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tif Jul 01. 2024

한밤의 세레나데

Ray & Monica's [en route]_182


부부 싸움의 화해 방식

멕시코 사람들은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음악과 함께한다. 생일과 결혼식 같은 즐거운 행사뿐만 아니라 장례식과 Día de los Muertos(죽은 자의 날)의 묘지 참배에도 마리아치 밴드를 불러 음악으로 고인을 추모한다.

우리나라에서 번안곡으로 많이 알려진 Las Golondrinas(제비)는 장례식 마지막 이별의 순간에 가장 많이 불리는 영가이다. "Junto a mi pecho hallará su nido(내 가슴 옆에 당신의 둥지가 있을 거예요)" 떠나보내지 않을 수 없지만 보내지 않겠다는 슬픔을 함축한다. 시적 감수성이 뛰어난 이들은 기쁨과 슬픔의 모든 순간을 음악으로 축하받고 위로받는다.


자동차의 통행도 거의 끝나가는 밤 10시 40분, 갑자기 큰 노랫소리가 길 건너 보이지 않는 곳으로부터 들려왔다.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다. 경사나 애사가 있지 않고는 이웃들이 모두 휴식할 시간에 이렇게 큰 음악을 연주할 이유가 없다고 여겨졌다.


노래의 진원지를 찾아서 집을 나섰다. 한 블록 떨어진 노란색 2층 집 앞에 주차된 자동차 트렁크에 설치된 앰프와 우퍼 스피커로 튜닝된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두 사나이가 그 자리를 지켰다.


경사나 조사가 아닌 맥주캔을 든 두 사나이의 일탈일까? 심야의 소란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다. 어떤 행사가 있나?

"친구를 위해 세레나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럼 2층 문 열린 방이 당신 친구의 여성이 있나?

"그렇다."

-그럼 여성이 발코니로 나와서 이 남자에게 키스라도 보내야 되는 거 아닌가? 로맨틱한 분위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좀 다른 경우다. 내 친구는 결혼을 했다."

-그럼 누구를 위해?

"친구의 부인을 위해 내가 헌신하고 있다. 구혼을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를 받고 싶어서이다."

-당신과 당신 친구의 이름은 뭐냐?

"나는 몽키(Monkey)이고 친구는 크리스티안(Christian)이다 우리는 10년 지기 절친이다."

-크리스티안 씨, 당신은 부인에게 무슨 건에 대해 세레나데로 용서를 빌고 있나?

"술을 많이 마시는 이유로 쫓겨났다."

-당신의 부인과 함께 마시면 괜찮았을 텐데...

"아이가 둘이 있어서 와이프는 술을 마실 수 없다."

-친구까지 동원한 한밤의 세레나데가 효과가 있을까?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와이프가 왓츠앱으로 선곡표를 보내왔다."

-당신 아내 이름은 무엇이냐?

"메르세데스(Mercedes)이다."

-그녀와는 어떻게 사랑에 빠졌나?

"동갑의 학교 동창이다. 18살인 고등학교 때 사랑에 빠졌고 졸업 후 결혼해서 14년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그때는 예뻐서, 지금은 그녀의 존재방식 때문에..."


우리는 다시 맥주캔을 부딛는 것으로 그의 화해를 축하했다.


https://youtu.be/SdUqJpM_h3M

#부부싸움 #라파스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작가의 이전글 알렉시스의 진정성을 새기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