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66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교회 종소리보다 먼저 아침을 시작한 그래클(Grackle) 지저귐에 눈을 떱니다.
정원에서 딴 오레가노와 로즈메리 두어 잎을 넣어서 우린 차 한 잔을 들고 옥상으로 갑니다.
옥상에는 리처드(Richard)가 아침햇살을 등지고 화산을 바라봅니다.
그는 화산과 눈을 맞추는 것으로 하루를 엽니다.
아구아 화산은 손 뻗으면 닿을 듯하고 아카테낭고 화산의 형제봉도 더 다정해 보입니다.
푸에고 화산이 숨 쉬고 있는 모습은 청솔가지를 넣은 아궁이의 굴뚝같습니다.
"이렇게 하늘이 투명할 수 있다니요"
"건기가 시작되었거든요."
그는 5년간 이곳에 살았습니다.
몸으로 익힌 절기의 리듬으로 자연을 해석합니다.
나와 동갑인 그는 독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자유롭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은퇴하자마자 미국을 떠나 이곳에 왔을 때 자유에 평화까지 얹히는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영주비자를 신청했습니다.
은퇴자 영주권(Retiree Residency) 신청은 간단했습니다.
신청비에 월 1200달러 이상의 소득증명에 몇 가지의 서류만 준비하면 어려울 게 없었습니다.
소득증명은 미국의 은퇴연금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당신도 서류를 보내보아요. 이민국(Instituto Guatemalteco de Migración) 직원 전화번호를 드릴 테니까요."
"아니요. 전 세상을 떠돌면서 고생을 더 해보려고요. 사서 하는 고생에 진력이 나면 그때 고려해 볼게요."
그의 주된 일과는 그가 여왕으로 받드는 10살 짜리 고양이, 발렌티나(Valentina) 밥주기, 아침을 깨우는 새들 물주기, 일광욕 그리고 일주일에 3일간의 골프나들이입니다.
"오늘이 그날이에요. 당신은?"
"전 과테말라 시티에 가서 한국 식재료를 좀 사 오려고요. 추수감사절에 한국 음식을 준비해서 이곳 숙소 식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요. 당신과 함께하는 골프장 나들이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화산에 안부 묻기, 옆 호스텔의 청년들과 아침 인사, 리처드와 아침 수다...
옥상에서의 3시간이 찰나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