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20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 이안수ᐧ강민지
#1
또 다른 '하루'라는 천지가 막 시작되는 시간에 물위로 나갔다.
해가 수초밭 가장자리 아름드리나무의 뿌리에서 솟아
그림자들을 무한대로 만들었다.
달이 물러나면서 북대서양 바닷물 방향을 바꾸는 시간이었다.
광활한 갯벌을 뒤덮은 수초들,
그 사이에 난 갯골로 나아갔다.
염습지의 수초들은 몸을 흔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환호하며
천지의 태동을 반긴다.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모든 것이 움직인다.
움직임은 살아있음이다.
#2
깊은 숨을 들이켰다.
온 우주가 내속으로 들어왔다.
나의 피와 살이었던 사람들과도 헤어진 게 아니었구나.
그들은 떠난 것이 아니라 그리움을 징검다리 삼아
여전히 나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구나.
만남을 두려워할 필요도
헤어짐을 죽도로 애달아할 필요도 없구나.
숨으로 연결되어있음을 감사하면 될 일이구나.
#3
갯그렁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미안하다.
나의 기척이 네 두려움이 되었구나.
그렇지만 오해를 풀어라.
나는 너로 인해 기쁘다.
그러니 나는 너희들의 적이 아니란다.
나는 네가 밤을 보낸 갯그렁 둥지처럼
너의 안심이기를 바란다.
#4
더 흐른다면 대양이다.
나를 업고 왔던 썰물과 헤어질 때다.
칵핏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발받침대에 힘을 넣었다.
다시 패들을 잡았다.
되돌아갈 때다.
나의 모든 그리운 이들에게
이 아침의 고요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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