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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Feb 22. 2024

노의사 원포인트 코칭, 사는 것에는 돈이 필요치 않음

Ray & Monica's [en route]_122


짐브로(Gym Bro)               


아내는 정주하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수영을 하고 싶어 했다. 서울에서 다니던 수영장의 루틴을 되살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집 주인 옥스나르는 오랫동안 짐Gym를 다니고 있다. 바쁜 일과를 끝내는 즉지 체육관에 가서 피트니스를 하고 다시 15km의 자전거를 탄다.     

옥스나르에게 운동은 여자친구와 아이들과의 관계, 녹녹치 않은 사회생활 등으로 지친 마음을 회복하는 한 방법 같았다.     

그와의 저녁 시사를 마치고 아내가 옥스나르에게 낮에 내게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나 수영을 하고 싶은데 주변에 수영장이 있나?"     

그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럼 제가 다니고 있는 짐에 등록하시면 되요. 수영장도 함께 있어요."

"다행이네. 그럼 수영장을 등록해야 하는 거야?"

"수영장만 따로 등록할 수는 없고 짐에 등록하시면 모든 공간과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활용하시는 거예요. 제가 등록을 도와드릴게요. 그럼 우리는 '짐브로(Gym Bro 체육관 동기)'가 되는 거예요. 간혹 이벤트가 있어요. 간혹 수강료 할인 이벤트가 있어요. 제가 체크해 볼게요. "     

아내보다도 더 신난 옥스나르는 다음날 상세한 상황을 메모해서 다시 방문했다.     

"이번 달에는 한 사람 등록하면 한 사람은 등록비를 면제해 준대요. 민지가 등록하면 안수는 공짜에요. 함께 등록할 좋은 기회입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그의 안내로 구비서류를 갖추기 위해 집을 나섰다. 주소 증명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복사하고 적십자 병원으로 갔다. 옥스나르가 구비서류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발 백선(무좀) 검사를 받아야 해요. 이 체육관에서 지정한 적십자병원이 발행하는 진균성에 대한 음성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등록할 수 없어요."     

병원에는 허리가 45도쯤 굽은 할아버지 의사께서 진료를 보고 계셨다. 기본적으로 키와 체중, 바이탈 사인vital sign를 점검하고 의사 앞에 앉았다.     

"이름이 안수 맞나요?"

"예!"

"어느 나라에서 왔나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남한에서 왔나요?"

"그렇습니다."

"나이가 몇인가요?"

"67살입니다."     

그 외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의사선생님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옥스나르가 스페인어로 시원하게 설명을 드렸다. 이어 혈액형과 알레르기 체크를 하고 발검사까지 꼼꼼하게 한 다음 서명한 서류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건강에 이상 없습니다."     

인자한 할아버지 앞에서 장난기가 동해서 물었습니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저는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겠습니까?"

"ㅎㅎㅎ 30년을 더 사실 거예요."     

이 정도면 흡족하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큰 문제입니다. 제게 새로운 걱정을 안겨주시는군요?"

"문제라니요"     

표정이 살짝 심각해지면서 물었다.     

"저는 앞으로 10년간 살 돈만 있답니다. 10년 뒤에도 죽지 않는다면, 그것도 20년이나 더 산다면 무슨 돈으로 삶을 지탱할 수 있을까요?"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의 경우에는 그것도 문제없습니다. 사는 것에는 돈이 필요치 않아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상태입니다. "     



#짐브로 #라파스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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