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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Feb 29. 2024

지금 곁에 있는 젊은이가 내 자식

Ray & Monica's [en route]_125


아내의 밥짓기     


옥스나르가 친구, 쿠퍼Roman Cooper와 함께 들어오면서 말했다.       

"아, 피곤해! 이제 수영장물도 모두 채우고 청소도 모두 끝냈어요."     

지난 보름동안 옥스나르가 에어비앤비 호텔로 사용하고 있는 주택과 수영장을 개보수했다. 집을 수리하는 일은 인부들의 몫이었지만 수영장 물을 다시 채우고 게스트를 받을 수 있도록 대청소를 하는 일은 옥스나르가 직접 해야 할 일이었다. 어제부터 리뉴얼 청소를 해온 그는 하루빨리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친구의 도움까지 청했다.          

"커피 마실 거야, 아니면 차?”      

옥스나르의 방문이 끼니때가 아닌 경우에 아내가 늘 하던 첫 질문이었다.      

옥스나르는 침묵했고 쿠퍼가 '음식 먹을래요'라고 답했다. 비로소 그들의 허기를 눈치채고 다시 물었다.      

"이런, 점심도 못먹었구나. 쌀밥을 해줄까?"     

두 사람은 그것이 바로 기대한 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찌개 어때?"     

이미 한 번 맛을 보았던 옥스나르는 물론 아직 맛을 보지 못한 쿠퍼도 흔쾌히 동의했다.      

"좋아! 김치찌개의 주재료는 김치와 돼지고기거든. 돼지고기 200g만 사다줄래?"     

그들은 마치 단 10분도 떨어져 지낼 수 없다고 여겼던 청소년 때처럼 함께 나갔다.       

아내는 얼른 밥을 안치고 김치를 썰어 찌개준비하면서 말했다.      

"2시가 넘었는데 배가 얼마나 고플까...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대신 친구까지 데리고 우리집으로 오니 얼마나 기쁜지. 옥스나르는 정말 나를 엄마처럼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김치찌개뿐인 밥을 단숨에 해치우고 한 접시씩을 더 먹었다. 옥스나르는 자신의 접시를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이 비웠다. 쿠퍼도 밥알이 서너 개 남은채로 숟가락을 놓으려다 옥스나르 방식을 따랐다.      

옥스나르는 거의 매일 우리 부부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음식을 남기는 것은 우리의 한 끼를 위해 희생된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익혀들었던 터였다.      

그들이 떠난 뒤 아내가 말했다.      

"나리ᐧ주리ᐧ영대처럼 옥스나르도 음식을 남기지 않은 모습만으로도 우리의 진짜 아들이 된 것 같네요. 돌이켜보면  우리 아이들은 모두 남이 키워준 것 같아요.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우리가 없는 헤이리에서의 여러 일들을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도록 당신과 나보다 더 큰 애정으로 이끌어 주는 분이 있으니 이것이 누구의 음덕인지 모르겠어요. 우리 자식들을 그렇게 남에게 맡기고 살았으니 우리는 지금 곁에 있는 젊은이들을 자식으로 챙기면 될 듯합니다. 여건이 허락될 때 한 끼라도 더 더운밥 해주고 싶어요."     


#내자식 #라파스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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