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279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강민지
아티틀란 호숫가 마을, 산타 카타리나 팔로포(Santa Catarina Palopo)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아티틀란 여행의 거점이 되는 파나하첼에서 불과 5km 남짓하지만 그곳과는 다른 성격의 커뮤니티이다. 높은 산 아래 평지라고는 거의 없는 호수의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이므로 집들은 하늘에 닿을 듯 계단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늘 등산 수준이지만 모든 집은 호수와 호수 반대편의 3개 화산과 그 아랫마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누린다.
이곳은 카크치켈 마야족(Kaqchikel Maya)이 거주하는 부족마을이다.
그들은 여전히 전통의상 우이필 (huipil)이 일상복이므로 우리의 의복이 더 이상하게 보이는 전통과 정체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는 83세 Miguel과 74세 Maria부부 어르신의 초대를 받았다. 12자녀를 두었고 그들은 이 부부의 집 주변에 집을 지어서 함께 살고 있다. 맞이는 62세, 막내는 28세이므로 형제간 34세의 한 세대쯤의 연령 차이가 난다. 가난한 탓에 별도로 공부를 시킬 형편은 되지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모험심이 강한 서너 명의 자녀는 대처로 나가 스스로 독학하며 각자의 삶을 일구었지만 대부분은 이 부부의 슬하에서 삶을 지속하고 있다. 12명의 자녀로부터 얻은 손자와 손녀와 증손자 증손녀가 수십 명이다.
크리스마스는 이 집안의 모든 식구들이 함께 모이는 최고의 명절이다.
부모의 슬하를 떠나는 모험을 택한 자녀 중에는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에서 이 지역의 카크치켈 토산품들을 거래하고 있는 아들, 안티구아에서 토산품 가게를 운영하는 딸, 안티구아 근동에서 원주민 차별에 대한 권익에 신장하는 NGO 일을 하는 딸이 있다.
우리 부부와 친구가 된 안티구아의 셋째 딸 마틸다가 부모님을 소개해 주었고 여전히 부모님댁에 자신의 방을 가진 마틸다가 자신의 방을 내주었다.
그동안 그녀와의 소통을 통해 거반 그녀 가족의 구성원이 된 우리에게 자신의 방을 몇 달이건 몇 년이건 사용하라는 그녀의 배려에 따라 우리는 이 댁에서 기약할 수 없는 기간 머물며 이 마을뿐만 아니라 아티틀란 호수변 12개 마을을 방문하면서 이들의 전통에 좀 더 깊이 다가갈 노력을 할 예정이다.
마틸다와 함께 부모의 댁으로 가는 길은 귀성길처럼 설렜다. 몇 번의 각기 다른 교통편을 갈아타고 마침내 산타카타리나 팔로포의 마을 중심지 격인 성당(Santa Catarina Palopo Church)에 당도했다.
몸을 옆으로 했을 때 상대에 닿지 않게 빗길 수 있는 좁은 골목을 올라 마침내 그녀 댁에 당도했을 때 마당은 이미 어른의 딸과 며느리들이 잔치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어른과 가족들의 환대로 언덕길을 오르던 가픈 숨은 이미 잦아들었다.
저녁은 마당에 차려진 긴 탁자에 함께 앉았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날 보다 이브가 더 중요합니다. 고향을 떠난 가족들도 이날 밤을 함께하기 위해 모두 귀향해요."
마당을 가득 채운 식구들에 흐뭇한 표정은 내성적인 할머님도 감추지 못했다.
술이 몇 순배 돌았다.
영어에 능숙한 한 손자가 말했다.
"이 마을의 모국어는 카크치켈어(Kaqchikel)입니다. 어른들 중에는 간혹은 키체어(K'iche')를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분들도 많죠. 할아버지께서는 카크치켈어와 키체어에 능숙합니다. 스페인어도 사용합니다. 그러나 술에 취하시면 간혹 영어 몇 문장을 구사하기도 하셔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는 4개국어를 하는 셈이에요."
우리가 함께한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 가족 모임은 어르신이 4개국어를 하는 특별한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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