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39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맨해튼의 '2024 코리안 페스티벌'에 다녀온 날 저녁, 한국의 딸에게 메시지가 왔다. 엄마아빠의 모습이 한 외국 인플루언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가있다는 내용이었다.
딸이 보내준 링크의 인스타그램 영상에는 맨해튼 West 32nd St가 길 위의 우리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다.
코리안 페스티벌의 다른 부스를 눈으로 더듬는 중에 바로 옆에서 누군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먼저 알아차린 아내는 한 젊은이가 미끄러진 것 같다고 했고 즉시 팔을 내밀어 부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이 어떤 퍼포머의 퍼포먼스라는 것을 그가 바닥을 짚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으로 바로 알았다. 사실을 파악한 나도 그의 기이한 포즈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안도했다. 그것이 이 해프닝의 끝이었다.
돌이켜보니 우리 부부의 지구 반대편 삶이 바로 한국의 딸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웠다. 온 세상이 거의 실시간,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라는 사실에 대한 공포 어린 마음이었다. 딸은 우리 부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지인이 이 영상의 존재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딸이 보내준 릴스 속에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그를 찍고 있던 카메라에 잡혔고 우리 부부가 놀라는 부분이 클로즈업으로 편집되어 담겨있었다. 우리 부부는 곧 평정심을 되찾았고 이것을 흥미로운 해프닝으로 여기게 되었다.
딸이 그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Omg! These are my parents! Retired and living as a wandering traveler since 2 years ago. I haven't seen them in over a year and eight months because they are traveling on a 10-year journey. but it's great to see them here! They live their lives through art, so I'm sure they would have loved your performance(세상에! 저희 부모님이세요! 2년 전부터 은퇴하고 세상을 유랑하는 여행자로 살고 계세요. 10년 기한으로 여행 중이시라 1년 8개월이 넘도록 뵙지 못했어요. 하지만 여기서 부모님의 모습을 뵙게 되니 정말 반갑군요! 부모님께서는 예술로 일관하는 인생을 살고 있으신 분이니 당신의 퍼포먼스를 좋아하셨을 거예요)."
딸의 댓글에 다시 'amazing', 'the coolest thing'이라는 반응과 더불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이 일로 인해 한국의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놀랍다'라는 등의 다양한 대댓글이 달렸다. 이 계정의 주인도 "They are living my dreams.(저의 꿈을 살고 계신 분이시군요)"라는 댓글을 달았고 딸도 다시 화답했다.
"It was so good to see my parents traveling! We talked on the phone and I know they are traveling healthy, but I woudn't have been able to see them walking around NYC(부모님께서 여행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어요! 전화 통화를 통해 부모님이 건강하게 여행 중이시라는 건 알지만, 부모님이 뉴욕을 다니시는 모습은 볼 수는 없었거든요)."
또 어떤 이는 실제로 2년 가까이 부모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궁금해하며 왜 그렇게 오랫동안 한국으로 가족들을 방문하지 않은지에 대해 물었다. 딸이 그것에 대한 의문도 풀어주었다.
"Since they left the conuntry a year and eight months ago, my parents have never been back to their home, Korea! Even though my younger brother just got married! Me and my brother and sister, we are dreaming of the day we can take a trip to visit them(1년 8개월 전 한국을 떠난 이후로 부모님께서는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심지어 남동생이 지난달 결혼식을 했을 때도요. 저와 제 남매는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 인스타그램의 영상으로 인해 우리 가족은 또 하나의 꿈을 갖게 되었다. 누구나 누군가의 손바닥 안을 벗어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딸의 말대로 언젠가 우리가 순례 중인 어떤 나라에서 온 가족이 함께 만날 꿈. 그 꿈은 우연히, 이토록 사소한 기회로 잉태되었다.
●"엄마아빠 대형 인플루언서에 등장 ㅋㅋ"
https://www.instagram.com/reel/DAxFhlDxw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