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19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 이안수ᐧ강민지
어제 붉은 황혼으로 오늘 날씨를 예보했던 것처럼 비로 샤워를 한 맑은 하늘 아래의 섬을 여행했다.
녹색 현수교를 따라 들어가자 전혀 다른 기운이 우리를 끌어당겼다. 사슴섬(Deer Isle). 이름도, 분위기도 우리나라의 부지런한 어민들이 사는 오지 어촌마을 같았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흠모해온 스콧과 헤렌 니어링 부부의 삶을 흔적을 쫓아 Forest Farm인 Good Life Center로 가는 길이었다. 버몬트 윈홀에서 고립의 자급자족을 살던 부부는 주변 개발로 더 이상 적막함이 불가능하게 된 환경을 피해 또 다른 벽지로 찾아던 곳이 메인주의 하버사이드(Harborside)였던 만큼 자칫하면 다른 길로 접어들기 쉽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까딱 잘못 든 길에서 작은 '사슴섬'을 만난 것이다. 사실 우리는 현수교 입구에서 길을 잘못 든 것을 이미 알았다. Forest Farm은 섬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색 현수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사슴의 뿔만큼이나 높고 좁았다.
다리를 넘자 바로 작은 집이 우리를 맞았다. 오픈 깃발이 걸린 '인포메이션 센터'였다. 내게 무슨 질문이던지 하세요,라는 표정의 단아한 여성을 향해 사실대로 말했다.
"스콧과 헤렌 니어링 부부의 Forest Farm를 찾아가는 길입니다만..."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다리를 건너오기 전에 블루 힐(Blue Hill) 반도로 가셔야 합니다."
"하지만 이 섬은 여느 섬과는 다른 끌림이 있습니다."
"잘 보셨습니다. 존 스타인벡의 'Travels with Charley: In Search of America(찰리와 함께하는 여행: 미국을 찾아서 *그의 개 Charley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는 여행기 )'라는 책에서도 이 섬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요. '고립과 시대를 초월한 속성(isolation and timeless quality)에 대해서요."
"작가들도 많이 찾는 곳인가요?"
"화가들이 많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 섬의 남단에 있는 스토닝턴(Stonington)에는 갤러리들과 멋진 레스토랑들도 있어요."
애니(Anny)씨는 필라델피아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사위가 '노(Noh)씨 성을 가진 남한 사람이라고 했다.
Good Life Center에 가야 하는 날(노동절(Labor day)부터 원주민의 날( Indigenous Peoples' Day : 10월 두 번째 월요일)까지는 토요일과 일요일 1시부터 5시까지 오픈)이 아니었다면 이 섬에서 노을을 맞이하고 싶었다.
'디어 아일'은 메인주에서도 매년 수백만 파운드의 랍스터가 생산되는 최고의 랍스터 항구였다.
스타인벡은 이 섬에 대해 길을 잃기 십상이라고 언급했지만 지금은 그럴 염려가 없다. 애니 씨가 준 지도만으로도 '길을 잃는 경험'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스토닝턴 항구는 넋을 뺏는 풍경이다. 몇몇의 어르신 여행자들이 느린 걸음으로 항구를 걷거나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바위섬 너머의 만으로 눈길을 주고 있다. 테네시에서 오셨다는 부부는 엄지를 세우며 지금까지의 결혼기념일 여행에서 최고라고 했다.
항구 뒷골목에서 작은 갤러리를 열고 있는 86세의 잭(Jack) 할아버지는 50년 동안 스토닝턴을 떠나지 못했다고 했다.
"미시건에서 살았었다오. 그런데 예술학교에 등록하고 이곳으로 와서 이곳에 눌러앉았소. 하지만 내가 직접 창작을 하지는 않고 마누라와 이런 작은 가게를 꾸리며 살아왔다오."
할아버지께서 미시건에서 이 섬으로 온 계기가 된 것처럼 이 섬이 예술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요인들이 있었다. 영감을 주는 독특한 섬과 페놉스코트 만(Penobscot Bay)의 경관뿐만 아니라 1950년에 설립되어 국제적 명성까지 얻은 헤이스택 마운틴 공예 학교(Haystack Mountain School of Crafts)가 있고 지역사회에서 예술을 지원하는 협회(Deer Isle Artists Association)도 있었다.
어부들에게는 풍요로운 랍스터 어장으로,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의 장소로 아름다운 사슴섬, 섬을 일주하는 동안 아름다움과 평온함으로 내 모든 감각 세포들이 채워졌다.
이섬을 돌아 다시 Forest Farm을 향하면서 이것은 스콧과 헤렌 니어링 부부가 우리에게 준 선물로 여겨졌다.
*버몬트의 윈홀과 메인의 하버사이드 Forest Farm 방문에 관한 여정은 너무나 벅찬 얘기라 당분간 우리 부부의 가슴속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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