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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Aug 04. 2024

이곳에서는 여전히 비극이 지척이다.

Ray & Monica's [en route]_195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árez)



지난번 치와와시를 떠나면서 다음 행선지를 밝히는 대신 '노스웨스트 버스(Camiones Noroeste)에 오른다.'라고만 했다.이유가 있었다. 행선지가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árez)였기 때문이다. 이곳은 미국 텍사스(Texas) 엘 파소(El Paso)와 리오 그란데(Rio Grande) 강을 사이에 둔 도시로 마킬라도라(Maquiladora 미국 국경 근처에 위치하면서 무역협정의 혜택에 따라 관세를 줄여 미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멕시코의 외국 조립 가공업체)가 발달한 제조업 산업의 중심지로만 알고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마약 밀매와 폭력의 뉴스와 나르코스(Narcos) 영화 시리즈의 자극적인 장면들로 각인되어 있다. 


실제로 후아레스는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와 같은 나라에서 생산되고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운송되는 마약 핵심 루트 중의 하나이며 경쟁 카르텔의 납치, 살인은 물론, 사법당국과의 경쟁으로도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이곳의 리오 그란데 강둑은 주로 중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빈곤과 부패를 피해 미국으로 향하는 캐러밴 퍼레이드의 최종 도착지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어떻게든 미국으로 입국할 방법을 모색한다. 이 국경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위험과 가혹한 고통을 감내했던 이들을 리오 그란데 강이 그들을 막아선다. 미국 측 강둑을 따라 이어진 트럼프 장벽은 그들의 절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듯 하다.


미디어와 유튜브 속에서 20여 년 전의 폭력 상황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마약 전쟁의 격전지이자 이민자들이 몰려드는 곳을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족들에게도, 또한 지인들에도 염려를 안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시우다드 후아레스를 방문하고 싶었다.


2008에서 2011년까지 시날로아 카르텔과 후아레스 카르텔 간의 세력 다툼으로 살인율이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되었다. 2010년에는 3,000명 이상아 살해당해 최고조에 달했던 살인율은 점차 감소해왔지만 2019년에 재개된 카르텔의 폭력으로 1,500건이 넘는 살인사건이 발생해다. 급증했던 살인율은 다시 진정되고 있다.


이민자들도 현격하게 줄었다. 한 여름의 더위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므로 다시 폭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강둑의 이민자들을 위해 임시로 마련되었던 캠프는 철거된 상태이다. 


이 도시에서 닷새가 지났다. 그동안 20여 년 전의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민자들을 만났다. 늘어난 일자리를 찾아 이 도시로 온 여러 사람들을 만났으며 여전히 이 도시에서 행복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경찰을 만나고 이민자 보호소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도시엔들 비극과 희극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곳에서는 여전히 비극이 지척이다.



#시우다드후아레스 #리오그란데 #Chihuahua #멕시코여행 #세계일주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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