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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l 25. 2024

그동안의 염려와 기도에 감사 올립니다.

Ray & Monica's [en route]_193


그랜드 캐니언보다 깊고 긴 계곡을 살아서 통과했습니다



라파스의 달콤한 정주를 뒤로하고 다시 길 위에 오른지 보름. 코르테스 해를 건넌 우리는 멕시코 서부지역을 남북 약 1,500km(약 930 마일)로 뻗어 있는 장대한 산맥,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Sierra Madre Occidental)를 횡단하기로 마음먹고 산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보름 만에 그 횡단을 마치고 치와와에 닿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희 부부의 안전을 궁금해하셔서 다양한 방법으로 안부를 물었음을 비로소 알았습니다.


"오랜만에 이동하시는 거라 저희도 두근두근... 혹여라도 한치의 불안한 마음 때문에 기도하며 기다렸지요^^"


무사히 협곡을 살아나왔다는 안도보다 기도하며 기다리신 이 마음에 더욱 울컥해졌습니다.


저희의 뜸한 소식에 각기 다른 언어, 같은 마음의 기도로 길 위의 안전을 빌었을 모든 분들에게 비로소 안부를 전합니다.


우리는 산중으로 들어선지 열흘 만에 전화벨 소리를 들었습니다. 버스 속 어떤 메스티소 분의 전화기 벨 소리였습니다.


와이파이나 데이터 사용이 불가능한 단절의 시간은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져서 그동안 잊었던 하늘 위에 별빛을 되찾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단절이라고 여겼던 것은 오히려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자 소통이었습니다. 내 옆 사람과 장엄한 자연과 나의 내면과 접속이었습니다. 편리함이라고 여겼던 것들에게도 빼앗긴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웅대한 산맥 속에서의 시간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때문에, 또한 높이 때문에 시시각각 두려웠지만 어느 순간 어머니 품에 안긴 듯한 안도가 찾아왔습니다.


영어로 코퍼 캐니언(Copper Canyon)으로 불리는 '바랑카 델 코브레(Barranca del Cobre)'는 장대한 경이로움 때문에 흔히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에 비교되곤 합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콜로라도 강이 깎아 만든 그랜드 캐니언보다 넓고 깊은...


동양화보다 더 동양화 같은 선경을 만났으며 그곳에서 주어진 모습 그대로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만났습니다.


곳곳에서 6,000피트(1,800m) 깊이의 6개 협곡이 나락처럼 입을 벌린 이 협곡 속에는 경이로운 삶과 죽음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포식자들과 절연하기 위해 바위 절벽 험난한 환경의 삶을 택한 산양이나 큰뿔양처럼 스페인 침략자들에 타협하거나 맞서는 대신 더 깊고 높은 곳에서 은둔하는 삶을 지속하고 있는 타라후마라(Rarámuri) 사람들이 그들의 습속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금과 은과 구리의 부를 찾아 그 협곡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인간의 도덕과 법을 넘어서는 범죄의 현장을 만났으며 그 잔혹함에 맞서 질서를 사수하려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트레킹중에 발아래의 쓰레기를 줍기 위해 연신 허리를 굽히는 사람, 손이 닿을 수 없는 깊은 계곡 여울의 바위 사이에 모여 맴돌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을 횡단하는 이 여정은 사전에 계획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지도상에서는 10여 km의 직선거리로 보였지만 중간에 넘을 수 없는 산이 가로막혀 몇백 km를 돌아야 하고 불과 몇 km의 직선거리이지만 건널 수 없는 계곡으로 막혀 다시 수십 km를 돌아가야 하는 경우는 현지에서 그 사정을 파악할 수밖에 없으며 그 길 조차도 현지인들에게 탐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이번 여정에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변해서는 안 되는 것과 변해야 하는 것'에 관한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사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살아남은 시간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뉴스의 헤드라인 속에서는 종말을 맞는 순수를 애도하는 시간만이 남은 듯하지만 여전히 어느 곳에서는 순수가 파릇파릇 싹을 틔우고 있는 모습을 목도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보고 들은 이 모든 것을 어떤 글로도 사진으로도 그림으로도 모두 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의 안부를 염려한 분들의 은정에 대한 변명처럼 저희의 경험을 짬짬이 전하겠습니다.


아래는 지난 보름 동안 우리가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을 통과해 오늘에 닿은 약 2,548km 여정의 개괄입니다. 이로써 지난 보름간의 안부를 전합니다.


그동안의 염려와 기도에 감사 올립니다.


2024년 7월 24일

_치와와에서 이안수 강민지 드림



■Sierra Madre Occidental's Transverse Journey(2,548km)


●Sinaloa Province

-Topolobampo_El Maviri(Playa El Maviri) 11km

-El Maviri_Topolobampo 14km

-Topolobampo_Los Mochis 28km

-Los Mochis_El Fuerte 86km

-El Fuerte_Los Mochis 86km

-Los Mochis_Bahuichivo 220km


●Chihuahua Province 


-Bahuichivo_Cerocahui 17km

-Cerocahui_Urique 39km

-Urique_Cerocahui 39km

-Cerocahui_Cuiteco 64km

-Cuiteco_Cerocahui 64km

-Cerocahui_Areponapuchi 60km

-Areponapuchi_Divisadero 4km

-Divisadero_Areponapuchi 4km

-Areponapuchi_Copper Canyon Adventure Park 5km

-Copper Canyon Adventure Park_Areponapuchi 5km

-Areponapuchi_Creel 52km

-Creel_Basaseachi Falls 213km

-Basaseachi Falls_Creel 213km

-Creel_Aguas termales de Recowata 21km

-Aguas termales de Recowata_Creel 21km

-Creel_Cascada Cusárare_Valley of the Mushrooms 49km

-Valley of the Mushrooms_Creel 4km

-Creel_Batopilas 136km

-Batopilas_Creel 136km

-Creel_Guachochi 158km

-Guachochi_Sinforosa 20km

-Sinforosa_ Kokoyome 55km

-Kokoyome_Guachochi 38km

-Guachochi_Parral 201km

-Parral_Chihuahua 225km

-Chihuahua_Cuauhtemoc 104km

-Cuauhtemoc_Museo Menonita & village 26km

-Menonita village_Cuauhtemoc 26km

-Cuauhtemoc_Chihuahua 104km

#SierraMadreOccidental #LosMochis #Creel #Chihuahua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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