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과 신뢰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INTO THE WEST_21 | 솔선과 신뢰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2x3.14x6,400)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로마노프(알렉산드로 3세). 러시아 제국 로마노프 왕조의 13번째 군주입니다. 아버지의 암살에 대한 반동으로 자유주의를 탄압하고 전제군주제를 강화했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건설을 명한 당사자로서 철도 건설 기념하여 안가라강변에 우뚝한 동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내게는 오늘날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 850개가 넘는 역과 마을에 대한 시베리아횡단철도에 대한 환상을 잉태하게 만든 사람입니다.
프랑스 차관을 얻어 1891년에 착공한 철도공사 중 바이칼 구간은 가장 어려운 난공사였습니다. 산세가 험한 이 구간에 배로 열차를 이동시키는 대안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트레인 페리(train ferry)였습니다. 겨울에도 운항이 가능하도록 쇄빙선으로 만들어진 배에 기관차 1대와 열차 24대를 실었답니다. 호수가 언 겨울에는 호수 위로 레일을 깔아 열차가 운행되기도 했었죠.
내게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대한 것은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이번 유라시아자동차횡단은 이 오랜 욕망에 다른 형식으로 답하는 것입니다.
알렉산드로 3세가 내려다보고 있는 이르쿠츠크 앙가라강변의 석양은 특별히 아름다웠습니다. 일군은 거리의 악사 리듬에 맞추어 춤추고 포옹한 채 입을 맞댄 연인들은 안가라강에 반사된 역광으로 입상이 되었습니다.
이르쿠츠크 국제공항에서 미라지캠프의 무뚱 장철호 대표님과 다섯 명의 크루들과 허그로 작별했습니다. 다시 이틀에 걸쳐 온 길을 밤낮을 달려 되돌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측은지심이 일었습니다.
칭기즈 칸 국제공항에서 처음 대면했던 장대표님의 한 마디는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산더미 같은 우리 대원 모두의 짐에 손을 떼라고 하면서 말했습니다.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는 이 말 한마디에 그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이 말보다 책임에 대한 신뢰를 주는 문장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미라지 캠프에서 대원들에게 부인이 20년간 떨어져 분투하고 있는 남편을 위해 보내준 갓김치를 모두 내놓아서 대원들의 입을 개운하게 했고, 이제 몽골인들도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허르헉을 맛 보이기 위해 양을 잡아서 달군 돌을 넣어 몇 시간 조리를 감수했고 매 순간 미라지 캠프를 짓는 동안 지붕에서 떨어져 이빨을 모두 잃은 자리를 대신한 털니가 덜컥거리는 것을 감수하며 마이크를 놓지않았습니다. 그와 그의 일행과 함께하는 동안 그가 마무리 짓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장철호 대표님과 크루 | 에기(Eegii) 가이드, 찬살(Chantsal) 가이드, 테믈린 러시아어 통역 가이드, 친저릭(Chinzorig) 기사, 다와(Davaa) 기사)
새벽 2시 5분에 이르쿠츠크를 이륙한 S7 6339편은 아침 8시 10분에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그때 대원들의 단톡에 메시지가 왔습니다.
"저희는 지금 다시 국경입니다. 몽골을 떠나셨다고 몽골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파이팅 하시고 알타이산에서 같이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 원정대가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호카 곶(Cabo da Roca)를 찢고 중앙아시아로 되돌아올 9월 말 그날에 울란바토르에서 2천 km나 떨어진 몽골의 서단, 초원의 끝이면서 몽골에서 가장 웅장하고 높은 산 알타이 타왕복드로 우리를 맞으러 오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마무리하겠습니다." 는 장대표님의 말은 마치 바이컬 샤먼(shaman)의 주술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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