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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Nov 06. 2024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 안에서 무슨 일이 있나?

Ray & Monica's [en route]_252



안티구아의 새로운 친구, 파블로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낯선 나라에 당도하면 가장 절실한 것은 그곳의 친구이다. 그곳의 땅과 하늘,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모든 공기의 온도와 바람의 방향, 그것에 맞추어 누천년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 그런데 그곳에 그런 친구가 없다면? 황급히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밖에 없다. 


과테말라가 그런 곳이었다. 그럼 어떻게 낯선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가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은 첫인상이다. 성인이라면 그의 살아온 성정과 이력이 외모에 투영되기 마련이다. 더불어 말씨와 태도는 그 내면을 드러내보여준다. 그다음은 그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들이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과테말라 시티로 가는 환승 비행기의 옆자리 손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과테말라 시티에서 나고 자란, 지금은 텍사스의 오스틴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이었다. 가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모국을 방문하는 길이었다. 여러 얘기 중에서 과테말라 시티의 치안에 대한 그녀의 얘기가 궁금했다. 


"저는 그곳에서 나서 고등학교까지 자랐습니다. 홀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도시를 자유롭게 걸었습니다. 어떤 위협이나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노숙자가 있기도하고 간혹 사건 사고가가 나지만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잖아요. 늦은 밤에 홀로 다니거나 보석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것은 삼갈 필요가 있습니다. 핸드폰이나 소지품을 주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녀는 과테말라를 떠나 있기 때문에 과테말라에서 일상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라 아우로라 국제공항(Aeropuerto Internacional La Aurora)의 세관 심사 구역 내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파블로 콜론(Pablo Colon)과 화이로(Jairo) 씨였다. 두 분에게 당장 공항 밖으로 나가면 필요할 교통, 통신 등에 관한 여러 질문에 답을 얻었다. 두 분은 안티구아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외국에서 오는 의료진들의 마중을 나온 차였다. 


두분에게 우리를 소개하고 우리가 과테말라에 머무는 동안 서로 교류하며 삶과 문화를 나눌 수 있을 지에 대해 물었다. 영어에 능숙한 파블로 씨가 그 점에 대해 기꺼워했다. 


#2


파블로 씨의 휴일에 두 아들과 함께 우리의 숙소로 찾아왔다. 그는 산 페드로 병원 (Hospital de San Pedro)의 행정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 다른 병원에는 없는 특별한 임무를 책임지고 있었다. 매주 외국에서 오는 수십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환영하고 환송하는 임무였다. 


그의 직무에 궁금증을 느꼈다가 그가 속한 병원이 맡고 있는 이 도시에서 역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우리 병원은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오는 봉사 의료진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번 우리가 만났던 날은 캐나다에서 온 42분의 의사들을 모시러 나간 것입니다. 이 세 나라에서 40명에서 50여 명의 의료진들이 교대로 옵니다. 각기 사정에 따라 2주 혹은 3주간 이 병원에 머물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무료 진료와 수술을 합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떠나면 또 다른 의료팀이 오시죠. 그래서 매주 환영과 환송을 하는 제 임무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의료지원을 받고 있는 지에 대한 내용을 접하고 이 도시에서 작동하고 있는 연민과 헌신의 시스템에 코끝이 시큰했다. 파블로와 함께 공항에서 만났던 그 밝은 얼굴의 사람들이 자원봉사 의료진들이었음을 그의 설명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안티구아의 중앙에 밝은 노랑과 흰색의  '페드로 형제의 사회사업재단(Obras Sociales del Santo Hermano Pedro)' 건물은 병원(Hospital de San Pedro)과 성당(Iglesia Santo Hermano Pedro de San José Betancur)으로 기능이 구분되어 있다. 


이 병원은 프란치스코회 사제인 에르마노 페드로 베탕쿠르(Hermano Pedro Betancur)의 자선 활동 및 그의 유산을 기리기 위해 1663년에 설립되었다.


에르마노 페드로 베탕쿠르는 우리가 묵고 있는 호스텔의 두 블록 동쪽인 벨렌 수녀원 근처에 초막 병원을 짓고 거리의 병자들을 안거나 업어와 치료받도록 했다. 그는 자신이 돌보고 있는 사람들의 누더기 옷을 입고 그들을 돌보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종을 울리며 거리를 누볐다. 이 병원은 그 후로도 줄곧 정부 지원 없이 이 사제의 헌신 그대로 기부금과 봉사만으로 간난하고 소외된 병든 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 병원 앞의 건물과 옆의 건물은 숙식과 돌봄을 제공하는 아동 보호소와 노인 보호소입니다. 병원과 함께 이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죠."


파블로 씨의 설명이 아니었다면 그저 여러 성당 중의 하나로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에 감탄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현지인과 친구가 되기위해 우리가 두리번거렸던 이유이다. 파블로는 수시로 2~3시간의 정체를 뚫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라 아우로라 국제공항으로 간다. 때로는 자정이나 새벽에...


#SanPedroApóstol #안티구아 #산페드로병원 #자원봉사의료진 #세계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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