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Blues보다 더 두려운 것은...

Ray & Monica's [en route]_234

by motif

NYC를 마치 직장인처럼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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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녹색이었던 정원의 나뭇잎이 어느새 노랗게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미풍에도 하나둘씩 땅으로 내려와 앉는다. 나뭇잎이 뉴욕에서의 시간 흐름을 일깨우고 있다.


우리가 뉴욕시로 들어온 지 27일째를 맞았다. 이 도시에 들어오던 날을 기억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맨해튼의 마천루보다 더 높은 물가, 제각각 분주한 발걸음, 결코 꺼지지 않은 등불의 이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우리도 쉬 잠들 수 없었다.


욕망과 야망, 투쟁과 성취의 전투장 같은 이곳에서 우리가 기대한 것은 온기와 온정, 희생과 배려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고와 창의성, 그것이 만들어낸 시스템 같은 것이었다.


그 모든 것들이 공존하는 도시에서 그 모든 것들은 어느 일방의 모습이 아니라 상호 한 몸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이도시가 일깨워주었다. 칼날처럼 예리한듯하지만 솜처럼 부드러운 도시... 얇은 지갑, 낡은 근육, 느린 속도의 우리가 이곳에서 27일간이나 생존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그것의 증명이다.


어제도 우리는 맨해튼 풍경의 일부가 되는 하루였다. 81 St-Museum of Natural History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에 들여다본 아내의 Health 앱은 우리가 2만보를 넘게 걸었음을 보여주었다.


두 번의 지하철과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들어오니 이미 밤 10시가 지나있었다. 아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순서를 기다리던 내가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떠니 다음날이었다.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우리도 뉴욕을 너무 욕망하면서 산듯하다. 퇴근 후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절로 잠이 든 지난날 내 젊었던 직장인 시절이 소환되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휴식이다.


#2


지난 일요일, 온유한 마음의 직장인 뉴요커 Ellen Song 님과 이스트강변을 걷고 들어온 다음날에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월요일인 오늘, 회사에서도 즐겁게 보내셨는지요. 월요일은 한국에서 직장인들이 '월요병'이라는 정신적 피로감을 앓는 날이 기도합니다. 어제 저희들이 선생님의 에너지를 많이 소진케해서 이번 월요일은 신체적 피로감까지 증가하지 않았을까 염려됩니다.


17, 18세기에는 '세인트 먼데이(Saint Monday 성 월요일 ; 노동자들이 월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관행)'라고 쉬는 전통이 있었다지만 당시에는 토요일에 풀타임으로 일했으니 지금과 다를 바는 없지만 선생님의 출근한 상황을 생각하니 '성 월요일'이 그리워집니다.


저희는 선생님과의 산책을 반추해 보는 시간으로 오늘도 행복했습니다. 선생님과의 대화는 기쁘고도 슬픈 모든 가족들의 공통된 자화상 같습니다. 어느 가족이나 그렇듯 애절한 요소들이 함께한답니다. 그 모든 것을 잘 승화한 선생님이 얼마나 대견한지요.


선생님은 비록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생후 2개월에 미국으로 온 만큼 1.5세가 아니라 2세인 셈이지요. 이민 2세의 삶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하루였습니다.


선생님께서 직접 흙을 만져 구운 세라믹 델리 컵 작품을 오늘도 꺼내보며 선생님의 분신으로 간직해야겠다고 아내와 얘기했습니다. 선생님의 저널도 새기며 읽겠습니다. 이제 Queens와 Astoria는 저희에게 선생님을 빼고는 반추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부디 세계의 또 다른 골목에서 함께 걸을 수 있기를..."


Ellen Song 님의 답 메시지로 '월요병'보다 무서운 '일요일 증후군'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다.


"미국에도 'Monday blues'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월요병 보다 더 무서운 'Sunday Scaries'이라는 말이 있지요. 휴일인 일요일부터 내일 힘들 월요일을 생각하면서 긴장되고 우울한 감정. 전 Monday Blues보다 Sunday Scaries이라는 것이 더 끔찍합니다.


두 분 덕분에 어제는 무섭지 않은,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일요일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사무실에서 열심히 만족하는 일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이웃 어르신처럼 따듯하게 대해주신 것 잊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또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멋진 두 분 계속 응원합니다. 꼭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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