 쌍이 쉬고 있다. 배가 그 바위를 도는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작은 바위는 태평양과 코르테즈 해를 가르면서 동시에 만나게 하고 있다.     

2023년 10월 14일 우리가 미국과의 국경도시 티우아나에서 출발함으로써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종주가 시작되었고 12월 26일 카보 산 루카스의 랜즈엔드에 도달함으로써 74일간, 약 1,780km의 종주가 마무리 되었다.     

아내와 나는 흔들리는 배 위에서 작은 성취의 피날레를 자축했다. 그리고 이것은 탐험되지 않은 10년 여정의 프롤로그임을 상기했다.     


#LandsEnd #카보산루카스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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