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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24. 2024

9살, 10살 커플의 싸우지 않는 방법

Ray & Monica's [en route]_173


수영장 생일파티 


#1


아내의 수영 동료인 파비올라(Fabiola)의 맏아들 프롤렌티노 알렉시스(Florentino Alexis)의 10번째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오늘(6월 22일)이 그 날이었다. 


가족애가 남다른 멕시코 사람들은 철저하게 생일을 챙기고 그 파티도 성대한 편이다. 그런 만큼 집보다는 레스토랑이나 이벤트홀을 빌려서 행사를 갖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파비올라는 프롤레티노와 2살 아래인 딸을 둔 31살의 군인이다. 라파스의 여름에 생일을 맞은 프롤렌티노의 파티는 좀 각별한 곳에서 열렸다. 군병원과 사택이 있는 군영내(Fuerza Aérea)의 수영장이었다. 큰 팔라파 (Palapa : 말린 야자나무 잎으로 지붕을 얹어 그늘을 제공하는 사방이 개방된 오두막 )가 함께 있어서 이런 행사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정오부터 시작된 파티는 해가 기우는 5시까지 계속되었다. 프롤렌티노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일가친지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물놀이로, 어른들은 팔라파 아래에서 수다로 우정과 가족애를 함께 다졌다. 아내는 파비올라와 수영장에서 인연이 맺어진 사이인 만큼 함께 수영도 즐겼다.  


모든 음식은 파비올라의 친정어머니 카르멘(Carmen) 씨께서 직접 만들었다. 카르멘 부인은 쉰셋의 나이지만 다섯 자녀에 10명의 손자와 손녀를 두었다. 카르멘 씨의 남편도 군인, 두 딸도 군인이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아들도 사관학교 입교를 앞둔 군인가족이었다. 


#2


파티 음식을 조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의 식음료 서빙까지 책임을 맡은 카르멘 씨가 좀 짬이 나기를 기다려 외손자의 생일에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화목의 비결을 물었다. 


"소통이죠. 우리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혈관이 막히지 않아야 하듯 화목하기 위해서는 식구들과 잘 소통해야지요."

-그것이 마음처럼 쉬운 것은 아니잖아요?

"자기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저희 부부는 몇 살처럼 보이나요?-

"어디 봅시다. 당신 부인은 52세, 당신은 54세쯤이요."

-오늘 파티에 오길 잘했군요. 아내는 64세, 나는 67세랍니다. 우리는 38년을 함께 살아왔고 그전에 7년쯤 연애를 했어요.

"놀랍군요. 저와 동년배 정도로 여겼죠. 전 결혼한 지 35년째입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들 3명은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았고 당연히 손자와 손녀는 없습니다. 당신은 10명의 손자 소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는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또한 저희들은 아직도 간간이 싸웁니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그렇지요. 싸움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고 하잖아요(That's how all marriages go, but they say that if there are no fights, there is no love). 그렇지만 하나님께 감사하게도 두 분은 여기에 함께 있잖아요."


#3


멕시코의 생일파티에서 케이크 커팅은 주로 파티의 말미에 이루어진다. 멕시코 전통 생일 노래인 'Las Mañanitas'를 함께 부르고 주인공이 커팅을 한다.


얼굴에 크림이 묻은 흡족한 주인공, 프롤렌티노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지금 몇 학년이야?

"4학년이요."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어?

"군인이 되고 싶어요."

-할아버지, 어머니에 이어서 너도 군인이? 왜 군인이 되고 싶은 거야?"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사람들을 지켜주고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군인도 여러 가지 역할이 있는데...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요."

-어른이 되면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해줄 거야? 

"글쎄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사촌들과 이모들에게 방이 많은 큰 집을 지어드리고 싶어요."

-여자 친구가 있어?"

"네. 인어 같은 옷을 입은 저 멜라니(Melany)이요."

-같은 학년이야?

"아니요. 멜라니는 9살이고 저는 10살이고요."

-어떻게 사귀게 된 거야?  

"저 아이의 사촌이 내게 소개해 주었어요."

"여자친구와는 싸우지 않고 잘 지내?"

"네. 싸우지 않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멜라니는 제게 잘해요. 간혹 그녀가 제게 화를 내고 때리기 시작하면 그것을 모르는 척하고 저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https://youtu.be/Ku0lJjFNnyw

#생일파티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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