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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Jul 30. 2024

역사에는 언제나 피 냄새가 난다.  

그러나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타라우마 사람들처럼..

 

Ray & Monica's [en route]_194 | 치와와, 다시 노스웨스트 버스에 오른다. 



"먼저 음식이 좋아요. 육류 종류가 정말 품질이 좋죠. 도시 외곽에는 목장들이 많아서 그곳에서 자란 건강한 소들 때문이에요. 도시 북부의 넓은 목장에서 방목된 소들입니다. 브랑구스(Brangus)종이 많은데 이곳에서 생산된 것이 으뜸입니다. 그 고기의 바비큐인 카르네 아사다(Carne Asada)가 일품입니다."


통신이 두절된 산속에 있다가 보름 만에 치와와 시로 내려오니 마치 어릴 적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느낌이다. 먼저 치와와주 주지사가 근무하는 '팔라시오 데 고비에르노(Palacio de Gobierno. 주 정부청사) 1층의 Tourist Information Center로 갔다. 멕시코에서 가장 넓은 주인 치와와주와 그 주의 주도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얻어 이 광대한 주를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에 대한 좌표를 잡기위해서 였다.


얘기 끝에 청순한 표정의 치와와 시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두 친절한 여성, Mariana Sigala 씨와 Marisol Cardenas 씨에게 이 도시에 사는 즐거움에 대해 몇 가지 꼽아달라고 요청을 한 뒤에 들은 첫 번째 장점으로 '브랑구스 고기 맛'을 꼽아서 좀 놀랐다.


"물론 고기 맛이 다가 아닙니다. 도시가 청결해요. 도시청결을 위해서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지요. 홈리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극소수입니다."


미국의 한 홈리스 사례를 꺼냈다가 바로 입막음을 당했다.


"미국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이곳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시에요!"


두 여성이 교대로 나열하는 치와와의 장점은 끝없이 이어졌다.


"고요한 도시죠. 전원적이고 멕시코의 다른 큰 도시에 비해 교통체증이 거의 없어요. Distrito Uno 같은 신개발지역은 업무, 주거, 여가가 통합된 고층 빌딩의 시크하고 스마트한 대도시이지만 도시 밖은 바로 끝없는 들판과 자연이에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의 성정도 도시민의 정서라기보다는 시골 정서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죠."


역사는 피를 머금고 있음을 이곳에서 두 여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들었다. 우리가 얘기를 나눈 사무실에서 열 걸음 밖의 청사 중정에서 멕시코 독립 역사상 가장 의미 깊은 총살이 있었다. 총부리가 겨눈 한 사람은 가톨릭 신부인 이달고 디 코스티야(Miguel Hidalgo y Costilla). 그는 멕시코 독립운동을 촉발시킨 사람이다. 멕시코의 가장 중요한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인 9월 16일은 그가 돌로레스(현재 과나후아토의 돌로레스 이달고 Dolores Hidalgo, Guanajuato)에서 'Grito de Dolores(돌로레스의 외침)'로 알려진 무기 징집을 선언한 날이다. 이 선언은 스페인 식민 지배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오랜 투쟁의 시작을 의미했다.


주정부 청사인 팔라시오 데 고비에르노는 단순히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청사 건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1층 회랑에는 멕시코 혁명의 장면들과 치와와와 멕시코 역사의 주요 사건을 묘사한 인상적인 벽화로 둘러져 있다.


벽화로 빼곡한 이 회랑의 중정에서 총살이 시행된 것이다. 일대는 그가 코아우일라(Coahuila) 주에서 체포되어 치와와로 이송되어 투옥되고 당시 정치범에 대한 일반적인 사형 방법인 총살형에 의해 처형되고 처형 후 시신이 다시 참수된 곳이다. 참수는 이 청사 앞 앙헬 광장(Plaza del Ángel)에서 이루어졌다. 참수 후 그의 머리는 장대에 꽂히고 몸은 별도로 여러 도시로 이송되어 공개 전시되었다. 독립운동에 대한 억지력을 갖고자 그를 본보기로 삼고자 한 스페인 당국에 의한 모욕적이고도 섬뜩한 조치였다.


두 여성을 통해 치와와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와 정서를 학습하면서 현주지사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2021년 9월에 취임한 마루 캄포스Maru Campos로 불리는 마리아 유지니아 캄포스 갈반(María Eugenia Campos Galván)은 이제 임기가 2년이 안되게 남았죠."


멕시코는 공직에서 더 많은 여성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별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 및 지방 정부 역할을 포함하여 정치적 위치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올해 대선에서 멕시코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실종되거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십자가들이 청사 맞은 편 이달고 공원 초입에 세워져있다. 그 십자가가 그곳에 있는 이유를 한 십자가 명패로 말하고 있다.


"인간은 최악의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 그것이 역사에서 상실되거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허용할 수 없기때문에 만행과 불의에 의해 희생된 우리의 형제와 조상을 기억하기위해 이 십자가를 세웁니다."


지난 닷새 동안 치와와 시를 비롯한 주변을 기행 했다. 치열하게 몸을 혹사한 일정이었다.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쿠아우테목(Ciudad Cuauhtemoc)까지 다녀왔다. 쿠아우테목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메노나이트 마을과 그들의 박물관(Museo Menonita)를 다녀왔다. 변함없이 신념을 유지하고 생활 습속을 고수하는 경이로운 의지들을 대면하고 싶었다. 마을에서 어른을 만나고 그 전통과 현재의 괴리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답해줄 수 있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치와와시의 일대는 타라우마라(Tarahumara) 원주민 문화, 재침례파(Anabaptist)인 메노나이트 문화, 원주민과 유럽인과의 혼혈인 메스티소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차이와 다름, 옳고 그름에 대한 탐구와 사색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이제 가방을 싼다. 다시 떠날 시간입니다. 버스에서 내릴 때의 낯설었던 도시도 촘촘하게 발자국을 찍으면서 마치 혈연이라도 된 것처럼 마음이 붙었다. 그 역사에, 그 사람에, 그 사람의 삶에... 그 도시에 남긴 발자국이 많을 수록 떠나는 마음의 중력은 세어지고 발걸음은 무거워져 10년 유랑을 작정하고 처음 한국을 떠날 때의 그 마음이 된다. 정든 곳에 남고 싶은 마음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 때 마다 마라토너 에밀 자토펙의 말을 기억한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꾸준히 달린다는 타라우마라 사람들을 통해 충전된 의욕으로 노스웨스트 버스(Camiones Noroeste)에 오른다.

■치와와시(Chihuahua City)에서의 여정


●Ciudad Cuauhtemoc(105m 1시간 20분)

-Omnibus De México - Cuauhtemoc

- Parque El Mirador

-Silos Coca-Cola

-Catedral de Cuauhtémoc (San Antonio de Pádua)

-Cerro Ruelas

-Museo Menonita

-Pueblo de Menonita

-Panaderia MFM


●Ciudad de Chihuahua

-Plaza del Ángel

-Plaza Hidalgo

-실종되거나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십자가

-Palacio de Gobierno

-Museo Miguel Hidalgo

-Alas de la libertad

-Calabozo de Miguel Hidalgo

-Casa Chihuahua Centro de Patrimonio Cultural

-Museo de la Lealtad Republicana Casa Juárez

-Centro de Desarrollo Cultural

-Centro histórico de Chihuahua

-Catedral Metropolitana de Chihuahua

-Museo Sebastián Casa Siglo XIX

-Centro Cultural Universitario Quinta Gameros

-Parque Eloy Vallina

-Parque Revolución

#Cuauhtemoc #Chihuahua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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