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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r 19. 2024

가족의 범주

Ray & Monica's [en route]_133


가족의 감정을 나눈다는 것, 웃음보다 눈물을 더 많이 공유한...



여행이 아닌, 순례자 혹은 '다른 방식의 삶'으로 우리 여정을 정의해놓고 다니는 저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낯선 곳에서 '가족의 감정을 나누는 것'이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혹은 단지 며칠 손님으로 묵었을 뿐인데 그들의 눈빛과 표정,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서 내가 그들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가족'을 느낄 때가 있다.

현재 우리 부부가 머물고 있는 옥스나르Oxnar와 그의 가족이 그렇다. 어제 늦은 밤, 옥스나르가 찾아왔다. 그는 '대장암'으로 의심했던 내 병리실의 검사 데이터에 대해 의사의 판정이 궁금했던 것이다.

"암이라는 증거는 단 1도 없단다."

"봐요! 내가 그랬잖아요. 괜찮을 거라고..."

그는 수의학을 공부했던 터라 병리실 결과의 수치를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주장했었다.

"너는 강아지와 고양이, 닭과 소와 말을 공부했잖아. 나는 사람이라구!"

그는 우리 부부가 암일 것이라는 막연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을 기뻐해 주었다. 그의 기쁨에 '가족'이 묻어났다. 그 대화는 이제 우리가 언제 이곳을 떠나야할 지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갔다.

"아니요. 떠날 수 없어요. 적어도 저의 아이들이 7월에 이곳에 올 텐데 그때까지는 이곳에 있어주세요. 라파스에는 두분이 가셔야할 곳이 아직 많이 있어요. 이슬라 에스피리투 산토Isla Espiritu Santo에도 아직 안 가셨잖아요. Santuario de los Cactus 선인장 식물원에 가서도 1박 캠핑을 하고 오자구요. 카약으로 Península El Mogote의 맹그로브숲에도 갔다 오고요. 다음 주에는 제가 아주 어릴 때 살았던 아버지 농장에도 한번 가봅시다요."

"바쁜 너를 더 바쁘게 할 수는 없지. 그리고 나는 나그네야. 우리는 언제라도 Mar de Cortés코르테스 해를 건너는 페리를 타고 떠나면 되. 그렇지만 우리는 그것이 끝이 아니잖아. 이미 약속한 것처럼 엘살바도르에서 만나면 되잖아. 그리고 9년 뒤에 한국에서 만날 수도 있고..."

"9년 뒤라면 제가 41살이고 나는 아이가 7명이 더 많아질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내 아이들만 해도 10명인데요."

"아이 7명을 더 얻으려면 몇 명의 여자친구가 더 필요할까?"

"3명쯤이요?"

"좋아! 네 아이들 10명, 전 여자친구 2명 까지 더하면 여자친구 5명, 그리고 너까지 도합 16명이네. 그럼 내가 마이크로 버스를 빌릴 테니 걱정 마. 우리 부부가 타도 넉넉한 25인승이야. 그 버스로 한국을 일주하자."

농을 섞은 대화 중에도 멕시칼리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옥스나르는 다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내가 휴지를 건네자 이번에는 숨기지 않고 눈물을 닦았다. 우리도 눈물이 핑 돌았다. 가족은 누구에게나 웃음보다 눈물로 더 많이 기억되는 대상 같다. 그에게 그의 엄마, 재클린Jacqueline를 위한 선물 하나를 건넸다.

"이것은 파머스 마켓에서 산 손뜨개 수건이야. 이것은 토르티야를 덮는 식탁 위의 필수 수건이라는군. 칠순의 할머님이 직접 뜨개질로 만든 아보카도 무늬야. 아보카도는 너희들이 좋아하는 비타민A와 비타민C가 풍부한 소중한 과일이잖아. 면역력을 높여주는 아보카도처럼 재클린이 건강하라고 민지가 고른 것이야. 내가 아프다고 바로 의사 진찰실에 먼저 달려가 나를 기다려준 네 엄마야 말로 나의 가족이지. 재클린에게 내 건강은 이상이 없다고 말씀드리고 이 수건도 전해다오."

우리 부부는 옥스나르가 돌아가고도 한국의 아이들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공유한 멕시코 가족과의 시간을 말없이 반추했다.  또한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계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용기 있는 많은 분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가족의 감정을 나누는 위로와 염려를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 올립니다.


'11일간의 암 환자'글에 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를 주셨습니다. 진정 그 모든 분들께 '가족'을 느끼며 울컥했습니다. 염려해 주시는 마음 깊이 가슴에 담고 부드럽고 친절한, 더 깊은 연민을 가진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그리고 지구 자원의 소비가 덜한 방식으로 구름에 달 가듯 가벼운 걸음으로 경계 너머로 나아가겠습니다.

저의 대장암을 의심케 만들었던 그 통증 괴물에 대한 정체를 묻는 분이 여러분 계셨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말로만 답변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아직도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알지 못합니다. 3년 전 약속된 책 집필을 위해 서울의 아내집으로 거쳐를 옮겼을 당시 아내가 무시로 오갔던 북한산 우이령길 걷기에 따라나섰다가 갑자기 찾아온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결국 걸어 내려오지 못하고 택시에 의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 각기 다른 병원에서 몇 명의 의사에게 원인을 규명하려고 했지만 설득력 있는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또한 그런 경우인 듯 싶습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에 관한 이야기 같은..."

갈수록 '내'가 아닌 일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가족의 감정을 나누는 위로와 염려를 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올립니다.


●마음이 출렁했어요~ 건강하셔서 세상을 보는 안목 넓힐 수 있는 좋은 글과 사진 계속 보고 싶어요._by 소망

●무탈하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주변과 자신을 홀가분하게 정리하시는 모습이 많은 공부가 되네요. 길 위의 삶에도 몸의 신호는 잘 체크하시길..�_by 구하

●"해보고 싶은 것을 미룬 것이 없다." 저도 이 말을 마음에 두고 살래요. 저희 엄마가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약 10년 하셔서, 항상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20대 때부터 생각했어요. 당장 내일 죽어도 후회 없게 저와 엄마는 내일 꽃놀이 갑니다. 일 많이 주는 직장 분들께 저 휴가 다녀와서 할께요. 라고 당당히 외치면서요._by 긍정태리

●다행입니다. 생각도 정리하듯이 몸도 한 번쯤은 보살핌이 필요했나 봅니다. 아프지 마시고 여전히 길 위에 서 있으시길 응원합니다._by 고슴도치

●선생님, 마음이 덜컹 주저앉았습니다. 건강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선생님에게 온 그 통증과 구토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괜찮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치료하셔서 빨리 나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희도 스콧 니어링을 알고 난 후 세상이 달라진 경우 중 하나입니다. 그의 죽음은 그의 사상과 버몬트주, 메인주의 삶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오늘 다시 되새겨봅니다. 꼭 건강한 발걸음으로 주유천하 하시길요!

*1968년 스콧 니어링이 자신의 죽음을 대비해 세운 30가지 지침 :

“나는 집에서 죽고 싶다. 나는 의사 없이 죽고 싶다. 나는 지붕이 없는 열린 곳에서 죽고 싶다. 나는 단식을 하다가 죽고 싶다. 나는 죽음의 과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싶다. 따라서 어떤 진정제, 진통제, 마취제도 필요 없다. 나는 주사, 심장충격, 강제급식, 산소주입, 수혈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죽은 다음에 회한이나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다. 남은 이들은 조용함, 위엄, 이해, 기쁨, 평화로움을 갖춰 죽음의 경험을 나누기 바란다. (...)"

1983년 8월 24일 아침, 그는 침상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노래를 조용히 읊조렸다.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헬렌이 옆에서 그에게 말했다.

“몸이 가도록 두어요. 썰물처럼 사세요. 같이 흐르세요. 당신은 훌륭한 삶을 살았어요."

니어링은 길게 숨을 내쉬고 나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출처 : 불교언론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_by SONOS 소노스

●너무 다행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그럼 그 증상은 무엇 때문이었던 것일까요?_by 기다림

●능행스님은 우리들이 죽음은 저 멀리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세요.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는데... 저도 스콧 니어링 처럼 그렇게 육신이 다하면 스스로 단식하다가 육신을 버릴 생각입니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주변을 정리하며 살겠습니다. 두 분 늘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_by 혜심화

●11일이라 다행입니다. 그 시간 동안 두 분이 얼마나 복잡하셨을까요! 건강하시다니 정말 감사하고 다행입니다. 두 분은 아직입니다. 세상에서 두 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_by 유**

●결석이 생겼을 때와 유사한 증상입니다만, 무탈하시다니 큰 다행입니다. 두 분 익일 강건하시길요!_by 이**

●천만 다행입니다. 항상 건강이 걱정이었는데... 다이어트 너무 하지 마시고 정상 체중 유지 하도록 해요^^ 어차피 가야 할 길이 긴 하나 짐이 가볍다고 서둘러 달려 갈 필요는 없잖아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꼭 기억하시구요~~~_by 박**

●천만다행입니다._by 김**

●소식을 접하는 내내 걱정과 안심과 그리고 감사와 함께 두 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기도드렸습니다. 안주해 있어도 이곳저곳이 불편한데... 부디 멀고 먼 미지의 여행길이 당혹스럽지 않도록 진정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_by 이**

●다행입니다. 건강 잘 살피시며 여행하세요_ by 전**

●휴우~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에 안도하며 감사하게 됩니다. 옥스나르가 이번에 아들 노릇 했네요^^ 새삼 고맙군요_ by 강**

●다행입니다. 축하드립니다._by 고

●Ansoo, deseamos que pronto estés mucho mejor con tu salud,

Recuerda que en esta vida solo estamos de paso y disfrutar mientras Dios lo permita, Dios nuestro padre tiene la última voluntad para salir adelante. Yo creo que tienes que cuidarte y seguir disfrutando de lindos lugares, junto con tu esposa. El tiempo que tuvimos la oportunidad de conocerlos, nos dimos cuenta del valor humano que los caracteriza. Y sin duda seguirán juntos por muchos años más. Reciban un fuerte abrazo con mucho cariño. Ánimo mucho ánimo, aliviarse pronto .. ¡besitos a los dos_by Amada Rios

●다행 입니다. ♡♡♡_by 박**

●휴!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부디 몸과 마음이 적절한 만큼 귀한 순례의 여행이 이어지길 기도합니다._by 권**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아팠는지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인가요?_by 이**

●선생님, 늘 건강하십시오. 전 요즘 병 투병 중입니다ㅠ 어머니보다 먼저 앞서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_by 가*

●다행입니다! 늘 건강 하시길���_by j

●가슴을 졸이며 읽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결과이자 또 지난 11일이 가져다 준 질문으로 다시 새로운 시작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_by s

●어머나!!! 다행입니다� 작가님! 부디 십 년 꽉 채워 다니시고 책으로 남겨주세요. 그때까지 건강하시기를�_by s

●어휴. 깜짝 놀라서 몇 문단을 띄고 결론으로 도달했네요. 길 위에 계신만큼 두 분 모두 늘 건강 또 건강 조심하세요,_by d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하게 다시 만나 뵐 날을 기도하겠습니다 ._by c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 무엇보다 다행이에요� 지난주 저도 아버지의 폐 ct 결과를 기다리며 자식으로서의 감정을 겪었었기에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함께 건강하면 좋겠습니다ㅎㅎㅎ_by h

모든 사랑의 마음에 거듭 감사 올립니다.

_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 라파스에서 이안수·강민지 드림


●11일간의 암 환자

https://blog.naver.com/motif_1/223386506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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