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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07. 2024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이 남자와...

Ray & Monica's [en route]_164


멕시코 라파스까지 전해진 금일봉


#1


세르히오와 마릴루 부부께,


지난 4월, 당신 부부를 우연히 대면하고 부터 우리 부부는 멕시코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세르히오께서 삶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면서 하나님을 섬기고 타인에게 봉사하는 그 모습 때문입니다. 또한 그런 당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다시 태어나도 세르히오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마릴루때문입니다.

우리 부부는 은퇴하고 우리에게 점점 희귀해져가는 것들, 그래서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가치들을 찾아 10년 동안 세계의 각기 다른 문화권을 순례하기로 작정하고 작년 3월에 한국을 떠난 사람입니다.

우리 부부는 두 달째 당신 가족과 함께하면서 당신들의 삶 속에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들이 가득 담겨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봉사와 희생, 그리고 무조건 적인 사랑 입니다. 우리는 당신 부부를 통해서 삶에서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지를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매일 고달픈 맞벌이와 힘든 봉사 속에서도 당신 부부가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홀로는 거동할 수 없는 처지의 어머니, 마리솔의 치료와 재활에 극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 저희 부부는 더욱더 감동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한국 밖에서 순례하는 사실을 알고 있는 친구, 뮤턴트가 길 위에서 허기진 날 사용하라며 돈을 보내왔습니다. 우리 부부는 당신 부부로 인해 늘 배부른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친구의 돈에 저희 여행비용을 아낀 약간의 용돈을 더해 당신에게 전합니다. 고급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보다 당신 어머님의 재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것에 제 친구도 분명 기뻐하리가 확신합니다.

당신 부부의 가없는 사랑과 효심을 축복 드립니다.

2024년 6월 3일

_감사를 담아 뮤턴드, 민지 & 안수 드림


(Queridos Sergio y Marilu,

El pasado abril, después de conocerte a ti y a tu esposa, nos enamoramos aún más de México.

Es por la manera en que Sergio sirve a Dios y sirve a otros. Y es debido a la manera positiva en que están agradecidos por cada momento de su vida. También es debido a Marilu, que te ama tanto que dice, 'Quiero casarme con Sergio aunque nazca de nuevo'.

Mi esposo y yo fuimos de Corea en marzo del año pasado, decididos a hacer un peregrinación a diferentes culturas alrededor del mundo durante 10 años en busca de cosas que se están volviendo cada vez más raras para nosotros, y así valores que se están volviendo más urgentes.

Llevamos dos meses contigo. Durante ese tiempo, descubrimos que tu vida estaba llena de cosas que estábamos buscando. Es servicio, sacrificio y amor incondicional.

Estamos aprendiendo y viendo lo que es más precioso en la vida a través de usted y su esposa.

Nos conmovió aún más el hecho de que usted y su esposa hicieron grandes esfuerzos para tratar y rehabilitar a su madre, Marisol, que no pudo moverse sola debido a los efectos secundarios de la vacuna contra el COVID-19 todos los días.

Mi amigo Mutant, que sabe que nuestra pareja está haciendo peregrinaciones fuera de Corea, nos envió dinero para gastar en nuestros días hambrientos en el camino.

Mi marido y yo siempre estamos llenos por tu culpa. Por lo tanto, he añadido un pequeño ahorro de nuestra asignación al dinero de mi amigo y se lo he pasado a usted. Estoy seguro de que mi amigo también estará contento de que mi esposo y yo contribuiremos a la rehabilitación de su madre en lugar de comer en un restaurante lujoso.

Le bendecimos a usted y a su esposa con infinito amor y piedad filial.

3 de junio de 2024

_Mutant, Minji & Ansoo con gratitud)


#2


오래전에 모티프원의 손님으로 와서 친구가 된 사람이다. 이분의 필명은 'Mutant(돌연변이체)'이다. 본인의 성결을 필명에 녹였다. 하나의 에피소드만으로도 '뮤턴트'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불렸던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광화문에서 선릉으로 가는 33번 좌석 버스를 타고 출근해야 했던 30여 년 전, 돌연 33번 버스 대신 춘천행 버스에 올랐었다. 관성의 타성이 주는 안락함을 이탈하기 위해 '언제나 여행자처럼' 살아온 이다.

우리 부부가 10년 여정의 순례를 떠나오기 전 그 분의 초대로 식사 자리를 함께하는 동안 말했다.

"저는 지금 직장에 있는 외의 모든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10년 뒤에 두 분을 다시 뵐 때 저 또한 10년의 공부가 만들어낸 차이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그와 우리는 단지 다른 장소에서 다른 방식으로 열공하고 있는 셈이다. 두어 달 전, 그 분이 메시지를 주었다.

"촌장님, 강민지 선생님... 그립습니다!! 우리나라를 떠나 이국의 낯선 아침들을 맞이하신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네요. 강건하신 모습으로 잘 지내고 계신 것을 가끔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합니다. 게다가 이미 지구를 떠나 화성인이 되신 듯 아득해집니다 ~. 벚꽃 만개한 4월을 지나고 있습니다만 아쉬운 마음 한구석은 헤이리 인생학교 두목 사부님의 부재입니다. 맛있는 커피 내려주시던 '그날들'이 언제쯤 다시 재현될 수 있을는지요 ^^ 두 분 계신 먼 곳으로 빵·커피 배달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발 사양하지 마시고요, 제게 계좌를 얼른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두 분의 멋진 하루 응원하겠습니다!"

가없는 정성에 답했다.

"중단 없는 시간이 더욱 강하고도 부드러운 자아로 만드는 시간이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 그렇게 극진한 환대는 선생님 다운 것이라고 여길 수 밖에 다른 비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길 위에서 친절을 만날 때 마다, 선생님의 환대를 떠 올리곤 합니다. 이곳은 그저 봄과 여름 두 계절만 있는 것 같은 아열대입니다.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의 은퇴자들이 추위를 피해 내려와 살다가 떠나는 모습을 보니 북미의 고위도 지역에도 봄이 온듯합니다. 저희는 멕시코 라파스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몇 개월 정주하고 있답니다. 단면을 통해서 나무의 생장과 특성을 짐작하듯 이곳에서 우리가 향할 중남미의 공통된 특성들을 학습하고 있답니다. 어느 곳에서나 희로애락은 그대로이고 그 일상을 통해 사람의 관계와 도리를 배웁니다. 아내에게 뮤턴트님의 한없이 다정하고 향기로운 내용을 읽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아내로 부터 커피 한 잔을 더 얻어 먹었습니다. 예전 홀로 방랑할 때와는 달리 아내가 있어서 무시로 커피를 나눕니다. 때때로 고춧가루와 마늘이 들어간 찌개도 먹을 수 있어서 고향에 대한 향수도 바로 치유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극진하고 향기로운 정으로 이미 넘치도록 채워졌습니다. 아내의 감동한 마음을 더불어 전합니다. 선생님의 가열한 하루를 생각하며 저희도 길 위의 수행에 더 힘쓰겠습니다._평화의 도시, 라파스에서 이안수 강민지 드림"

결단은 기어코 시행하고야 마는 그의 성품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두 분 계신 '그곳'에 냉큼 다녀오고 싶습니다만... 그럴 수없는 현실에 발목 잡혀 있어 애달습니다. 마침 헤이리에 간다는 지인 편에 적은 금액이지만 마음을 담아 모티프원 나리 따님에게 전달을 부탁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상 불발에 그치고 어제 다시 제게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ㅠ ㅠ 부담스럽지 않게 행하려는 마음이 쉬이 이뤄지지 않기에 아쉬워요~ ㅇㅇ 다음 기회를 겨냥해야 되겠어요 ~~ 기다려 주세요 ^^ 이제 우리나라도 몹시 더워지기 시작했답니다. 대낮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어요. 저는 3월 19일부터 3 페이지 쓰는 '모닝페이지'를 골든 모닝 루틴에 추가했는데 놀라운 경험이에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아요. 하루 시작의 깃발을 꽂는 리추얼이랍니다!! 여러 생동하는 자발적 루틴으로 '착실한 보행'을 이어나가는 저의 자가발전 원동력에는 멀리 계신 촌장님, 강민지 선생님의 에너지 파장도 강력히 작용합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나마스테."

그 마음만으로도 넘치는 감동이었다.

"이렇게 단단하고 여문 뮤턴트, 우리의 의식과 사회의 퀀텀 성장을 가능케하는 '뮤턴트'답게 실행조차도 언제나 '뮤턴트'의 사고체계에 따릅니다. 저희 부부는 이런 뮤턴트를 친구로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천군만마의 응원입니다. 하루 한 페이지의 자기성찰을 써는 오랜 시간을 지난 이제 3페이지씩을 쓰는 골든 모닝 루틴이라니... 늘 기적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기적은 바로 '반복의 지속'이지요.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 것처럼... 그 경이로운 루틴을 이렇듯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감사이며 뮤턴트의 변함없는 경외감입니다. 우리가 다시 조우할 때 뮤턴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지... 그것이 궁금할 뿐입니다. 부디, 건강 밸런스도 잘 챙기시길..."

며칠 뒤 모티프원의 딸로 부터 메시지가 왔다.

"전주에서 뮤턴트님께서 다녀가셨습니다. 함께 커피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이걸 아빠 엄마께 꼭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기어코 금일봉의 봉투를 딸에게 맡기고 간 것이다.

뮤턴트님의 의지는 이렇듯 곡절의 신간을 지나 저희에게 전해졌다. 아내와 나는 이 돈이 커피향보다 더 짙은 향기로운 일에 쓰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3


전직 MTB 선수였던 세르히오는 제법 큰 자전거 용품점을 운영했다. 그 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을 때는 이미 수중에 돈이 남아있지 않았다. 사업의 실패가 평소 쾌활했던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7년간은 마음의 감옥에 갇힌 시간이었어요. 모든 의욕은 사라지고 절망보다 깊은 우울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울타리 없는 그 감옥을 나올 수가 없었어요. 어떤 처방으로도 호전되지 않았지요. 의사는 치유가 더딘 정신병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도 치료를 포기한 그를 살린 것은 봉사였다. MTB 클럽을 만들어 봉사하고부터다. 청소년들이 반이고 성인이 반쯤인 이 클럽에서 그가 가르치는 것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니 그를 괴롭혔던 우울은 절로 사라졌다. 지금은 돈을 쫓던 과거와 단절하고 작은 자전거 수리점을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돈과 약보다 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생애 가장 충일한 날들을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 마리솔 씨는 29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편 몫까지 홀로 감당하며 다섯 자녀를 키웠다. 재혼은 생각지도 않았다. 증조할머니는 25명의 자녀를 낳아 홀로 키웠는데 다섯 아이쯤이야, 하는 자신감으로 아이들을 키워냈다. 자신감은 그녀의 평생을 관통하는 자존이자 용기였다. 그런 그녀에게 코로나19는 뜻하지 않은 후유증을 안겼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혈전증이 왔고 관절에도 문제가 생겨서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여전사의 용기로 일관해왔던 마리솔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휠체어에 앉아 성경 책을 읽는 것이다. 밥도, 약도 며느리가 먹여주어야 한다. 

헤르히오 씨의 부인, 마릴루씨는 자전거 수리기술을 남편에게 전수받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지금은 남편이 수리점을 비우고 MTB클럽 멤버들을 위한 훈련을 나갈 때나 시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때라도 걱정이 없다. 이제는 남편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리를 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루 종일 손에 기름을 묻히는 일을 하고 있지만 늘 웃는 얼굴이다.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이 험한 일을 하도록 한 남편이 밉지 않아요?"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얼마나 재미있는 분인데요. 언제나 저를 웃게 만드는 로맨티시스트에요. 저는 다음 생에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헤르히오를 선택할 거예요."

세르히오는 마리솔의 장남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어머니를 안고 재활운동을 시켜드린다. 부인과 함께 MTB트랙에 나갈 때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한 사람은 어머니의 휠체어 옆을 지키며 말벗이 되어준다.

이 가족을 꾸준히 만나면서 가진 미덕들이 얼마나 많은지 감탄하곤 한다. 금실, 화목, 희생, 효도, 봉사... 세르히오가 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는 생각했다. 뮤턴트의 금일봉이 가장 값지게 사용될 용처를 찾았다고...

#화목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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