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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18. 2024

귀신에 홀린 듯

Ray & Monica's [en route]_169


회색고래를 찾아서_4



다 자란 몸의 길이가 16미터에 달하며 몸무게가 45톤이나 되는 이 동물은 60년이나 살면서 우리 동해바다를 누볐다. 그런데 귀신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왜 자취를 감쳤으며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 의문의 동물은 귀신고래다.


물 밖의 상황을 엿보기 위해 물 위로 머리를 수직으로 드는 스파이호핑(Spy-hopping)이라는 독특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귀신고래라는 이름은 머리를 물 밖으로 세우고 있다가 사람을 보면 귀신같이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졌으니 이 생태적 특징의 반영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회색고래(gray whale)로 불린다. 태어났을 때는 검은 피부이지만 시간이 자남에 따라 옅어져 짙은 회색으로 바뀐다.


귀신고래는 이제 울산 울주의 선사시대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로만 남았다. 일 만년 동안 겨울철이면 동해를 찾아왔던 귀신고래는 왜 귀신처럼 자취를 감추었을까.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러시아와 일본의 포경회사들의 대량 포획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원에서는 2008년부터  '귀신고래를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내고 누군가의 목격이라도 제보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는 귀신고래 없는 고래축제를 1995년 부터 개최해오고 있다. 


나는 지난 12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의 태평양 연안 산 이그나시오 석호(Laguna San Ignacio)에서 회색고래 안내자 제라르도(Gerardo) 씨로부터 그 고래가 1월부터 4월까지 약 4개월 정도 이 반도의 여러 석호들로 찾아온다는 정보를 확보했다.


나는 이 반도의 남쪽, 라파스에 머물면서 회색고래의 회유시기를 기다렸다. 제라르도 씨로부터 1월 6일, 올해 첫 번째 회색고래가 그 석호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형편이 가능해진 2월 24일에 라파스 북서쪽 180km에 있는 회색고래의 최남단 번식터인 푸에르토 샬례(Puerto Chale) 어촌마을을 찾았다.


주민 약 40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어촌은 회색고래가 도래하는 겨울시즌에는 고기잡이 대신 회색고래투어에 매달린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배를 타고 회색고래보호구(Puerto Chale Santuario de La Ballena Gris)로 지정된 바다로 나갔다. 배에 오른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수많은 귀신들이 바다 곳곳에서 출몰했다.


우리 배를 잠시 훔쳐본 그들은 바로 바닷속으로 숨기를 반복했다.


왜 그들은 동해의 우리 바다가 아닌 이곳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가?( 다음 회로 이어짐)


●회색고래를 찾아서_1

https://blog.naver.com/motif_1/223287334119

●회색고래를 찾아서_2

https://blog.naver.com/motif_1/223288379822

●회색고래를 찾아서_3

https://blog.naver.com/motif_1/223289019845

#회색고래 #귀신고래 #푸에르토샬례 #산이그나시오라군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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