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tif Jan 22. 2024

어떻게 하면 은퇴가 저 노을처럼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Ray & Monica's [en route]_107


은퇴의 침몰

 

   

매일, 내게 편지를 쓰듯 그날의 일들을 쓴다. 그리고 내게 집중할 은퇴의 시간임을 상기한다.     

많은 부모들이 스스로에게 충실한 감정으로 살았을 때는 연애할 때의 찰나 같은 시간뿐인 듯 싶어 애절하고 애틋하다. 아이를 수태하는 순간부터 그 아이에 온 정신을 쏟고 그 아이가 자라는 동안 마음 졸이며 살다가 그 아이가 결혼하면 다시 손자ᐧ손녀를 돌보는 시간을 산다. 때때로 그 아이를 감당하기에는 자신의 몸이 낡았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보람의 노동이라기보다 수익을 위한 노동을 계속한다.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그렇게 삶의 질을 희생한다.     

건강수명은 몸이 타인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을 때인데 은퇴 후의 건강수명 시간조차 자식들을 위해 바친다. 그러고도 그 삶은 자식에게조차도 온전히 이해 받지 못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은 고립된 채 자식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다가 자신에게는 좀처럼 여백의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채 맑은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늘 누군가를 위해 바쁘게 사느라 정작 스스로에는 충실하지 못한 삶이 되는 모습이 가슴이 아프다.     

오늘 후배로부터 친구의 딸이 결혼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직접 대면한 적 없는 그 후배의 친구를 생각했다. 부부가 함께 광고 회사를 운영하다가 뛰어난 감각을 살려 스스로 개발한 레시피와 디자인의 피자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모티프원에서 때때로 끼니를 거르는 모습을 본 후배가 간간이 그 피자를 전해주면서 해주었던 이야기이다.      

부부의 슬기로운 관계에 관한 책인 '아내의 시간(남해의봄날 간)'이 발행되었을 때 그 후배는 종종 내게 와서 결혼하는 자녀들의 혼수 선물이라며 사인을 받아 가곤 했다. 그 피자집 친구의 딸을 위해서도 미리 서명된 책을 전했던 터이다. 후배는 책을 받은 친구나 사회적 관계의 동료들 사연을 내게도 전해주곤 했었다.      

"방학이라 남편은 평소보다 조금 늦은 8시에 나가고 저는 8시 반 어슬렁거리면서 나갈 준비를 시작하는데 9시까지 해달라며 24잔  커피 주문이 전화로 들어왔어요. 9시 20분까지로 늦춰 달라 부탁하고는 고양이 세수에 둘이 먹을 아침 준비를 10분 만에 마치고(마침 찬밥이 있었기에 다행) ㅋ 화살처럼 날아가 9시에 카페 도착. 커피를 시간에 맞춰 주문을 마쳤고 한숨 돌리는데 짜잔~~~~~ 책이 제게 도착."     

이 메시지를 통해서 짐작하는 많은 부모들의 삶이다. 은퇴 전 시위를 떠난 화살의 속도로 삶을 살아온 부모들이 은퇴 후에도 느린 삶의 속도를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은퇴의 여정을 살고 있는 우리 부부도 여전히 은퇴의 시간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열정을 가진 부분에 집중하는 시간을 추구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와 선호도가 바뀔 때마다 매일 디테일을 수정하며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     

어제는 아내가 묵고 있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의 La Paz 숙소 정원과 하늘의 화려한 노을을 찍어 가족단톡에 올렸다.     

"10분 전 우리 집 마당의 노을 풍경. 어떻게 하면 저 노을처럼 노년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아내의 시간' 책과 함께 전했던 한 신랑신부를 위한 메시지     

신랑신부님!     

결혼은 정말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는 동행입니다. 매일매일이 승리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은 길지 않습니다. 때때로 쓰고 또 때때로 패배입니다. 쓰다고 뱉기도 어렵습니다.

그동안의 희생이 너무 억울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40여 년 동행 뒤에 뒤돌아보니

모든 날들이 달고, 모든 날이 승리였습니다.

쓰게 느꼈던 날도, 패배라고 여겼던 날도

내 감각의 오류였음을 알았습니다.     

쓰게 느껴지는 날이 힘이 든다면

내 미뢰의 쓴맛 부분을 살짝 꺼놓으세요.

패배를 견디기 힘든 날이 있다면 동전을 던져보세요.

그럼 그날도 승리의 날임을 일깨워줄 것입니다.     

단, 동전의 양면을 다 '승리'라고 써야 합니다.

동전의 양면에 무엇을 쓰든 두 분의 마음이 듯이

부분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두 분의 마음입니다.     

두 분의 특별한 동행으로 매일 승리의 날을 살게 된 신랑신부님께

내가 믿는 신과 내가 아는 모든 선한 이들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축하드립니다.

_이안수 두 손 모음     


#은퇴 #라파스 #멕시코여행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세계일주 #모티프원

작가의 이전글 처음 만난 한인 스노버드, 캐나다 교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