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48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하루 미루어진 마야구에스(Mayagüez) 가는 날 아침, 날씨는 다시 화창해졌고 다행히 영어까지 잘하는 밝은 성격의 셔틀 운전사가 약속된 시간보다 단지 25분만 경과된 때에 호스텔 앞에 나타났다. 사전 통화로 그가 확실하게 우리의 위치를 인식하고 있는지, 오고 있는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어제처럼 다시 버스를 놓치는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염려는 없었다.
그의 깨끗한 밴 안에는 단지 1명만 타고 있었고 우리 외에도 7명을 더 태울 예약자가 있다고 했다. 나는 그의 양해하에 운전석 옆에 앉았다. 그의 이름은 라피(Rafy)였다. 차가 정체되지 않아도 3시간은 소요될 동안 라피와 대화할 요량이었다. 고속도로로 올라가기 전 페리 터미널(San Juan Cruise Port Terminal), 어제 우리와 픽업 지점에 착오가 있었던 구아이나보 월그린약국(Guaynabo Walgreens Pharmacy) 등에서 나머지 승객을 픽업했다.
이제 예정된 모든 픽업이 끝나고 고속도로에서 주행이 안정되었을 때 푸에르토리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의문에 대해 보편적인 주민의 생각에 대해 물었다. 나는 그를 통해 푸에르토리코의 이면을 경험하고 싶었다.
#2
-오른쪽으로 멋진 대서양 바다를 두고 이렇게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니 일로서 다니지만 지루하지가 않을 것 같다?
"현실은 보이는 것과는 다를 때가 많다. 산후안에서 마야구에스(Mayagüez)까지 160km쯤이니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도달할 거리이다. 그러나 3시간이 걸릴지 4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곳곳에 정체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미니카와는 전혀 다른 도로의 상태이다. 미국 본토의 도로와 다름없는 도로 인프라에 놀랐다. 그러지만 정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더 심각한 것은 자연재해이지 싶다. 허리케인과 지진에 관한 뉴스로 이곳을 기억한다.
"말도 마라. 2017년의 이르마(Irma)와 마리아(María) 허리케인의 피해는 여전히 복구 중이다. 당시 9월에 마리아가 섬을 덮쳤다. 섬의 2/3가 정전되었고 도로가 유실되었다. 2주 후 다시 마리아가 강타했다. 섬 전체가 정전되고 산사태와 홍수, 댐 붕괴 등으로 거의 모든 집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재난 선포를 하고 연방 지원 명령이 내렸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돈과 장비를 보내주고 미군이 동원되어 복구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런 지경이면 마실 물은 물론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웠겠군?
"물론 아무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임시 피난처에서 생활하면서 주유소에 줄을 서서 배급에 의존했다. 3시간 반씩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텍사스 댈러스에 살고 있었는데 당시 NBA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 소속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호세 후안 바레아(José Juan Barea) 선수가 동료들과 함께 전세 비행기로 구호물품을 보내주었다. 그 비행기가 돌아갈 때 아내를 그 비행기에 태워 아들에게 보냈다. 입을 줄이고 나만 남아서 복구작업을 계속했다. 그 후에도 오랫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어업이나 농사일이 불가능했고 주택 재건이나 복구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3
-푸에르토리코 연방(Commonwealth of Puerto Rico)은 미국의 자치령이다. 미국의 주도 아니고 주권국가도 아니다.
"그렇다. 그 애매한 점 때문에 여전히 정체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의 결과, 파리조약을 통해 미국의 영토가 됨. 1917년부터 미국 시민권 부여)이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수 없다. 연방 의회에도 표결권 없는 하원상주대표만을 보낸다."
-공용어는 스페인어와 영어이지만 통계를 보니 스페인어 사용자가 95%이고 영어 사용자는 5%에 불과하다. 푸에르토리컨으로서의 문화적 자부심이 두드러져 보인다."
"의견이 분분하다. 주(state)가 되어 온전한 미국의 시민권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온전한 우리로 남고자 하는 사람..."
-만약 완전한 독립이 성사될 수 있다면 얻고 잃은 게 무엇인가?
"주권국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년 받고 있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국방도 우리 힘으로 홀로서야 한다. 2017년의 자연재해 같은 재난의 복구도 우리의 재정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누리는 혜택도 소멸될 것이다.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당신의 입장은?
"현행 유지이다."
미국의 군정하에 있던 푸에르토리코는 1900년에 제정된 포에이커 법(Foraker Act)에 따라 민간 정부가 들어섰다. 1914년 푸에르토리코 하원이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미국 의회에 의해 거부되었다.
1967년 푸에르토리코의 지위에 관한 첫 번째 국민투표에서 39%가 미국의 주가 되는데 찬성했다. 1993년, 1998년, 2012년, 2017년, 2020년에 국민투표가 있었으며 점점 더 많은 비율로 미국 정식 주로 편입을 희망했다.
#4
-도미니카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많은 도미니카 사람들이 푸에르토리코로 와서 일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주할 수 없는 경우, '욜라(yola)'라는 작은 배를 이용해 푸에르토리코로 이주하기도 한다더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이곳까지는 비행기로 38분 거리에 있었지만, 그들은 배를 타고 밤바다를 항해해 불법적으로 여기로 온다."
-하룻밤의 위험한 항해로 모나 해협(Canal de la Mona)를 건너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하는 것이 성공하면 일단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는 도전의 첫 단계는 통과한 셈인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곳을 징검다리 삼아 미국으로 가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영주권을 얻는다면."
"트럼프 정부의 이민정책이 이곳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1월부터 불법체류자 단속을 시작했고 수백 명을 체포했다. 그중의 많은 사람들이 송환되었다고 들었다. 도미니카 사람들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아이티 사람들을 포함해서다. 하지만 도미니카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은 수이다."
"그들은 이곳 산업 전반에서 역할을 해온 사람들일 것 같다."
"맞다. 그들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건설 현장은 물론 가정과 식당, 호텔 등 전 영역에서 일했다. 내가 알기로는 수도권 운전자의 50~60%가 도미니카 남자들이었다."
"지금 상황은?"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었다. 체포된 사람들은 추방되었고 체포되지 않은 사람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이런 상황에 누가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겠나."
푸에르토리코는 그동안 합법적인 서류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체포될 두려움이 없는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따라 이곳에서도 올 1월부터 대규모 단속이 시작되었고 수백 명이 체포되었다. ICE의 통계에 따르면 그들 중 75%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라고 한다.
푸에르토리코에는 약 5만 5천 명의 도미니카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상은 훨씬 더 많은 수가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서류 미비자 2만여 명도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고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할 수도 있었다.
푸에르토리코는 총 78개의 자치구로 구성되었다. 주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은 이민자 단속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ICE에게 협조를 거부하거나 시에서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연방 요원의 체포는 계속되고 있다.
도미니카 커뮤니티인 산후안의 바리오 오브레로(Barrio Obrero)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500여 명이 체포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도미니카 이민자들이 가난한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는 도미니카로부터 욜라를 타고 80마일 밤바다를 건너 온 사람들이 처음 닿는 아구아디아(Aguadilla)와 미국 은퇴자들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고 있는 린콘(Rincón)를 지나 오후 1시 40분에 마야구에스에 도착했다. 정체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우리의 대화도 그만큼의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플로리다에서 온 쿠바 출신 중년 남성이 대화에 함께해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그는 아구아디아에 살고 있는 어머니 집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라피는 승객들을 각자 목적지 대문 앞 내려주었다.
긴 시간의 대화중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더 나은 삶은 어디에 있는가?"
●푸에르트리고 연방(Commonwealth of Puerto Rico) 주요 통계
-인구 | 330만명(US Census 2020)
-언어 | 스페인어 사용자 : 95%.
영어 사용자 : 5%
-종교 | 가톨릭 : 70%
개신교 : 25%
기타 : 5%
-인종 | 백인 : 17%
흑인 : 7%
기타 : 76%
-이주 | 미국 거주 푸에르토리코인 550만 명
-주민 | Puertorriqueños(푸에르토리코인, 스페인)
Puerto Ricans(영어)
Boricuas(타이노 원주민 이름에서 유래된 표현)
-국가번호 | 1-787, 1-939
-통화 | 미국 달러
-국내총생산 | 1,050억 달러
-1인당 GDP | 30, 516 달러
_by 푸에르토리코 Places ToGo 2025년도 에디션
*Puerto Rican Identity 특징:
-혼합 문화 : 타이노 원주민 + 스페인 + 아프리카 문화
-음악: 살사, 네게 톤, 봄바 등
-음식: 모퐁고(Mofongo), 아로스 콘 간둘레스(Arroz Con Gandules 쌀과 비둘기 완두콩 밥) , 페르닐(Pernil 로스트 포크 다리)
-이중 정체성: 미국 시민이면서도 라틴아메리카적 문화 자부심 강함
-디아스포라: 미국 본토, 특히 뉴욕, 플로리다, 시카고에 많은 커뮤니티 형성
#푸에르코리코 #도미니카공화국 #허리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