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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덕을 아내와 함께 왔다.

Ray & Monica's [en route]_221

by motif


프로빈스타운( Provice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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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 이안수ᐧ강민지


프로빈스타운( Provicetown)의 모래언덕에 오르고 부두와 거리들을 걸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모든 것들과 마음을 맞추었다. 프로빈스타운은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Cape Cod)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해변과 사구, 습지, 그리고 그 습지를 노니는 야생동물들, 해변으로 난 길에서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오리와 함께 수영하는 사람들, 바다의 노을을 한 없이 바라보는 사람들... 이런 풍경은 바닷가 마을 어디에도 흔한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이곳을 그저 작은 마을이라고 통칭하기에는 너무나 특별한 곳이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처음으로 상륙한 곳이며,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마크 로스코(Mark Rothko)가 활동한 미국현대미술의 탄생지이며, 메리 올리버(Mary Oliver),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유진 오닐(Eugene O'Neill), 수잔 글레이스펠(Susan Glaspell)의 시와 소설과 연극들이 탄생한 곳이다. 그리고 21년 전 내가 이곳에 머물던 곳이다.

나는 마크 트웨인을 만나기 위해 방문했던 하트포드(Hartford)의 호스텔에서 만난 남자와 인연이 되었다. 이곳에 오기위해 플로리다에서 3박4일을 달려온 65세의 독신남 에드(Ed)였다. 다행히 그의 차에 편승해 190마일의 거리를 올 수 있었다. 덕분에 낡은 차 속에서 4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그가 토해내는 내면의 이야기를 들었다.

"65세의 독신. 미시간 대학과 미시간 주립대를 번갈아 다니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그의 일은 늘 계약직을 전전해야하는 일이었다. 안정되지 못한 직장 탓에 그는 자신이 가정을 갖기에는 충분한 여건이 되지못한다고 여겼다. 대학시절에 한 한국 여학생과 열심히 데이트한 적도 있고, 졸업 후 2년간 동거한 적도 있지만 결혼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현재의 독신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곳은 7년 전 보스턴에서 한시적으로 일할 때 우연히 방문했다가 이 ‘모래언덕의 황량함’과 ‘인적 드문 쓸쓸함’ 그리고 ‘바다의 침묵’이 마음에 들어 이미 여섯 차례를 다녀간 터였다.

몇 년 전에는 보스턴에서 사귄 아이가 4명이 딸린 40살의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다섯 차례는 혼자였다. 그녀와 플로리다에서의 결혼생활을 잠시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그녀의 변덕스러운 성격 탓에 플로리다로 둥지를 옮기기도 전에 헤어졌다._20030522목요일의 일기"

당시 그는 장거리 운전을 몹시 힘겨워했었다. 어쩌면 그 당시 일곱 번째 방문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 또한 그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가장 노릇을 포기하고 나라밖을 떠도는 처지인 내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는 잠재된 압박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거대한 모래언덕에서 대서양의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동안 무시로 고개를 들곤 했던 막연한 외로움이 또다시 발동했다.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수다 중에도 불쑥 외로움이 돋곤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그것은 가장 노릇을 팽개치고 지구 반대편을 떠돌고 있는 무책임에 대한 자책에서 비롯된 듯도 싶고, 새로운 인연이 묵은 인연을 대체할 수 없는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듯도 싶다.__20030522목요일의 일기"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모아둔 동전 몇 닢을 넣고 전화기를 눌렀다. 내 아이들을 건사할 돈을 벌어야하는 역할로 외로울 틈 없는 아내는 내가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 친구의 죽음을 알려주었다.

그 언덕을 아내와 함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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