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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Aug 06. 2024

그들이 나의 슬하를 떠났듯 우리는 그들의 그늘을 떠났다

Ray & Monica's [en route]_196


East Leroy, Michigan


새로운 세계에 맞닥뜨리는 일로 나의 딸·아들들인 그들과 떨어져 있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길 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숙소를 구하고 낯선 도시를 어떻게 탐험해야할지로 분주해서 그들의 안부에 관심을 갖는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가 마침내 안전한 숙소를 찾아들고 샤워를 하고 나면 비로소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나 싶어진다.


우선은 컴퓨터를 켜고 그들이 올리는 글을 확인한다. 글은 말보다 정제된 내용이라 앞뒤의 여러 정황을 더 잘 유추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의 글에 접속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불안한 마음이 된다.


그들 앞에 허들보다 허들을 넘은 얘기들이 있으면 참았던 숨을 내쉬듯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절로 일어난다. 그 감사의 대상은 내 아이들이라기보다 막연한 대상이다. 그것을 극복하도록 도와준 그들의 이웃이거나 친구이거나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물밑의 사람들일 수도 있고 전능한 천지신명일 수도 있다.


가족의 행복이라는 것이 권솔들과 지척에서 오순도순 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달리 해석했다.

좀 더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커서 어떤 시기가 되면 슬하를 떠나야 하고 그들이 주축이되는 역할을 수행해야 되는 세대바뀜의 때가 되면 부모는 지척에서 그들의 봉양을 받기보다 그들이 슬하를 떠나 대양을 탐험했듯 이번에는 우리가 그들을 떠나 그간 알지 못했던 산과 계곡, 그리고 그 비탈과 골짜기 물가에서 마을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을 대면하는 방랑이 오히려 그들과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비로소 지구 반대편에서 오래된 인연을 만나 그 집에서 모든 필요를 충족하고 샤워를 마치고 나니 문득 그들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오늘은 감사가 절로 새어 나와 휘파람 같은 안도가 휘감는 큰딸 나리의 글이 올라있다.


___


2022년 3월 1일.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막내 남동생 영대가 잠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찍은 가족사진입니다. 이후로는 아직 가족사진이 없네요. 22년부터 부모님은 유랑을 시작하셨고, 이 전에는 동생들이 언제나 해외에서 생활하고 공부하고 일하는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7살부터 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대학도 연극학과 연기전공으로 졸업했지요. 언젠가 다른 직업을 탐구하고 고민한 적이 있지만 30대에 들어서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 할것이다.’ 라고 결정하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둘째인 여동생 주리는 우리 가족 중 가장 이타적으로(제 생각에) 항상 도우며 세상에 힘이 되는 일에 관심이 있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박노해 시인의 책과 시를 좋아하곤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프랑스와 아프리카에서 수년간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였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UNDP에서 이바지를 하고 있지요.


주리와 저는 분명 중간 잠시 고민하고 다른 직업을 경험하기도 하였지만 돌아보면 아주 이르게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막내인 영대는 더욱 자유롭게 방랑한 듯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반려견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자 하였고, 그림에 빠진 후로는 순수미술을 하러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군대 제대하고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을 때 저는 솔직히 조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어안이 벙벙했을 때는 영국에서 공부하며 만들었던 영대의 영화가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입니다. 그간 서로 오래 떨어져 살아서인지 그가 그렇게나 영화에 열성을 가지고 매진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겠죠.


부모님이 10년 계획으로 한국을 떠나시고 나서야 이제 삼남매가 모두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뚝심 있게 홀로 기획하고 쓰고 찍으며 영화를 만들던 동생은 한국에 들어와 매우 흥미로운 작업에 디렉터로 팀이 되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동료가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더 재미있게도 그 동료가 제가 아역 때부터 함께 자주 작업하던 동료이자, 대학교 동기이며 응원하고 존경하는 배우 류덕환입니다. 게다가 그래픽은 모티프원의 마음 노트를 디자인해 준 고준호 작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에겐 이 팀이 어벤저스처럼 보이네요. 벌써부터 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배우 류덕환이 제작기획하고 제 동생 이영대가 디렉터로 작업하고 있는 전시 ’NONFUNGIBLE : 대체불가’를 쩌렁쩌렁하게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봄에 이루어졌던 첫 전시를 관람한 관람객으로서 그리고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도 이 전시를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항상 궁금해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그 사유를 기록하는 입장으로서도 이 전시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대체불가능한 이야기가 진수성찬처럼 차려져있는 ‘NONFUNGIBLE : 대체불가’로 발걸음 해보시길 바랍니다.


___


@clownryu 류덕환이 기획하고 이영대가 디렉터로 작업한

류승룡(@ryuseungryong_),천우희(@thousand_wooo), 지창욱) (@jichangwook), 박정민. 네 배우의 진솔한 기록과 대체불가한 NFA작 품을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 예매 링크 : ETIK 프로필 링크 클릭

� 전시 기간 : 2024.08.09 - 08.25

� 얼리버드 : 24.07.22(MON) - 24.07.31(WED)

� 일반티켓 : 24.08.01(THU) - 24.08.25(SUN)

�전시 장소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6길 36, 앤더슨씨 성수

*<NONFUNGIBLE : 대체불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빈티지 가구 브랜드 앤더슨씨(@andersonc_design )와 함께 합니다.


ETIK X ANDERSON C

@etik.archive x @andersonc_design

_by 이나리 @naa.ri

https://www.instagram.com/p/C-C9ADyvKxz/?img_index=3


#이스트리로이 #미시간 #미국여행 #세계일주 #NONFUNGIBLE #대체불가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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