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tif Jul 01. 2024

알렉시스의 진정성을 새기며...

Ray & Monica's [en route]_181


불면의 마지막 밤


지난 3개월간 함께 했던 이 마을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그동안 정이 들었던 길 건너의 자동차 수리점 형제, 전기톱과 전기대패로 우리의 인내심을 한층 단련시켜주었던 목수, 이 동네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는 열쇠점 아저씨, 따로 살지만 해가 밝으면 출근하듯이 오셔서 수다로 하루를 보내시는 의좋은 자매 할머니, 공설시장의 견과류 가게 아저씨, 치즈가게 모녀, 주스가게 총각, 야채가게 할아버지, 생선가게 부부, 시력이 악화되어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구두수선공, 중고장난감가게 아저씨와 그의 바람기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해 일편단심인 부인,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자전거 수리점 부부, 얼마 전 47세의 남편을 앞세우고 청상과부의 삶을 견뎌가고 있는 아주머니, 장애에도 불구하고 홀로 세상을 헤쳐온 여전사 할머니, 장 보는 것을 도와주고 통역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도와주었던 알리서 알렌데 수퍼마켓의 경비원, 누군가의 소통에서 막히는 순간이 있으면 영어 통역으로 뚫어주던 엔지니어 총각, 그리고 우리의 입맛을 찾아주곤 한 세 곳의 식당 주인 아주머니들... 이 생에서 다시 볼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뒷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떠돌이견 맥스, 우리 집 창문 너머 나무 아래를 터전 삼은 홀쭉한 고양이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가슴 아리게 남을 사람은 달이 중천에 올랐을 때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곤 했던 알렉시스 안토니오 알바레스 마르티네스(Alexis Antonio Alvarez Martinez) 씨이다. 이 33세의 가장은 2년 반전에 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내고 신부전 때문에 투석을 받아야 하는 어머님을 모시고 있다. 두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아내와 함께 갖은 방법으로 어머님의 투석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54세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해에 당뇨병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다.


알렉시스 씨는 조적공, 배관공, 전기기술자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지만 어머님의 지속적인 투석 치료는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다음날 어머니를 후안 마리아 데 살바티에라(Juan María de Salvatierra)병원으로 모셔야 할 때는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없음을 안 날 밤은 가족 몰래 집을 나온다.


2개월 전 어느 날 밤 그가 그렇게 우리 집 문을 두드린 것이 첫 남만이었다. 우리는 지난 2번의 구급차비를 부담할 수 있었고 어젯밤 8시에 다시 같은 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죄송합니다. 이번이 선생님 댁 문을 두드리는 마지막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일도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셔야 해요. 그런데 지난 일주일간 일한 임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 돈을 받으면 돌려드릴게요."


지난 두 번의 도움이 미안해서 이번에는 빌려 주기를 원했다. 나는 그의 표정과 옷차림, 말의 어조에서 가난 때문에 비루해진 온갖 자존을 구겨야 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격조를 읽을 수 있었다.


"당신 어머님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할게요. 나는 당신의 볼 때마다 당신이 언어로가 아니라 온 마음으로 호소하는 아들로서의 도리를 놓지 않으려는 효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당신의 가슴속에 든 그 진정성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물입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현금 모두입니다. 내일 어머님을 병원으로 잘 모시길 바래요. 우리는 내일이면 이곳을 떠난답니다. 그러므로 돈을 되돌려줄 필요가 없어요. 당신과 당신의 가족 모두를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그는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그리고 우리 여정의 안전을 그분께 당부하며 어둠 속으로 멀어져 갔습니다.


베수코나(Besucona) 도마뱀이 천장과 벽 사이의 모서리에서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효심 #라파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작가의 이전글 지금 죽으면 가장 후회 될 일, 몸으로 사랑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