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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r 05. 2024

"행복에 지쳐 쓰러지기는 처음입니다."

Ray & Monica's [en route]_127


Gym 등록 2주 만에 생긴 일          


아내와 내가 스포츠센터에 등록한지 2주째이다. 아내는 매일 3개씩의 프로그램을 예약하고 3시간 이상을 Gym에서 보내고 있다. 나는 이번 달부터 아내의 부지런함에 합류하리라, 마음만 다지고 있다.     

아내는 점심시간이 지나서 집에서 돌아오면 말이 많아진다. 수중 유산소 운동인 Aquagym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댄스와 스텝 프로그램의 격렬한 동작에 동료들이 얼마나 유연한지, 필라테스 강사가 얼마나 친절한지를 말한다.     

Aquagym 시간에 "Muy bien(잘한다)!"를 외쳤더니 그 후부터는 너무나 잘생긴 남자 강사분이 자기만 쳐다본다거나 함께 운동하는 부인들과 한마을 이웃처럼 친해졌다거나 하는 말도 한다.     

여전히 내가 큰 흥미를 보이지 않으면 Gym까지 편도 1.5km를 오가는 중에 벽돌을 쌓고 있는 분들이 어떤 방식과 속도로 일을 야무지게 하시는지 보기 위해 30여 분간을 쳐다보았더니 그다음부터는 지나갈 때마다 아저씨들이 일손을 멈추고 "Hola(안녕)!"라고 먼저 인사를 한다고 알려준다.     

이 모든 것은 게으름을 그만 피고 함께 운동을 가자,라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읽힌다.     

오늘은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아내가 서울에 있을 때 함께했던 독서클럽 단톡방에서 안부를 주고받은 내용을 읽어보라는 뜻이었다.     

"태양, 하늘, 바다, 날씨, 모두 좋아 이제 Gym까지 등록하고 다닙니다. 특히 사람들은 얼마나 순수하고 착한지... 얼마나 평화로우면 도시 이름을 La Paz (평화)라고 지었을까요? 짐을 등록하고 보니 자꾸 친구들이 생겨요. 제 뒤의 할머니는 저를 보고 엄지를 세워주고요, 젊고 잘생긴 트레이너는 '꼬레아 델 수르(남한)'에서 오신 분이 이 클래스에 함께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오가는 길에는 타코를 팔고 부리토를 파는 카페의 할아버지·할머니 부부께서는 저에게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그렇게 커피 한 잔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요. 행복에 지쳐 쓰러지기는 처음입니다. 하지만 비빔밥 식구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아내의 과도한 표현에 평소 독서로 다저 진 문해력 높은 서울 동료들이 지구 반대편으로부터의 인사에 아내가 원했을 답으로 호응하고 있었다.     

"행복한 기운에 덩달아 웃음이 나요. 행복에 지쳐 쓰러지는 경지에 이르셨다니... 그런 말은 처음 듣는 거 같아요. 진짜 행복하신 거 같아서요� 평화로운 마을이 지구에 있다는 거만으로, 그곳에 민지님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안식이 됩니다. 민지님의 행복이 제 행복처럼 정말 기쁘네요. 민지님이 그런 행복을 나눠주시는 분이셔서 그런지 퍼즐의 딱 맞는 자리처럼 잘 어울려요. 그런 곳이라면 저도 머물고 싶을 거 같은데요! 마음을 나눠주시는 것만으로 우리는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지님의 호수 같은 맑은 눈망울을 기억하며 한국에서도 사랑을 전합니다❤"

"꺄악!!! 행복에 지쳐 쓰러지다뇨♡♡♡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행복했으면^^ 사람은 자신이 행복하기로 결정한 만큼 행복하다고 하는데 진정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계시군요♡ 멋지세요. 정말정말 보고 싶네요. 더 이상 민지샘을 멕시코인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네요ㅎㅎ 그래도 그곳이 좋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우리도 행복나무 가꾸며 살아가렵니다♡"     

Gym 등록 2주 만에 생긴 일들을 이렇듯 나열하는 방식으로 '짐브로(Gym Bro 체육관 동기)'로 돌아오라는 아내의 간청에 나도 내일부터 딱 한 번 입은 수영복을 다시 챙겨 볼 예정이다.     


#짐브로 #라파스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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