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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if Nov 11. 2024

마야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Ray & Monica's [en route]_255


거대한 연 축제(Festival de Barriletes Gigantes)



#1


오늘(11월 10일, 일요일) 안티구아의 중앙공원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연이 전시되었다.

과테말라에서도 멕시코와 같이 '망자의 날(El Día de Muertos)'에 조상들의 묘지를 방문해 조상을 기리고 영혼을 위한 행사를 한다. 멕시코에서는 3일에 걸쳐 이루어지지만 과테말라에서는 대부분 11월 1일, 하루를 기념한다.

안티구아에서 북동쪽으로 25km에 위치한 산티아고 사카테페케스(Santiago Sacatepequez)와 그 옆 마을, 숨팡고(Sumpango)는  칵치켈 마야(Kaqchikel Maya : 과테말라 중부의 고지대에 위치한 원주민 마야 그룹)의 전통이 잘 보존되고 전승되어오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는 '망자의 날'에 행하는 'Festival de Barriletes Gigantes(거대한 연 축제)'가 있다. 이 축제는 1998년 과테말라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들에게 '연(barriletes)'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메시지와 기도를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죽은 자의 영혼이 가족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공원묘지(Cementerio Gral. de Santiago Sacatepequez)에 설치되고 광장에도 설치되어 고유한 문화축제로 발전했다. 

이 연은 손으로 날릴 수 있는 작은 크기부터 직경이 20m 정도 되는 거대한 구조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종이로 다양한 상징을 담은 무늬를 만들어 대나무로 구조물에 고정하는 거대한 연을 만드는 일은 3주 동안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공동체의 일이다. 

각기 다른 디자인과 색상으로 만들어지는 연은 악령이나 부정적인 에너지로부터 묘지와 신성한 공을 보호하는 역할도 아울러 한다. 

연의 디자인은 사회적 메시지와 종교적 의미가 내포된 마야의 문화적 아이콘이나 패튼으로 표현된다. 

이 연이 오늘 하루 동안 안티구아의 중앙공원으로 옮겨져 전시되었다. 


#2


산티아고 사카테페케스마을의 사람들이 공원에 건물 2~3층 높이의 연을 설치하고 이 마을의 올해의 여왕으로 뽑힌 여성이 이 연의 의미를 안내했다. 올해의 여왕은 15세의 예세니아 그라나도스(Yesenia Granados)이다. 

"제가 쓴 왕관의 전면부는 '파찰리(Pachali)'꽃을 형상화한 것으로 저희 부족에서 신에게 바치거나 제단을 장식하는 의식에 사용되는 꽃입니다. 다산과 수확을 상징하며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나타냅니다. 띠는 깃털 달린 뱀을 나타내고 있죠. 아즈텍에서는 케찰코아틀(Quetzalcoatl)로 불지지만 우리는 쿠쿨칸(Kukulkan)이라고 하죠. 하늘과 땅을 통합하는 가장 중요한 신이에요. 그러므로 이 왕관이 저의 위치를 나타내고 있어요. 제가 입은 의상인 '후이필(Huipil)'은 어둠과 밝음이 함께 표현된 생명의 나무를 상징합니다." 

스스로를 표현하는 춤과 논리적인 언어 등 여러 가지 요소의 경합에서 심사위원들에 의해 뽑힌 예세니아 여왕에게는 칵치켈 마야의 굳건한 전통이 각인되어 있었다. 

아티틀란 호수(Lago de Atitlán)와 치말테낭고(Chimaltenango) 및 텍판(Tecpán) 일대를 아우르는 칵치켈 마야는 키체(K'iche) 마야 왕국의 일부였지만 15세기에 분리되어 익심체(Iximché)에 수도를 세웠었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현대화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고유한 언어와 전통 관습, 농업과 수공예 문화들을 잘 보존하고 있는 부족이다. 

칵치켈 부족의 세계관(cosmovisión)에는 모든 것의 근원이며 생명의 창조자인 Ajaw(신성한 존재)와  공동체의 영적인 가치를 수호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가르치는 Ajq'ijab(영적 안내자)가 있다. 이는 자연, 인간, 우주와의 조화를 기반으로 자연에 대한 존중과 공존에 대한 삶의 윤리를 지켜오는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모든 존재와 연결된 영적 에너지이며 개인의 영적 수호자인 나왈(Nawal 또는 Nahual)이 있다. 각 개인은 생일에 따라 고유한 나왈을 가지며 개인의 성격과 운명에 연관된다. 의식을 통해 때때로 나왈을 불러내어 축복이나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이렇듯 마야의 세계관은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식물은 자연계의 균형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내게 오늘의 Festival de Barriletes Gigantes(거대한 연 축제)는 막연하고 아득했던 마야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주었다. 


https://youtu.be/Gqg_YVTZMEw

#마야 #연축제 #나왈 #칵치켈부족 #안티구아 #과테말라 #세계여행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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