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툼이 있는 곳에는 항상 해결책이 있습니다."

Ray & Monica's [en route]_326

by motif

안티구아의 어른, 라파엘 알바레즈(Rafael Alvarez)


제목 없음-1.jpg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오늘은 성토요일 (Holy Saturday)이다. 예수님이 무덤에 계신 날로, 부활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아침에 '그리스도학교성당(Iglesia Escuela de Cristo)'으로 갔다. 고요했다. 이 지역의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주간의 이 성당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희생을 기리는 프로세시온(Procesión 행렬)로도 유명한 곳이다. 프로세시온의 안다스(Andas 운반 플랫폼)의 크기만도 20여 미터에 3톤이 넘으며 안다스를 메는 쿠쿠루초(cucuruchos 남성 운반자, 여성 운반자는 까르까도라스 cargadoras)만 80명 이상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성금요일 (Good Friday)인 어제는 거대한 안다스의 '매장된 예수(Jesús Sepultado)' 프로세시온이 오후 4시부터 오늘 새벽 3시까지 계속되었고 오늘은 마리아가 아들의 죽음을 겪으며 느끼는 고독과 슬픔을 표현하는 '고독의 성모(Virgen de Soledad)' 프로세시온이 오후 4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예정되어 있다.


성당 앞 소공원(Plazuela Escuela de Cristo) 분수는 비둘기들이 목을 축이고 벤치에는 필경 밤을 새웠을 한 청년이 잠에 빠져있다.


공원 도로에는 오늘 프로세시온에 행렬을 이룰 십자가에 못 힌 예수와 시신이 내려지고 수습되는 장면들이 수레에 설치되어 있다.


16세기 초 프란치스코회에 의해 설립된 성당의 정면에는 예수의 팔과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의 교차된 팔이 걸려있다. 프란치스코회의 신앙과 영성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그리스도와 프란치스코의 일치를 나타낸다. 성 프란치스코는 '가난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의 결과'라고 여기며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자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힐 때 입은 다섯 상처인 오상(Five Wounds 양손과 양발에 박힌 목 자국과 창으로 찔린 옆구리 상처)이 성 프란치스코에 성흔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차된 두 팔의 손바닥에도 동일하게 못 자국이 표시된다.


아침햇살이 성당 앞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이의 고요한 시간을 비춘다.


#2


십자가에서 막 내려진 예수님의 오상을 살피는 중 인접한 집의 어르신 한 분과 마주쳤다. 그 댁을 지나칠 때마다 대문 벽에 자기로 구어 붙인 사진에 눈길이 갔었다. 조개껍데기와 노란 화살표. 그것은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의 표지석이다.


성 야고보(Saint James, Santiago)의 유해가 안치된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지방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를 목표로 하는 순례길의 상징이다.


조개껍데기(가리비) 는 이 순례길의 순례자들이 배낭에 달고 다니며 서로를 인식한다. Compostela에서 파도에 떠밀려온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되었을 때 가리비가 그의 유해를 감싸고 있었다고 한다. 조개껍데기 디자인은 여러 갈래의 길이 하나의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모인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노란 화살표는 순례자들이 바른길을 안내하는 표식이다. 그리고 그 사진 아래 'Buen Camino' 한 문장. '좋은 길'이라는 뜻으로 순례자들이 서로의 여정에 안녕과 행운을 비는 격려의 인사말이다.


어르신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표지석 사진이 이곳에 있는 연유를 물었다.


"작년에 이 순례길을 걸었거든요."


스마트폰 속에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힌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슬픔과 기쁨 사이의 날 아침은 73세의 어르신, 라파엘 알바레즈(Rafael Alvarez)에게 삶을 묻기에 완벽한 시간이었다.


-어느 길을 며칠간 걸으셨나요?


"작년 6월 20일부터 20일간, 포르투갈 길을 걸었습니다."


-일행이 있었나요?


"37살 아들과 함께였죠."


-어려움이 없었나요?


"20kg의 배낭을 메고 걷는 것, 그리고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서 고생을 좀 했지요."


-왜 그런 고생을 감수할 각오를 하셨나요?


"영적 충만을 위해서 내 생애에 한번은 꼭 걷겠다고 결심했던 것을 비로소 이루게 된 거죠."


-완주하고 나니 어떤 느낌이셨나요?


"영혼이 정화되고 영적으로 강화된 느낌입니다. 위시리스트를 이루었으니 인생이 한결 가벼워졌죠."


-왜 영적 만족이 필요합니까?


"나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서입니다."


-영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도 잘 살고 있더군요.


"그들은 어떤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모한 채로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영적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곳에서는 어떤 삶이 펼쳐질까요?


"선악의 행위가 미래에 반드시 그 결과를 가져온다는 카르마가 작동하는 세계일 거예요. 이 세상에서 행한 좋은 일이나 나쁜 일에 대해서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내세가 있다면 현세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자신과도 남과도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원칙이에요."


-당신이 자녀에게 가르친 원칙은?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개인주의자가 되어라. 또한 누구에게도 영적인 상처를 주어서는 안된다, 는 것입니다."


-슬픔이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행한 좋은 일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거죠."


-부부 싸움을 하지 않으시나요?


"아내는 사랑스럽고 근면하고 청년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에서 일한 훌륭한 여성입니다만 부부 싸움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부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어떻게 화해합니까?


"다툼이 있는 곳에는 항상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 해결책은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둘 다. 때로는 내게, 때로는 아내에게 해결책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이었나요?


"포옹이요."


-꽃값 정도의 비용도 들지 않는 방법이군요.


"완전 무료입니다."


-은퇴 후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면 은퇴전 서로 바빴을 때는 그렇지 않던 부부도 다툼이 많아지는 것을 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결책은 집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걷는 것입니다. 노년의 시간은 짧다, 는 것을 기억하세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빠르다,는 말과도 상응하는 말이군요. 하나님이 당신을 언제쯤 데려갈 거라 생각하나요?


"그분의 계획이겠습니다만 85세 때쯤이 아닐까 싶어요."


-그럼 12년이 남았군요. 만약 하나님께서 당신보다 당신 부인을 더 사랑해서 부인을 먼저 데려가신다면 홀로 어떻게 살까요?


"재회를 기다릴 것이다."


-많은 남자들은 새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던데...


"나는 같은 것을 선호합니다."


-당신의 지혜를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랑 많은 도시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미기]20250418_111111.jpg
[꾸미기]20250419_081651.jpg
[꾸미기]20250419_083644.jpg
[꾸미기]20250419_091004.jpg
[꾸미기]20250419_095048.jpg
[꾸미기]20250419_144758.jpg
[꾸미기]20250419_151405.jpg
[꾸미기]20250419_165151.jpg
[꾸미기]KakaoTalk_20250419_214637936.jpg
WhatsApp 이미지 2025-04-19, 09.10.27_93f8b690.jpg
[꾸미기]20250419_082336.jpg
[꾸미기]20250419_082350.jpg
[꾸미기]20250419_082524.jpg
[꾸미기]20250419_082612.jpg
[꾸미기]20250419_082700.jpg
[꾸미기]20250419_082842.jpg
[꾸미기]20250419_083058.jpg
[꾸미기]20250419_083131.jpg
[꾸미기]20250419_083214.jpg
[꾸미기]20250419_084750.jpg
[꾸미기]20250419_084843.jpg
[꾸미기]20250419_085024.jpg
[꾸미기]20250419_085136.jpg
[꾸미기]20250419_090300.jpg
[꾸미기]20250419_090502.jpg
[꾸미기]20250419_090714.jpg
[꾸미기]20250419_094957.jpg
[꾸미기]20250419_095004.jpg
[꾸미기]20250419_095036.jpg
[꾸미기]20250419_095449.jpg
[꾸미기]20250419_095456.jpg
[꾸미기]20250419_095545.jpg
[꾸미기]20250419_095709.jpg
[꾸미기]20250419_095805.jpg
[꾸미기]20250419_100003.jpg
[꾸미기]20250419_150555.jpg
[꾸미기]20250419_150726.jpg
[꾸미기]20250419_150916.jpg
[꾸미기]20250419_151424.jpg
[꾸미기]20250419_151441.jpg
[꾸미기]20250419_151626.jpg
[꾸미기]20250419_151914.jpg
[꾸미기]20250419_152105.jpg
[꾸미기]20250419_160732.jpg
[꾸미기]20250419_160754.jpg
[꾸미기]20250419_160855.jpg
[꾸미기]20250419_161020.jpg
[꾸미기]20250419_161108.jpg
[꾸미기]20250419_161243.jpg
[꾸미기]20250419_161342.jpg
[꾸미기]20250419_162554.jpg
[꾸미기]20250419_164707.jpg
[꾸미기]20250419_165028.jpg

#성금요일 #성주간 #부활절 #부부 #안티구아 #과테말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덧없는 예술로 영원한 삶을 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