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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n 22. 2024

길 위에서 얻은 두 가지

Ray & Monica's [en route]_172


따말 하나의 저녁식사

아내는 오늘 수영을 30분 더 즐겼다. 아내가 참여하고 있는 팀이 군인들인데 오늘은 부대 근무 사정으로 30분 늦게 합류해서 홀로 수영을 하고 군인들이 합류해서 다시 1시간을 더 훈련을 했다. 훈련이 끝나고는 부대의 지휘관이 와서 그동안 수영능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점검하고 표창장까지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같은 팀으로 수영한 아내도 부대원들과 함께 사진 찍으면서 마치 부대원인 듯 원팀을 과시했다.


수영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타이어 펑크가 났다. 뒤 타이어가 림에서 불리되어 자전거의 뒷바퀴를 들고 걷고 있는 상황에서 한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응급조치를 해주었다.


오후의 자전거 연습은 놀이로 대체했다. 일요일의 산악 사이클링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해변 인근의 BMX Bike Park에서 그동안의 훈련을 격려하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늦은 저녁식사는 따말 한 개로 대신했다. 따말은 옥수가루(닉스타말화 과정을 거친 masa)반죽에 다양한 속 재료를 넣은 다음  옥수수 껍질로 싸서 찐 멕시코 전통음식이다. 따말을 파는 분이 언제나 인근 슈퍼마켓, Aliser Allende 앞에서 밤 10시까지 자리를 지킨다. 그분이 우리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없애준다. 냉장고 없이 생활한 뒤부터 생겨난 식습관이다. 


냉장고 없는 생활을 하면서 샐러드가 주식이 되었다. 첫 끼니는 과일과 채소에 견과류를 얻어 올리브오일을 뿌려먹고 나머지 한 끼는 생선이나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를 볶아서 토르티야에 싸 먹거나 오늘처럼 따말로 대신한다.


냉장고가 있는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식비가 반으로 줄었다. 밥이나 찬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식사 준비 시간도 줄고 체중도 줄었다. 아내는 어제 수영장 체중계에 올랐다가 49kg이 된 것을 보고 좋아했다. 지난 10여 년간 50kg 미만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는데 아랫배의 지방도 사라지고 단단한 근육만 남았단다.


아내는 오늘 지난 한 달 동안 덜 지출된 식비를 이 동네 어린이들의 운동과 인성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는 부부에게 전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오기 전 많은 것을 소유했었다. 그러나 길 위에 있는 동안 배낭 하나만큼의 소지품만으로도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 외의 것은 편리함 때문이거나 겉을 꾸미기 위함이었다. 사람을 제외한 생명들은 가진 것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보면 배낭 하나의 세간도 적지 않은 것이다. 길 위의 시간이 길어질 수록 더 명확해지는 두 가지는 가진 것이 많을 수록 욕심은 더 커지기 마련이라는 것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매우 간소하다는 것이다.

#소유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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