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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Feb 24. 2024

옥스나르의 겁박

Ray & Monica's [en route]_124


피트니스
      


스포츠센터 등록을 위한 의료진료를 끝낸 적십자병원의 Reyes 박사님께서는 수신자 항목에 스포츠센터 이름(Tu Polideportivo La Paz CAFYB)을 적고 '임상적으로 이상이 없다'라는 소견을 작성한 나와 아내의 의료증명서를 우리에게 주었다.     

그 항목에는 당뇨와 고혈압, 호흡기 및 피부병, 알레르기의 유무를 비롯한 검사 수치들이 명시되었다. 아내는 체중을 제일 먼저 확인하고 기뻐했다.     

"작년 서울을 떠날 때 54kg였는데 50kg이 되었네. 50kg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비로소 목표 수치에 도달했군."     

나는 65kg에서 60kg이 되었다. 좀 높았던 혈압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바로 스포츠센터로 갔다. 의료증명서를 제출하고 옥스나르가 전기세 청구서로 우리 부부의 거주자 증명을 대신해 주었다. 시니어 요금으로 함께 등록을 했다. 옥스나르가 수납처직원의 말 중에서 꼭 필요한 말만 통역해 주었다.     

"다음 달 1일이 이 체육관의 개관 5 주년 이래요. 다음 달에는 요금이 오른답니다. 하지만 지금 다음 달 등록을 하면 작년 요금으로 등록이 가능하대요. 어떡하실래요?"

"그럼 너와 다시 한 달을 더 살아야 하잖아?"

"좋잖아요. 앞으로 6개월 더 함께 살자고요."

"우리는 여행자야. 우리는 떠나야 한단 말이야."

"6개월 후에 떠나면 되잖아요."     

요금 수납은 계좌이체나 카드결제만 가능했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 달 요금을 결제했다. 즉석에서 찍은 인물사진이 들어간 그날의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는 앱을 다운로드했다. 앱 속에는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 10분까지 예약이 가능한 프로그램이 십여 개가 넘었다. 피트니스뿐만 아니라 레벨별 수영, 수중 에어로빅, 요가, 댄스 등 종류도 다양했다.      

라커룸부터 샤워룸 등 모든 시설을 한 바퀴 돌며 설명해 주었다. 수영장은 25m 길의 5개 레인, 월풀과 폭포수 등 다양한 신체 이완용 풀이 5개, 복싱과 강의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강의실 4개 등 기능별 섹션이 잘 구성된 대형 스포츠센터였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프로그램은 횟수에 관계없이 앱의 예약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당장 필요한 준비물도 여러 가지였다. 라커 자물쇠, 수영복, 고글, 수영모자, 샌들, 수영장용 수건과 피트니스실용 수건... 옥스나르가 우리가 가진 것을 물었다. 나의 반바지 겸용 수영복은 비치용이므로 스포츠센터용으로 하나 살 것을 권했다. 나는 수영복과 수영모와 고글을, 아내는 수영모만을 사고 고글은 사지 않기로 했다. 옥스나르 어머니가 가진 두 개 중 하나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날 저녁에 함께 짐으로 갔다. 수영장에는 두 명의 강사가 상주하며 코칭과 안전을 맡고 있었고 피트니스실에서는 2인의 트레이너가 장비 사용법과 운동법을 지도해 주었다.     

아내는 등록 4일째인 오늘까지 하루에 3개씩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3시간씩을 짐에서 보내고 있다. 나는 단 한 번 간 다음 다시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혈압과 체중 등,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옥스나르는 그래서는 짐브로(Gym Bro)가 될 수 없다며 나를 겁박하고 있다.   

  

#짐브로 #라파스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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