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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y 17. 2024

과잉은 독이다.

그림일기_105


짐 없는 자유



내가 입는 자전거 바지는 남편의 수영복이다. 연두색 티셔츠는 남편의 티셔츠를 뒤집어 입은 것이다. 두 개뿐인 셔츠를 더 빛바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두건은 희고 검은 색의 양면이다. 한낱 땡볕이 강하면 흰 면을 바깥으로 쓰고 온기가 필요하면 검은색을 밖으로 쓴다. 양말이 구멍 나면 발등 부분이 발바닥으로 가도록 신는다. 수명이 두 배가 된다. 물론 자전거도 빌린 것이다. 


밥그릇, 커피잔, 물잔으로 사용하는 아가리가 넓은 유리병은 양념이 담겼던 병이다. 곡물을 담는 그릇은 과일과 함께 브런치로 먹는 요거트 용기들이다. 커피는 유리병이나 컵 위에 필터를 놓고 바로 추출한다. 서버나 드리퍼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재활용 외의 모든 세간은 떠날 때까지를 기한으로 빌린 것이다. 


독서를 통한 균형은 몇만 권의 장서에 접근할 수 있는 eBook으로 성취한다. 무게가 없으나 세계 어디서나 원하는 때 책을 펼칠 수 있다. 


이렇듯 당장 죽을 듯이 짐을 정리하지 않으면 금방 늘어난다. 여행자에게 짐은 체력을 소진하는 일일 뿐만아니라 경비를 늘리는 일이다.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의 경우 무료로 지참할 수 있는 Cabin bag의 규정이 엄격해 규정 무게를 초과하는 경우 '저비용'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탄소발자국을 늘리게 된다. 


최소한의 생존만 가방에, 최대한의 자존과 품위는 마음에 꾸린다. 




"과잉은 독이다.


20240516

강민지"


#그림일기 #무소유 #라파스 #멕시코 #10년세상순례  #모티프원 #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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