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의 꿈

Ray & Monica's [en route]_345

by motif

"When we do return, we have a special plan in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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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산투르세(Santurce)는 머물수록 더 매력이 발견되는 지역이다. 산투르세의 호스텔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대도시의 슬럼가 같은 모습에 기대와 걱정의 상반된 감정이 일었다. 어느 순간 걱정조차도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매일 밤, 호스텔 옥상은 파티장이 된다. 그날분의 낮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다시 옥상에서 그날의 실수를 고백하거나 황홀을 나눈다. 이야기는 어디로 흐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 이야기를 받아서 이어가는 누군가의 의도되지 않은 고백형 대화이다. 자정이 넘어 모두가 자신의 베드로 돌아갔을 때 비로소 여행자의 하루는 끝이 난다.


다음날 아침, 2층 키친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아내가 방으로 왔다.


"호세(José)가 옥수수 크림을 주었어요. 당신 주라고..."


키친에는 다시 어젯밤 옥상에서 모였던 사람의 수만큼 모여 있었다. 호세가 난간에 기댄 채 오른손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인사했다.


"어제 너를 보았어. 에스캄브론(Escambron) 공원에서... 나는 보드를 타고 있었거든. 콘크림은 계피가 들어간 거야. 슈퍼에 들렀다가 하나 더 산거야!"


그는 산후안 사람이지만 20년째 일은 뉴욕에서 하고 휴식은 산후안에 와서 한다. 스케이트보드 마니아로 산후안의 해변도로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보드를 타는 것이 그의 제일 큰 휴식이자 즐거움이다.


아내가 아침으로 준비한 것은 당근과 양파를 볶아서 단지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것이다. 밥을 하기도 마땅치 않을 때 우리가 즐기는 주식이다.


"나 한입 먹어보아도 돼?"


프랑스 항공사의 승무원 젠(Jenn Scary)이 말했다. 그녀는 11월까지 장기 휴가로 그제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했다.


"난 호기심이 많거든. 무엇이든 직접 맛보고 경험하려고..."


"나와 같은 성격이구나. 그래서 은퇴하자마다 한국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시작한 거야. 그런데 넌 마치 마리아 같은 인상이구나. 승객들이 당신에게 얼마나 안심을 느낄까."


내가 덧붙인 마지막 말에 그녀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다시피 했다.


"그게 바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인가 봐. 얼마나 마음이 채워지는지 몰라."


다시 일어선 그녀가 여전히 감격스러운 표정을 거두지 못한 채 말했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버지니아비치에서 자란 뒤 신시내티로 이사가 살다가 3년 전부터 부모의 원적지인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살았던 도시의 상징들을 그녀의 팔에 문신으로 새기고 있다. 60년 뒤 그녀의 팔에는 몇 개의 상징이 새겨져 있을까.


이곳의 럼을 즐기기 위해 왔다는 제임스(James)와 수시로 낮술을 즐기는 잭슨(Jackson)은 아침에도 취기가 남았다.


"걱정이군. 17살같이 보이는데... 경찰이 오면 어떡하지?"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나이가 많다. 누군가가 ‘어른이 되지 말라’고 해서 안 컸어.”


"ㅎㅎ 괜한 걱정이었군."


트레이(Trey)는 설거지를 끝내고 맥주병을 들고 있다.


"이 메달라(Medalla)는 푸에르토리코의 고유한 맥주 브랜드야. 이 섬밖에 서는 찾기 힘들어. 뉴욕에도 있기는 한데 뉴욕 전체가 아니라 특정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지. 나는 퀸스(Queens)에 사는데 맨해튼 헬스키친(Hell’s Kitchen)에서 마실 수 있었지. 하지만 여기보다는 비싸."


#2


산투르세의 호스텔에는 3명의 젊은이가 일을 돕고 있다. 트레이는 그중의 한 명이다.


그녀는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평균 4일간 일을 하고 벙크베드 하나를 무료로 제공받고 있었다.


이브(Eve)도 3명 중 한 명이었다.


"당신도 여행하고 일하는 삶인 것 같군.”


"맞아. 직전에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생크로이(Saint Croix)에 있었지만 사실 난 항상 여행중이었어. 전 생애에 걸쳐..."


"어떻게 그것이 가능해?"


"군인 가정, 공군 가정에서 태어났거든. 아버지가 군 복무 때문에 여기저기 옮겨 다니셨어. 나도 함께.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그래서 지금은 저 혼자 여행 중이다."


"그럼 한 살 때부터 여행이 시작되었겠군?"


"2살에 태어난 노스캐롤라이나를 떠나서 독일로 갔고 그곳에서 2년 반을 살았다. 그리고 한국으로 가서 3년을 지내고 텍사스로 갔다. 2년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Dubai)로 가서 5년을 보내고 조지아로 돌아갔지. 5년 뒤 다시 버진아일랜드가서 5년을 살았다. 사실 2년, 3년, 5년을 한 지역에 사는 것은 오래 산 편이야. 아버지로부터 독립한 지금은 6개월 단위로 이동하고 있으니까. 이곳에 온 지는 5개월쯤 되었으니 이제 곧 떠날 때가 다가오는군.“


"지난 5개월 동안 이곳의 무엇이 좋았나?"


"날씨, 문화, 음식, 음악, 그리고 사람!"


"모든 것이군!"


"맞아. 어디나 천국일 수 있어. 행복을 찾아내면 돼."


"이미 세상을 어떻게 만나야 되는지 깨달았군. 몇 살이야?"


"곧 22살이 돼."


"더 이상 학교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군. 행복의 실체를 깨달았으니..."


"나는 의료 보조 관련 공부를 했지만 이제는 그 일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아. 좋아는 하지만 그게 내 열정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 현재는 내 열정의 대상을 찾을 때까지 여행을 하고 있다. 계속 찾고 있어. 그 후에 그 일을 직업으로 삼을 거야."


"한국에 살 때 어디였는지 기억나?"


"어디더라... 평택! 오산공군기지('Osan Air Base) 내의 초등학교에 다녔어."


"그럼 한국어와 한국문화에도 친밀하겠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해."


"어릴 적 3년이면 한국어도 배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인데..."


"그렇긴 하지만 영어로 수업을 했거든."


"그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군."


"매우 미국적이었지. 한국과 관련한 수업은 일주일에 한번, '한국문화'과목이었다. 몇 가지 한국 게임을 배우고, 영화도 보고, 몇 개 한국어 단어도 배웠지만 그것을 영어로 배웠지. 외국어로는 스페인어를 배웠지만 한국어 과목은 없었어."


"그때가 한국어를 배울 적기였는데..."


"안타깝게도 미국 학교들은 영어에만 너무 집중해. 그때 한국어를 더 많이 배웠어야 했는데... 너희는 한국 출신이야?"


"그럼."


"한국에 살고 있어, 아니면 다른 나라에?"


"현재는 한국 밖에서 3년째 살고 있어. 10년간 세계를 방랑하면서 다른 문화를 경험할 계획이다."


"와우~"


"7년 뒤에 한국에서 만나자. 우리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면 집을 개방해서 당신 같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료로 호스팅 해주고 싶다는 꿈. 우리의 순례 동안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거든. 그 은혜를 누군가에게 갚아야지."


"와~ 한국어도 배우고, 문화도 배우고, 그곳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


●'Pay it back'대신 'Pay it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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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하고 기도하고 독서하면서 인생의 좌표를 다시 확인할 토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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