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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Feb 19. 2024

아름다움을 고민하는 건축가와 삶을 예찬하는 시인의 도시

Ray & Monica's [en route]_121


아침은 빵 대신 시

      

지난해 5월, 아내가 영국의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때였다. 나는 18년의 헤이리 삶을 정리하고 런던에서 가족과 조우했다. 10년 세계 만행을 위해 한국을 떠난 첫 기착지였다. 그 설레는 날의 저희에게 경이로운 축하를 해주신 분이 있었다.     

런던의 파텔 테일러Patel Taylor 건축사무소의 Andrew Taylor건축가이다. 낙후된 혹은, 방치되었던 런던의 다양한 부지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탁월한 건축적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는 분이다. 그중의 하나가 런던 최대 규모의 새로운 공원인 템즈 배리어 공원Thames Barrier Park 설계다. 이 공원은 과거 템즈 강둑의 석유화학공장이었던 부지의 오염된 토지가 공원 디자인 국제 공모전을 통해 공원으로 변화되었다.     

Andrew 건축가는 건축가로서의 여정 중에서 초기 사무실로 사용하던 곳을 스튜디오로 바꾸어 사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을 우리가 머물도록 해주었고 기꺼이 바쁜 일정 중 하루를 저희 가족에게 할애해 직접 런던의 골목 구석구석의 사연과 건축을 소개해 주었다.     

그 설레는 여정이 밀레니엄 교Millennium Bridge를 건너 테이트 모던의 템즈강변으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Shakespeare's Globe 앞에서 두 시인께서 행인들에게 시를 지어주고 있었다.     

"Poet for hire~ PAY WHAT YOU LIKE"     

시인이 지키는 거리의 그 놀라운 풍경 앞에서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런던의 아름다움을 고민하는 건축가와 템스강을 등지고 삶을 예찬하는 시를 써서 행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도시. 런던이 내 마음을 모두 뺏어버렸다.     

●가난한 남자친구를 위해 공원에서 '시'를 팔고 있는 여선생님

https://blog.naver.com/motif_1/22335143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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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저와 같은 이유로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진 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SONOS 소노스 선생님이다.          

Dear motif1     

미국과의 국경도시 테카테, 이곳에도 숨은 천사가 있군요.     

"이것은 제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고 내 학생들에게도

이런 방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훌륭한 교사이고 가르침입니다.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시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오감이 번쩍 뜨이고

지혜롭고 관념을 깨뜨리게 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앞에서 만난 시인이 생각납니다.     

"시를 써 드립니다. 어떤 주제라도 좋아요. 당신이 원하는 만큼 지불하세요."     

거리의 시인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국은 다르구나, 느꼈던 때였습니다.     

거리에서 시를 낭독하면 어떨까요?

시를 지어주면 어떨까요?

한 편의 시를 팔면 어떨까요?

그런 풍요롭고 유연한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내일 아침에는 우리 모두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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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라. 다시 또 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식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어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ADVICE TO BEGINNERS>, Ellen K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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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SONOS     


아침에는 빵 대신 시,

이 생각은 영양과잉의 시대

정신을 살찌우는 아름다운 아침식사가 될 것 같습니다.     

식탁에서 시 한편 함께 읽고 그것을 음미하는 시간.

그것은 육신 대신 영혼을 살찌우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오감은 언제 어디서나 이렇게 활짝 열려있으시군요.

템스 강을 걸을 때 극장앞 강변길에서 조우했던 두 시인의 모습,

강물처럼 아름답다 느껴졌었죠.     

외국에서 결혼식 답례품으로 시집을 선물하거나

시인을 모셔서 하객분의 이름을 소재로 시를 써서 선물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기쁨으로 전율할 만한 일이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돈보다 귀한 것은 세상에 이렇듯 많습니다.     

https://youtu.be/4w9fFZlnsHE      


#시인 #건축가 #런던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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