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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May 20. 2024

목수가 좋아지니 소음이 사라졌다.

그림일기_106


소음을 이기는 법



체류 기간 만기를 염두에 두고 4개월간의 월세방을 얻고 싶었다. 더불어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은 곳을 원했다. 이 두 가지 옵션을 만족하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최소 6개월 이상의 계약을 단서로 했고 월세도 만만치는 않았다. 단념할 시점에 찾아낸 곳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다.


시의  외곽이지만 시내로 통하는 도로의 교통량이 많은 곳으로 현관 없는 방문이 도로의 인도에 접한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면 방범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소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자정에서 새벽 4시 정도까지 통행이 뜸한 시간 외에는 차량 소음에 노출된다. 낡은 차량의 엔진 소리는 전차가 출력을 높여 언덕을 오르는 소리다. 차량에 출력 높은 스피커를 달고 EDM의 볼륨을 최대한 높인 채로 운행하는 차량도 적지 않다. 


간혹은 종교인들이 전도를 위해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6월 2일에 있을 멕시코 대선과 총선의 선거 봉사자가 되어달라는 선거운동원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우리 방과 벽하나 사이인 옆집은 목수 집이다. 목수는 개방된 마당을 작업장으로 사용해 주문가구를 만드는 소목이다. 작업 시 나는 전기톱과 전동대패 소리가 자동차 소음을 능가한다. 


이 소음 속에서 흔들림 없이 평정한 마음일 수 있기를 수련한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일주일째 목수 작업장의  전동공구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걱정이 되었다. "제작 주문이 끊기면 빨간 립스틱을 바른 부인에게 미움을 받지 않을까?" 다시 나흘이 흘러도 아무 소리가 없었다. "벌이와 관계없이 지출해야 할 생계비는 어찌 하나?" 사흘전에 몇 장의 송판과 각목을 실은 자동차가 왔다. 전기톱 소리와 함께 목수의 휘파람 소리가 시작되었다. 그의 귀 뒤에 꽂힌 연필도 참 아름답다. 그의 마당으로 뚫린 샤워룸을 통해 나무 향이 솔솔 들어온다. 




"목수가 좋아지니 소음이 사라졌다.


20240519

강민지"


#그림일기 #소음 #라파스 #멕시코 #10년세상순례 #모티프원 #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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