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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y 07. 2024

북회귀선에서 냉장고 없이 사는 삶

Ray & Monica's [en route]_152


유목 부부의 생존법    

      


냉장고 없는 삶에 도전한지도 한달하고 엿새가 지났다. 여름을 향하는 북회귀선상에서 냉장고없이 사는 이 시도가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도 막연했다. 우리의 길위 나날이 계획으로 사는 삶이 아닐뿐드러 계획한다고 그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가능하면 계획이라는 것을 하지않으려고 한다. 덤불이 길을 막으면 그것을 들고 지날지, 치고 지날지는 그때에 궁리한다. 덤불이 커서 도깨비가 산다면 그 도깨비에게 해결책을 물어볼 결심이다.      


처음에는 하루 얼음 한 봉지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때때로 적도보다 뜨거운 북회귀선의 사막기후에서는 하루를 견뎌주지않았다. 더 큰 문제는 얼음을 맹신해서 식재로나 음식을 버리는 일이 생겼다. 얼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3일만에 얻은 결론이었다.      


 얼음과 작별하고 부터 화식 대신 생식에 관심을 두었다. '헬린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 생각났다. '뭘 해먹을까'하는 걱정을 버리고 요리하지 않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니어링 부부처럼 이것 저것 섞어먹는 채식은 재료의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생식이 가능하므로 손질한 재료가 남아도 반나절은 견뎌준다.      


비트, 토마토, 오이, 사과, 블루베리, 아보카도 등에 올리버오일과 라임를 뿌려먹는다. 이 경우는 불을 사용하지않으므로 불을 사용할 수 없는 어떤 숙박시설에서도 적용가능하다.     


간혹 화식을 해야할 경우는 절대 한끼 분을 넘지않토록한다. 처음 몇번은 '넉넉하게'라는 습성때문에 대중을 잘못잡아 남기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이제는 '부족하게'라는 습성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곳 시장에서 가장 흔한, 그리고 건조곡물을 사다보니 그것이 슈퍼곡물이었다. 치아시드Chia Seed, 퀴노아Quinoa, 귀리Oat, 렌틸콩Lentils, 병아리콩Chick peas 등이다.     

 

아내는 헬렌처럼 병아리콩을 삶은 물을 숭늉처럼 마신다.  

    

하루에 한 번 시장에 갈때에는 과일과 야채를 즉석에서 착즙해주는 쥬스를 한잔씩 마신다. 아내는 비트가 주재료인 뱀파이어쥬스나 당근쥬스를, 나는 그린쥬스를 주문한다. 그린쥬스는 샐러리, 시금치, 오렌지, 생강, 귀리, 파인애플과 꿀이 들어간다.      


그동안 한식에 대한 욕구는 대부분 사라졌다. 주말에는 한번씩 멕시코 식당을 방문해 로컬퓨드를 맛본다.       

그동안 니어링 부부의 가르침대로 화식보다 생식, 육식보다 채식, 가공식품보다 원재료 그대로를 먹는 방식에 충실했다.      


그러나 이번주말은 달랐다. 지난주 아내가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소진한 에너지를 보충하기위해서 이번 주말에는 예외로 했다.      


라파스의 로컬 슈퍼체인 아람부로 슈퍼마켓(Supermercado Aramburo)에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마켓에서 고기를 사서 마켓의 마당에 만들어진 바비큐부스로 가져가면 숙련된 전문가가 구워서 포장해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이 무료 서비스는 가정에서 바비큐를 준비하는 모든 수고를 덜어준다. 

     

고기는 먹고싶지만 집안에 고기굽는 수고와 냄새를 원치않는 가장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시설이 없는 우리도 20년 고기를 구었다는 안토니오Ansonio 씨를 통해 숯향이 밴 바비큐로 특별실을 즐길 수 있었다.      


냉장고 없이 살아보는 시도는 식습관을 많이 바꾸어주었다.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 보면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수양이다. 창고없이 살았던 유목민의 삶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이 시도의 가장 큰 과실이다.    

https://youtu.be/SfM7LBQBGBg    


 

#유목민 #냉장고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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