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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an 21. 2024

처음 만난 한인 스노버드, 캐나다 교포

Ray & Monica's [en route]_106


발 묶인 우리를 구조해 준 멕시코 부부


며칠 전에 아내가 시장에 갔다가 한 캐나다 한인 가족을 만났다. 일주일 전에 토론토에서 겨울을 나기위해 La Paz로 오셨다는 가족이었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는데 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2년 전에 집을 하나 분양을 받았는데 작년에 완공된다는 약속이 미루어져 비로소 며칠 전에 입주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우리 집에서 쉬다 갈 수 있을까 해서 왔다가 완공이 미루어지는 바람에 에어비앤비 숙소에 있다가 돌아갔는데 올해는 그래도 우리 집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몇 달 전에 주문한 가구도 아직 오지 않아 집만 휑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다녀가시죠. 이야기라도 나누게요."     

바하칼리포르니아를 종주하는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겨울 추위를 피해 내려온 수많은 스노버드(snowbird)들을 만났다. 그들은 은퇴 후 자유로운 시간을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서 살기보다 5개월 혹은 6개월 동안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각 나라에서 온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좀 더 충만한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120년이 넘는 미주 한인 이민 역사와 2백8십만(미국 2,633,777 캐나다 237,364 https://www.mofa.go.kr/www/wpge/m_21509/contents.do)이 넘는 북미의 한인 이민자의 숫자에도 불구하고 한인 스노버드를 만날 수 없음이 아쉬웠다. 그 문자는 한인 스노버드를 찾던 간절한 마음에 대한 응답이었다.      

아내와 나는 웽뎅그렁하다는 집에 건강함을 더할 선물을 고민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아 숙소 주인 Oxnar와 상의했다.     

" Korean Canadians의 집들이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

"글쎄... 지금 우리가 열심히 마시고 있는 우롱차는 어떨까요?"

"먹는 것은 기호를 알 수가 없잖아. 차중에서도 녹차를 좋아할지 발효차를 좋아할지... 저 냉장고를 들고 갈까?"

"ㅎㅎㅎ 들고 갈 수 있으면 들고 가세요!"

"아마 냉장고는 이미 들여놓았을 거야. 네 솜씨를 발휘해서 멋진 선인장 화분 하나 만들어주면 안 될까?"

"아~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선인장 말고... 누구나 좋아할 Desert rose (Adenium obesum 사막의 장미)가 좋겠어요. 정원에 딱 좋은 것이 있으니 화분에 담아드릴게요."     

그는 즉시 정원으로 가서 키우고 있던 화분 하나를 가져왔다.     

"분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 항아리 모양의 블루 토분이 있어요. 아니 한국인이니 도자기분이 하나 있는데 그걸로 만들어 드릴까요?"     

아내와 옥스나르는 사막의장미를 자기분에 옮겨서 손질했다. 마사토를 얹고 코코넛 껍질을 덮어서 마무리했다.      

보내준 주소는 숙소로부터 15km쯤 되는 La Paz 북쪽의 El Centenario지역에 새롭게 건설된 주거용 단지였다. 부인께서 단지 입구로 마중을 나오셨다. 일부는 아직 건설 중이었지만 완공된 가구들은 입주해있었다.      

"친구들과 이곳으로 여행을 왔던 아들의 열망으로 마련하게 되었죠."     

토론토에서 30년을 넘게 사시고 최근에 은퇴를 하셨다고 했다.     

"캐나다의 퇴직연금에는 몇 종류가 있습니다. 65세가 되면 시민 누구에게나 나오는 비기여 연금인 'OAS(Old Age Security 노령연금)'와 GIS(Guaranteed Income Supplement 저소득 OAS 수급자를 위한 추가 지원), 소득에서 공제되었던 기여금인 CPP(Canada Pension Plan 캐나다 국민연금) 등의 연금이 있는데 저희는 연금에 만족하고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부부의 30년 이민생활의 애환을 듣고 우리는 그동안 경험한 창의적인 은퇴생활에 대한 생각들을 얘기했다. 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15km 밖의 라파스 시내와 그 너머의 아름다운 해변과 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캐나다 전국에 북극한파가 몰아쳤대요. 강풍과 폭설과 더불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는군요."     

막 스노버드의 생활을 시작한 설렘이 읽혔다. 특히 김치 담그는 솜씨가 남다르다는 부인께서 캐나다에서 가져온 김장김치로 끓인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비우고 나니 완전히 어둠이 내렸다. 차로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는 호의를 사양하고 나와 우버를 불렀지만 라파스로 돌아가는 차량은 없었다. 30분을 서성대다가 어쩔 수 없이 히치하이크를 시도했다.      

한 젊은 부부가 시내까지 갈 수 없음을 난감해하다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며 우리를 태웠다. 4km 쯤을 시내로 더 이동한 곳에서 다시 우버 호출을 시도했지만 우리 위치를 잡는 차가 없었다. 차 주인은 사정상 더 갈 수는 없지만 라파스에 있는 언니에게 우리를 라파스로 데려갈 수 있을 지를 전화로 묻고 있었다. 그 사이 마침내 우버가 잡혔다. 볼일을 마친 그 부부가 다시 10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우버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로 다가와 물었다.      

"우버가 오는 것인 확실한가요?"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멕시코인의 심성이었다.     


     

#스노버드 #라파스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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