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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Nov 03. 2024

나의 질투가 누군가에게 자유가 되길...

Ray & Monica's [en route]_249


이민 31년차 뉴요커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Delta Airlines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Thank you for choosing Delta. See you on Board. You're all set. Have a great trip."


정말 떠나는구나,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 마음은 미련이었다. 뉴욕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뉴욕은 작은 지구촌이었다. 세계를 일주할 시간과 상황이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뉴욕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다. 


약 170여 개의 민족, 800개 이상의 언어가 살아있는 뉴욕을 '내일 떠난다'는 사실을 델타의 메일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2


아침 7시에 떠나는 항공편의 라과디아 공항 수속에 여유를 갖기 위해 새벽 4시에 우버를 호출했다. 새벽에 우버가 지체 없이 집 앞으로 와 줄 수 있을까, 싶은 우려를 우버앱은 10초 만에 일소해 주었다. 


5분 뒤에 집 앞에 나타난 운전자는 운전석에서 내려 우리 가방을 트렁크에 넣어주었다. 이런 호의적인 분이라면 이미 대화의 물꼬가 터인 것이다. 우버속에 있는  동안은 방해 없이 일대일 대화가 가능한 최적의 조건이다. 


-새벽이라 혹시 우버 차량이 늦게 나타날까 걱정했다.


"뉴욕은 잠들지 않는 도시이다. 밤낮이 없다."


-잠들지 않는 도시, 라는 의미는?


"24시간 이 도시의 어디에서 무언가가 늘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사실 코비드-19전에는 밤과 낮의 구분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그 시절의 2/3 정도가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은 몇 시에 일을 시작했나?


"당신이 첫 손님이다. 4시에 막 집에서 나오면서 당신의 호출을 잡았다."


-그럼 집이 이 동네냐?


"그렇다. 우리는 베이사이드에 산다. 하지만 동쪽이다."


-이곳 퀸즈의 플러싱이나 베이사이드는 한국과 중국인 커뮤니티인데...


"주로는 그렇지... 하지만 아주 동쪽에는 인도 커뮤니티가 있다."


-그럼 당신은 인도에서?


"93년에 왔지. 온 가족을 데리고..."


-베이사이드에 인도 커뮤니티가 있는 줄은 몰랐네. 그곳에 어느 정도 규모의 커뮤니티일까?


"숫자는 모르겠다. 퀸즈와 브루클린에 가장 많이 모여있지. 특히 퀸즈의 힐사이드 애비뉴(Hillside Avenue)는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로 불리고 있어. 자메이카(Jamaica), 포레스트 힐스(Forest Hills)에도 많이 살고. 베이사이드에는 많지 않아. 브루클린에는 플레부시(Flatbush)에 상당수가 있고... 하지만 뉴욕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살 자유가 있잖아. 지금은 뉴욕시 전역으로 흩어지고 있어."


-뉴욕에 30년 넘게 살면서 뉴욕이 좋은 점은 뭐야?


"자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나는 그 자유가 좋아. 내 동생은 런던에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은 가끔 동생에게 가곤 해.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안 갔어. 어쩐지 그곳은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런데 물가가 장난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은 곳이 어디 있어? 런던, 파리, 서울 어디가 안 비싼 곳이 있어?"


-맞아! 팬데믹 이후, 어느 곳이나 2배 이상 오른 것 같아. 어떤 곳은 3배 쯤오른 것 같아. 특히 미국은 팁이 25%까지 찍혀 나오는 곳도 있어서 우리처럼 주머니 얇은 여행자는 외식은 엄두도 낼 수 없겠더라. 그러니 뉴욕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몫은 자신이 일해서 벌어야 생활이 유지되는 것 같아!


"맞아. 뉴욕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아야 해."


-그럼 당신 부인도 일해?


"물론이지. 우리 식구 모두가 일하고 있어. 아이들도 자신의 밥벌이는 자신이 하고 있고. 말했잖아. 자기 밥은 자신이 벌어야 한다고..."


-이슬람 같은 종교나 사우디아라비아나 아프가니스탄, 이란 같은 나라는 종교적 신념이나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여성의 외출을 제한하거나 남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경우도 있어서...


"우리는 인도 사람이 아니고 미국 사람이야. 30년 전의 인도 사람이 아니라고..."


그 사이에 공항에 가까워졌다.


-당신은 이렇게 새벽에 나오면 정체는 피할 수 있겠다. 그것이 4시에 일을 나온 이유야?


"그렇지도 않아. 뉴욕은 24시간 깨어있는 도시라고 했잖아. 지금은 좀 낫긴한데 곧 출근이 시작돼."


-몇 시까지 일해?


"오후 1시까지."


-라과디아 공항은 자주 오나?


"하루에 3,4번은 오지."


-그렇겠네. 주차도 쉽지 않으니 우버를 이용하는 것이 베스트이니까. 특히 이 공항 앞은 자동차의 정체가 심하더군. 예전에는 최악의 공항이라는 악평을 받곤 했더군.


"그랬지. 조 바이든도 "제3세계 공항 같다"라고 했을 정도이니... 그런데 지난 8년간 재개발과 리뉴얼로 완전히 새로운 공항으로 다시 태어났어. 지금은 뉴욕 최고의 공항이라는 평가도 나오더라고." 


-난 델타항공인데 가장 가까운 터미널 앞에 내려주면 좋은데...


"델타항공은 별도의 터미널을 가지고 있어. 터미널 C가 델타항공의 전용이야."


-당신은 진정 자유를 누릴 만한 용기와 자격이 있는 뉴요커라는 생각이 들었어!


"고마워. 여행 잘하기 바래. 트렁크 짐은 내가 내려줄게!


뉴욕은 Outside In 혹은 Inside Out이 되는, 그래서 매 순간 내 주장이 바뀔 수 있는 아주 이상한 곳이다. 뉴욕의 자유를 잠시라도 떠나고 싶지가 않아 영국의 동생 방문도 부모님만 보냈다는 이 드라이버 Jagdev 씨에게 질투가 난다. 나의 질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가 되길...

#자유 #뉴욕 #라과디아공항 #세계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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