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7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숙소 동료 6명과 함께 엘 파레돈(El Paredon)으로 여행을 왔다. 과테말라는 태평양(해안선 255km)과 대서양(해안서 148km 카리브해)를 모두 접한 나라이다. 이곳은 안티구아에서 105km 남쪽에 위치한 태평양 연안 마을이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자동차로 이동하는 시간은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90%이상이 왕복 2차선 포장도로이다. 교통량에 비해 좁은 도로의 심한 교통체증이 계속된다. 대중교통인 치킨 버스(chicken bus)를 이용할 경우 잦은 정차와 환승 시간을 감안하면 소요시간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는 사설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이 밴을 예약하면 숙소에서 픽업이 가능하고 목적지까지 직행이기 때문에 승용차만큼이나 편리하다.
엘 파레돈은 10여 년 전만 해도 반농반어의 작은 마을이었다. 바다에서는 새우를 비롯해 참돔, 고등어, 오징어 등을 잡고, 땅에서는 사탕수수, 커피, 바나나와 망고 같은 과일을 생산해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태평양의 파도가 이곳을 유명 관광지로 바꾸어놓았다. 연중 일정한 파도와 화산암과 화산재로 이루어진 검은 모래해변이 서퍼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필수 방문지가 되었다. 서핑 관련 시설과 커뮤니티가 생겨나면서 초보자부터 숙련된 서퍼까지 두루 찾는 매력적인 서핑 목적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인접한 시파카테-나란호국립공원(Parque Nacional Sipacate-Naranjo)은 연안공원으로 잘 보존된 맹그로브 숲과 긴 사구가 발달되어 태풍과 파도로부터 안전한 사구 안쪽의 바다는 각종 조류와 바다거북의 산란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생태관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방문도 늘었다.
이미 많은 호스텔과 호텔, 레스토랑과 바가 지어졌고 여전히 곳곳에서 공사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불과 100km 남짓한 거리에도 불구하고 안티구아와 엘 페레돈의 기온은 완전히 다르다. 12월 안티구아 밤 기온이 15℃ 정도로 쌀쌀하게 느껴지지만 엘 파레돈은 25℃ 정도로 습하고 덥다. 안티구아가 해발 1,500m에 위치하지만 엘 파레돈은 해수면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일행은 각자의 관심사로 잠을 줄여야 했다. 태평양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에 눈을 떠야 했고 맹그로브 숲과 바다거북 관찰을 위해 낮에는 보트 위에서 보내야 했다. 일몰 뒤의 시간에는 바에서의 한 잔 술과 서로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는 대화를 사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엘 파레돈에서의 서핑은 해가 뜨기 전부터 시작이다. 동녘 바다가 붉어지기 시작하면 파도에 몸을 던진다.
우리 부부는 해돋이 시간 동안 태평양의 해안에서 하염없이 반대편 해안, 한국을 생각했다. 한국은 GMT(Greenwich Mean Time 그리니치 표준시)+9이고 과테말라는 GMT-6이므로 이곳은 한국시간보다 15시간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