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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Nov 04. 2024

수백 년 전 역사 속으로...

Ray & Monica's [en route]_250


리턴티켓 없이는 탑승 불가?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라과디아 공항(LaGuardia Airport, LGA)은 뉴욕시의 3개 공항 중 주로 국내선을 운영한다. 델타항공은 라과디아 공항의 A, B, C 3개 터미널 중 C 터미널을 독점적으로 사용한다. 최근에 리뉴얼을 마친 공항의 터미널 C는 마치 새로 개장한 공항처럼 넓고 쾌적하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과테말라행 편도 항공권을 확인한 직원이 언제 되돌아올지 물었다. 미국으로 되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하자 그는 과테말라에서 나가는 티켓을 가졌는지 물었다.


"우리는 얼마 동안 과테말라에 있을 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면 체류연장을 할 수도 있고 출국도 벨리즈로 할지, 멕시코로 할지, 아니면 엘살바도르로 할 지도 결정하지 않았어요."


나의 설명에 그녀는 우리의 미국 비자와 과테말라 비자에 대해서도 물었다.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과 과테말라에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그녀는 옆 카운트의 선배에게 '이런 경우 탑승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그 선배는 매니저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미국을 4번 입국하면서 출국 항공권이나 다른 티켓을 준비하지 않았고 리턴 티켓을 보자고 한 적도 없다. 그런데 출국에서 제3국의 출국 티켓에 대한 확인을 요구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매니저에게 전화하는 동안 만약 경우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만약 그녀의 매니저가 과테말라에서의 출국 티켓을 탑승 조건으로 요구한다면 현장에서 과테말라에서 엘살바도르로 나가는 항공권을 예약해 나중에 취소할 지, 아니면 왜 3국의 출국 티켓이 필요한지를 따질 것인지에 대한 2가지 옵션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통화를 끝내면서 두 가지 대안이 필요 없게 되었다.


"문제 없다는군요."


"이것은 우리 부부의 이번 경우가 문제없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이런 조건으로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문제없다는 의미입니까?"


"한국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2


경유지인 조지아주의 애틀랜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의 비행이었다. 애틀랜타 상공에 도착하자 21년 전의 첫째 딸 나리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2학년의 나리는 미국공립학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애틀랜타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나는 당시 미시간주 Livonia의 한 대학에 적을 두고 있었다. 자동차로 12시간 정도의 거리로 떨어져 생활하면서 결국 우리 부녀는 한 번도 미국에서 만나지 못했다. 서로 만날 시간도 경제적 여력도 허락되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짧은 전화 통화에서 울음을 삼키는 딸의 목소리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각기 다른 꿈을 위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희생했던 시간의 기억이다.


하츠필드 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Hartsfield-Jackson Atlanta International Airport)의 터미널 A에 내려서 터미널 E에서 탑승해야 했다. 허락된 환승시간 1시간. 공항의 양 끝이었다. Plane Train으로 이동해 게이트에 도착하자 막 보딩이 시작되고 있었다. 과테말라의 라 아우로라 국제공항 (GUA)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3


라 아우로라 공항의 입국 심사관은 입국 카드 작성 없이 내민 여권에 단 한마디의 질문도 없이 90일 체류를 명기해 주었다. 출국 티켓이나 체류 호텔에 대한 통상적인 질문도 없었다.


수하물을 찾아서 세관신고를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대신 QR 코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게 공항을 나갈 수 있다. QR 코드를 찍으면 모바일 페이지 양식이 뜨고 통상의 질문에 답을 체크하면 된다. 1만 달러 이상의 현금소지나 신고 의무사항인 특정 물품의 허용 수량을 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의 모바일 신고 페이지를 보여주면 바로 공항 로비로 나올 수 있다.


와이파이가 되는 공항을 떠나기 전에 3개월 혹은 6개월이 될 지 모르는 과테말라 체류를 위해 교통, 안전, 방문지의 상황, 축제, 원주민 마을과 전통 시장 등에 대한 정보를 공항의 관광청 직원을 통해 수집했다. Emilia 씨는 한 시간 가까운 수십 가지의 내 질문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안티구아의 작은 호스텔의 개인 객실을 예약했다. 공항에서 40km 정도의 거리. 심한 교통체증으로 평소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지만 택시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저녁 식사와 SIM 카드 구입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초저녁 푸른 어둠 속의 안티구아는 마치 중국의 핑야오 고성(平遥古城)에 처음 당도했을 때 처럼 신비로웠다. 우리는 수 세기의 시간을 거슬러 온 것이 분명했다.

#안티구아 #라과디아공항 #애틀랜타 #세계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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