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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09. 2024

내가 치열한 이유

그림일기_109


꼴찌의 효용



자전거에 오르면 치열해진다. 그 치열함은 타인을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64살의 내가 10살의 어린이를 이길 이유가 없다. MTB를 10년 탄 23살의 청년을 이길 수도 없다. 어제의 나를 이기는 것이다. 


바이런(Bayron)은 승부욕이 강하다. 내가 그를 앞지르는 것을 참지 못한다. 나는 한발 뒤에서 그를 따르는 것이 목표다. 사막 산의 선인장 사이를 달리는 '코요테 MTB 트랙'의 야간 라이딩에서 나를 한 발 앞서 달리던 그가 자전거를 팽개치고 울음을 터뜨렸다. 코요테의 울음소리를 듣고서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를 달래 다시 자전거를 타게 했다. 코요테가 그를 헤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몫이다. 


15살 페르난다(Fernanda)는 타이어 펑크가 잦다. 5km의 트랙 중앙에서 펑크는 자전거를 산 밖의 입구로 끌거나 지고 나가야 한다. 그녀와 교대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녀의 동료가 되어주는 것이 나의 보람이다. 


MTB 경기에는 1등이 있을 지라도 인생에는 등수가 없다. 지친 누군가의 삶에 먼저 경험한 이유만으로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될 수 있다면 내 인생의 우승이다.


꼴찌가 된다는 것은 포기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 뒤에도 누군가가 있다는 응원과 용기가 되기도 한다. 바이런과 페르난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고유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중한 동료이다.  



나는 꼴찌가 즐겁다


20240608

강민지



#MTB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라파스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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