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65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아내는 자신보다 두 살이 많은 미국 버몬트에서 오신 파멜라(Pamela Lee Siner) 씨와 친구가 되었다. 그분은 이곳에서 수작업으로 옷이나 가방을 만들어 숍에 위탁해 판매까지 하는 솜씨 좋은 분이다.
아내는 생생한 색상과 다양한 패턴의 과테말라 전통 직물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그녀가 그 원단을 사용해 만든 치마의 유혹에 헤어 나오지 못했다. 치마는 그녀가 바느질로만 아주 단순한 디자인으로 만든 것으로 끈을 조절해 어깨로 올리면 원피스로 변하고 벗어서 잔디밭에 펴면 돛자리가 되고 끈을 졸라매면 큰 자루가 될 수도 있었다.
오늘은 파멜라 씨가 원단 가게를 가는 날이었다. 아내와는 함께 가기로 한 터였다. 파멜라 씨가 만든 치마를 입고 함께 시장 나들이를 갔던 아내가 돌아오자마자 급히 나를 찾았다.
"파멜라 씨가 자기방으로 우리를 초대했어요."
파멜라 씨는 미국 버몬트에서 오신 분으로 3년째 단칸방에서 살고 계시는 분인 만큼 그녀의 감각뿐만 아니라 과테말라에 눌러앉아 살게 된 사연도 궁금했다.
그녀의 방앞에 달아놓은 말린 허브와 깃털만으로도 다른 감각이었다. 방은 그녀의 감각이 배인 베딩과 바느질을 하는 작은 책상 하나, 벽에 걸린 그림 네 점이 거의 모두였지만 심플함 속에서 느껴지는 개성과 코지함이 각별했다.
-이곳에서 3년을 지내셨다고요?
"그래요. 너무 좁지요?"
-혼자 지내는 공간으로서는 충분한데요. 필요 이상으로 넓다면 청소하기만 불편하잖아요. 문 열면 넓은 정원인데요."
"맞아요. 전 침대와 바느질 할 수 있는 책상 하나만으로 충분해요. 전 손바느질을 하기 때문에 정원과 옥상, 혹은 공원으로 가져가서 작업을 할 수 있고 또 날씨와 기분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어요."
-저도 당신이 지은 아내의 치마 감각에 놀랐어요. 보헤미안 바이브(Bohemian Vibe)가 참 좋아요. 문 앞에 걸린 말린 허브 한 움큼의 감각처럼 치마 허리끈을 넣는 박음질이 안으로 가 아니라 밖으로 처리한 러프한 느낌도 좋고요.
"내 의도를 읽어주어 고마워요. 손바느질의 맛을 감출 필요가 없잖아요."
-바느질이 당신의 직업이었나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8살부터 65살인 지금까지 바느질과 함께 살았으니까요."
-그럼 다른 것은 생각해 보지 않으셨나요?
"부모님께서는 발레를 하기 원하셨어요. 하지만 나는 바느질이 좋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에 부모님의 뜻을 따를 수는 없었죠."
-본인에게 이런 감각은 절로 얻어진 건가요? 8세 때부터라면..."
"내림이 있지 싶어요. 할머니가 그랬고 아버지가 그랬어요. 아버지는 뛰어난 감각으로 공간을 다루는 개발자였어요."
-가족을 떠나 왜 홀로 지내는 삶을 택하셨나요?
"여기가 안티구아니까요. 기후가 좋잖아요. 버몬트의 겨울은 혹독해요. 그리고 안티구아의 예술적인 분위기는 또 어떻고... 저는 30년 전에 남편과 헤어졌고 아이들은 이제 모두 가정을 가졌습니다. 손자들도 잘 자라고 있어요.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요. 이제 저만 잘 살면 되는데 구테여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 곁에 사는 것을 고수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제 내 삶을 살기 가장 좋은 때잖아요."
-3년 동안 계시면서 몇 번이나 미국에 가셨나요?
"3개월에 한 번씩이요. 체류연장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엄마는 오래전에 아버지에 앞서 떠나셨고 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이제부터는 이곳에 죽 눌러있을 작정입니다."
-혼자 사시는 삶이 외롭지 않나요?
"오~ 남편 없는 삶이 너무 좋아요."
파멜라 씨와 아내는 다음 주에 원단 가게 주인 아주머니의 집 초대를 받았다. 나도 그 멤버의 일원이 되기위해 일주일간 가일층 노력할 예정이다. 나는 그녀에게 남편의 신분은 아니니까 그녀가 구테여 나를 내칠 빌미를 만들지 않으면 되지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