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오퍼레이션'
'가장 나쁜 자'와 '나쁜 자' 그리고 '정말 나쁜 자'
INTO THE WEST_41 | 러시아의 '스페셜 오퍼레이션'
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의 출발에서 가장 큰 부담은 팬데믹이 아니었습니다. 6월 5일, 출발 당시 팬데믹 상황은 한국을 비롯한 방문국 모두 호전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입국'이 불가능한 상황보다 더 부담이었던 것은 '하필 침략국을 이 시점에 여행해야 하나'라는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가 출발 결심을 바꾸지 않은 것은 미디어에 의해 필터링 되어 전해지는 뉴스가 아니라 침략국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직접 목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러시아 입국 이후 '전쟁 상황'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을 의식하고 있는 것은 나 혼자인 듯 그들의 일상에서 '전쟁 중'임을 느끼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스페셜 오퍼레이션'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인으로부터 한 번도 전쟁에 관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나 또한 그들에게 전쟁을 먼저 입에 올리기도 어려웠습니다. 용기를 내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젊은 예술가와의 대화 말미에 '스페셜 오퍼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의미하는냐'라고 되물은 뒤 '그렇다'고 하자 그는 짧게 한 문장만을 말하고 바로 원래의 대화로 되돌아갔습니다.
"It's abnormal(비정상이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에 당도하기까지 전쟁을 상기시키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첫째는 블라디보스토크 혁명전사광장의 모병텐트였습니다. 발길이 뜸한 임시 텐트였고 텐트를 지켜본 사람은 ‘지원자는 거의 없는 편이고 지원자의 보수를 더 높여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둘째는 'Z'표식이었습니다. 이 표식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참전한 러시아 탱크들에 표시된 'Z'표식이 발견되면서 여러 미디어에 노출되었고 아군의 식별 표식으로 언급되었습니다. 이 기호는 나중에 SNS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 확산되었고 러시아어 '보호'를 의미하는 자쉬따защищать라고 말합니다. 'V'자와 함께 표시되기도 하는 이 문자는 정작 키릴 문자에는 없습니다.
셋째는 예카테린부르크의 '피의 성당' 야외와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전시된 '돈바스의 아이들'이라는 사진전이었습니다.
러시아 안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두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내가 서방 언론의 시각에만 매몰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는 어떤 이유에서던지 가장 나쁜 자임을 전제할 할 때 푸틴은 ‘가장 나쁜 자’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전쟁을 막지 못한 젤렌스키 또한 ‘나쁜 자’입니다. 상대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외교적으로 전쟁을 막지 못하고 백성들을 무고하고 처참한 죽음으로 내몬 지도자는 어떤 변명으로도 변호될 수가 없습니다.
이 전쟁의 ‘정말 나쁜 자’는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교묘하게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입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무죄일 수 있을까요?
조금 덜 사악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기꺼이 사악한 길을 가는 것을 택한 것에 주저함이 없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쟁을 선포한 자들은 자신은 죽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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