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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먼저 집지 마세요! 하지만 블레드에서는 예외

블레드 호수, 섬, 성 그리고 피자

by motif

"피자를 먼저 집지 마세요! 하지만 블레드에서는 예외입니다."

INTO THE WEST_45 | 블레드 호수, 섬, 성 그리고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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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2022 유라시아평화원정대'에 합류합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26개국 41,000km를 자동차로 왕복하는 134일간의 일정입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이므로 적도 기준 40,192km의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질 이 여정을 'INTO THE WEST | 유라시아 자동차 41,000km'라는 이름으로 기록합니다._by 이안수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와 섬과 성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7년 전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방문했던 곳입니다.


호수와 섬과 성이 어우르진 고혹적인 모습은 여전했습니다. 결혼일이 3월이라 3월에 맞추어갔던 당시, 산정에 덮인 반짝이던 흰 눈 대신 율리안 알프스 고산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냈고 반짝이는 호수에서는 패들링을 즐기는 사람이 풍경이 되어있었습니다. 호숫가에서 선탠을 하며 독서에 몰입한 모습은 블레드의 풍경만큼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달라진 점이라면 섬의 종탑에서 길게 드리워진 밧줄로 연인들이 종을 처볼 수 있던 것이 내부에 계단이 만들어지고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성의 와인 저장고에서 중세 수사 복장을 와인 전문가가 현장에서 와인을 병입해 기념 라벨을 만들어주던 분이 바뀌었고 구텐베르크 당시 방식의 활판인쇄로 저희 결혼기념 문장을 만들어주었던 인쇄공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7년 전의 추억을 얘기하자 7년 뒤에 다시 방문해달라는 친절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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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식으로 피자집을 방문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각기 다른 종류의 피자 4가지를 맛보는 것이었습니다.


첫째로 나온 것은 베지피자. 말 그대로 베지테리언을 위한 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만 먹고 말 수는 없는 맛'이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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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햄&머쉬룸피자. 두 번째를 먹은 아내가 나도 모르는 피자 에피소드에 대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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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인 겨울이면 시아버님이 서울에 와서 계시곤 했어요. 아들이 좋아해서 퇴근길에 코스트코 피자 한 판을 사서 들어갔죠. 아버님은 처음 드셔보는 피자를 너무 맛있게 드시는 거예요. 그것을 저녁 삼았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피자를 사서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아버님은 맛있게 드셨고 며칠간 저녁은 항상 피자였습니다. 그런데 오일째 되는 날 아버님이 고향으로 내려가시겠다는 거예요. 피자 때문이었어요. 며느리에게 각별했던 아버님은 제가 해드리는 무슨 음식이나 맛있게 드셨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피자는 입맛에 맞지 않았지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그것을 곡해한 제가 매일 피자만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니 더 이상 참기 힘드셨던 거에요."


세번째 피자는 살라미피자. 양념을 많이해서 말린 소시지인 살라미가 자체가 짜서 살라미가 듬뿍 올린 푸짐한 피자자체에 두번째 포크를 꽂기를 망설였습니다. 살마미피자의 고소한 풍미에는 이미 관심이 사라진 모습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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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먼저 집지말라',는 말이 있죠. 먼저 집는 사람은 가장 큰 조각을 고르게 마련이므로 다른 사람들의 질시의 대상이 될 것을 경계하라는 충고이죠. 하지만 세번째 피자에서부터는 이 금언이 전혀 적용되지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네번째 피자는 마르게리타 피자. 이탈리아의 국왕 움베르토 1세의 아내, 마르게리타 왕비의 이름을 단 이 나폴리 화덕피자는 우리 식탁에서 외면받았습니다. "또 나온다!" 다른 식탁의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습다. "오늘 부터 피자와는 완전 결별이다." 또다른 이가 혼잣말을 했습니다. 바질,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소스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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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디저트로 나온 슬로베니아 전통 케이크 크렘나 레지나kremna rezina는 '눈물 나려고 하는 맛'이라며 부른 배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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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피자는 호스텔 이드리야의 스텝들 간식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저희부부가 블레드를 기억하는 법에 호수, 섬, 성과 더불어 피자가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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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에 등장한 저희 부부의 결혼 30주년 기념 블레드 성 와인

https://blog.naver.com/motif_1/221928191732

●블레드성, 구텐베르크인쇄기, 그리고 우리 부부의 동행문서

https://blog.naver.com/motif_1/220314912465

●슬로베니아, 블레드 | 그림속의 일부가 되다.

https://blog.naver.com/motif_1/30126816611

●세계 각지 현지인 집에서 무료로 베드를 제공받는 카우치서핑

https://blog.naver.com/motif_1/30127379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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