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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y 09. 2024

우리가 라파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Ray & Monica's [en route]_153


멕시코의 어버이들

    


1. 세르히오와 울리람 부부     



품이 큰 벤자민고무나무 앞의 작은 자전거 수리점, 몽키 바이크(Monkey bike)를 부인 울리람(Uliram Flores 39세) 씨와 운영하는 세르히오(Sergio Manuel Alba Pino 41세) 씨는 투병중인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      


어머니 마리솔(Marisol Pino Ojeda 60세) 씨는 16세에 결혼해 오 남매(남자 셋, 여자 둘)의 아이들을 두었다. 영원히 흔들림없을 것 같았던 가정은 그녀 나이 29살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아이들의 양육을 비롯한 생계가 고스란히 그녀의 어깨에 실렸다. 다섯 아이들을 위해서 재혼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평생 과부로 살 결심을 하자 오히려 자신감이 차올랐어요. 증조할머니가 25명의 아이들을 홀로 키운 것, 어머니가 8명을 홀로 키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5명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바하칼리포르니아수르는 '여성에 의해 통치되었던 곳'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여왕은 칼라피아(Calafia)였죠. 저의 증조할머니와 어머니가 말하자면 칼라피아였죠. 나의 결심은 나 또한 칼라피아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강한 여성, 칼라피아라고 생각하니 어떤 일도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이 닥쳐도 다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다섯 아이를 키웠고 이제는 각자의 몫을 살아내고 있죠."     


칼라피아는 스페인 작가 가르시아 로드리게스 드 몬탈보(Garci Rodríguez de Montalvo)가 16세기에 쓴 책 <Las sergas de Esplandián>에 등장하는 소설 속 캘리포니아 섬의 여왕이다.     


그녀는 전사 여왕의 마음으로 갖은 일을 다하며 가족의 오늘을 있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녀를 시련 속으로 밀었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혈전증이 왔고 관절에도 문제가 생겨셔 혼자는 걸을 수도 없게 되었다.     

세르히오는 어머니를 다시 걷게 하기 위해 매일 어머니를 부축해 걷기 연습을 시키고 며느리는 집에서 홀로는 성격책을 읽는 것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어머니를 자전거 수리점으로 모시고 나와 식사와 약을 챙기면서 25명의 아이들에게 산악자전거를 무료로 지도하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자전거 수리점을 지킨다.    

       

2. 마누엘리타 할머니     


세르히오가 팀을 이끌고 산악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12살 쌍둥이 형제 헤수스(Jesus)와 이르빙(Irving)의 할머니께서 자전거 수리점으로 나와계셨다. 손자를 보자 얼굴이 환해졌고 쌍둥이는 할머니를 안고 얼굴을 비비며 기뻐했다. 그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한 가정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그 가정에 깃들고 있음이 선명했다.     


손자와 충분한 감정 교환이 이루어진 뒤 그 모습에 함께 흐뭇해하던 아내를 발견한 할머니가 아내에게로 왔다. 한국에서 온 여행자임을 안 할머니께서는 손자에게 퍼부었던 지극정성의 그 마음을 다시 우리에게 쏟다.      

"나는 마누엘리타(Manuelita)라고 하오. 84살이나 되는 늙은이에요. 당신들은 멕시코 주민이 아니므로 머지않아 이곳을 떠나겠지요. 내가 미리 기도를 해주고 싶군요. '예수님, 부디 이들이 가는 길을 지켜주시고 축복해 주시옵소서. 그리고 그 길을 기쁨과 행복만으로 가득 채워주세요. 또한 이들의 자녀들에게도 하나님의 은총을 내려주시옵소서. 아멘'"     


아내의 손을 잡고 단숨에 기도의 언어로 예수님께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당부드렸다. 그 기도가 얼마나 곡진한지 마누엘리타 할머니의 얼굴 표정에 그 기도가 그대로 투영되었다.        

   

3. 딸의 전화     


맹그로브숲이 초입에 있는 사막산으로 가는 산악자전거의 출발에 맞추어 집을 나서려는 참에 한국의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건강하게 잘 계시나요? 오늘은 한국의 '어버이 날'이에요. 멀리 계시니 통장으로 마음을 보냈습니다. 두 분께서 맛있는 것 잡수세요."

"고맙구나. 막 나갈 참이었지. 이곳에는 마음이 곱고 순하지만 가난한 이들이 참 많단다. 잘 쓸게!"

"아니, 두 분께서 식사하시라고요."

"알아서 할게!"

"그럼 반은 나누어드리고 반은 꼭 두 분이 분위기 이는 곳에서 식사하세요!"

"일단 우리에게 보낸 돈이라면 이미 우리의 것이니 우리가 결정할 일이다."

"ㅎㅎ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s://youtu.be/lKnGBsBxg1E     


#어버이날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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