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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19. 2024

있을 때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자의 뒤늦은 추모

Ray & Monica's [en route]_170


회색고래를 찾아서_5



회색고래는 알래스카 바다 먹이터에서 이곳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석호의 번식지 사이, 16,000~22,000km를 주기적으로 이동한다. 북태평양의 얕은 해안에서 번식지로 향하는 두 방향이 있다. 하나는 북아메리카 태평양 해안을 따라 남하해 멕시코 석호에서 번식하는 '북동태평양 개체군'과 동북아시아 해안을 따라 따뜻한 남쪽 바다로 이동하는 '북서태평양 개체군’이 그것이다. 북대서양의 개체군도 있었지만 유럽 쪽 해안에서는 5백여 년 전에, 북미해안쪽에서는 18세기 초에 멸종되었다.


우리가 귀신고래라고 부르는 회색고래는 '북서태평양 개체군'으로 동해를 거쳐 남쪽 바다의 따뜻한 번식지를 오갔다. 하지만 11월~2월경에 남하하여 3~4월 경 다시 북상하는 회유생활을 했던 이들은 포경산업의 발흥과 함께 살아남지 못했다. 최근 이들이 사할린 연안에서 120두 이상이 관찰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목격되지 않았다.


산 이그나시오 석호(Laguna San Ignacio)에서 회색고래의 도착을 준비하고 있는 제라르도(Gerardo) 씨를 통해서 회색고래에 대해 입양 보낸 혈육 같은 감정을 갖게 된 것이다. 있을 때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그래서 사라진 것들을 추모할 줄도 몰랐던 과거에 대해 뒤늦게 슬프진 나를 위로하듯 회색고래에 집착하게 되었다.


뭍을 떠나 바다에서 폐호흡을 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기간을 잘 살아왔던 고래가 동해바다에서 인간의 뭇(작살)에 멸절되고만 이 슬픔을 어떻게 위안 받을 수 있을까. 뭇을 피한 나머지 고래들도 기후위기로 변화되는 북극의 환경을 따라잡지 못해 얼음 아래에 갇혀 호흡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익사할 위기에 처한 이 불가사의하고 섬뜩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회색고래에 대한 경외심을 가진 제라르도 씨는 회색고래 혹은 모든 생명체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다. 회색고래의 생태에 대해 좀 더 깊이 나아가고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말을 사렸다.


라파스에서 학자를 만났다. Maru Marcías 씨( @following_whales )가 그분이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회색고래를 찾아서_1 

https://blog.naver.com/motif_1/223287334119

●회색고래를 찾아서_2

https://blog.naver.com/motif_1/223288379822

●회색고래를 찾아서_3

https://blog.naver.com/motif_1/223289019845

●회색고래를 찾아서_4

https://blog.naver.com/motif_1/223482891252


#귀신고래 #회색고래 #푸에르토샬례 #산이그나시오라군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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