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54
#1
지난 11월 2일 토요일에 Iglesia Escuela de Cristo(그리스도 학교 성당)의 그리스도 성물, 'Señor Sepultado'를 모시고 안티구아 거리를 도는 엄숙하고 장엄한 행렬(Procesión Anual del Señor Sepultado de la Escuela de Cristo, sábado 2 de noviembre de 2024)이 있었다.
이 성물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후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으로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을 기리는 상징이다. 17세기 말 또는 18세기 초에 조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형상은 길이 1.7m로 눈은 반쯤 감고 입은 반쯤 벌려 있는 형상으로 팔과 다리의 상처와 온 몸의 혈흔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희생이 극대화되어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고 경배하는 이 성체 행렬은 안티구아에서 단순한 종교적 의식 이상의 문화적 행사로 발전해 많은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참여한다.
성물을 올린 좌대에는 천사 합창단, 성십자가, 성인들 등 여러 상징 형상이 함께 배치되어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열려져있다.
밴드가 뒤따르며 연주를 하고 사람들은 행렬이 지나는 길에 꽃이나 물들이 톱밥으로 그리스도를 기리는 다양한 형상으로 수를 놓는다.
Iglesia Escuela de Cristo에서 오전에 시작된 행렬은 낮 1시에 성당을 나와 거리 곳곳을 돌아 새벽 1시에 끝났다.
#2
안티구아는 안거나 서거나, 고개를 들거나 돌리거나 삶과 죽음을 사색하도록 한다. 수많은 성당, 그 성당의 제대와 제단, 경당과 성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들의 지극한 신심과 공경, 전구하는 모습만으로도 겸허해진다.
나는 이 도시에서 죽음이 조금 더 친근해졌다. 마침내 비장한 대상이었던 '죽음'이 친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는 삶에 애착이나 죽음의 근심에서 더 거리를 두게 되었음을 말한다. 다른 삶에 대해 설레는 것처럼 죽음에 대해서 설레는 여행자의 마음일 수 있음이다. 삶을 위해서도 죽음에 대해서도 애쓰지 않은 편한 마음의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