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그러나 어쩌면 그래야 하는...

Ray & Monica's [en route]_349

by motif

이상한 도시, 마야구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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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번다하고 쉼 없는 여정에서 고요한 며칠을 마야구에스(Mayagüez)에서 선물 받았다. 부산스러운 사람들은 모두 떠난듯한 도시, 누구도 서두르는 걸음새가 없는 도시를 바쁠 것이 없는 사람처럼 걷고 얘기하고 마셨다. 이 선물은 푸에르토리코가 가진, 또한 이 도시가 가진 제도와 습성으로 비롯된 것이었다.


미국의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는 좌우로 긴 제주도를 닮은, 면적은 5배 정도 큰 섬이다. 인구 약 330만 명, 인구밀도 365명/㎢으로 인구밀도는 제주와 같다(한국 인구밀도 529명/㎢, 제주도 366명/㎢, 세계 평균 59.56명/㎢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 섬 전체에 많은 사람이 거주함에도 도시들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없다.


산후안에서 섬의 서단인 마야구에스까지 사설 회사, 리니아 술타나(Línea Sultana)


가 운행하는 밴이 섬의 북부 해안 도시를 연결할 뿐 남부지역을 버스로 접근할 방법은 없다.


마야구에스 시내버스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행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지역의 경제와 사회적 기능을 지원하는 중요한 인프라의 요소로 생각했던 상식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상식이 아니었다.


우리 이동의 대안으로 생각했던 렌터카 회사도 휴무이고 개인택시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든 박물관도 휴무이기는 마찬가지. 덕분에 우리는 걸어서 방문 가능한 텅 빈 거리를 독점하다시피 걸었다.


#2


처음에는 상식에 어긋난 도시에 잠시 분통이 치밀다가 내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다는 것에 생각이 이르자 격분에 미안해졌다.


이 도시는 그동안 휴일을 휴무로 여기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에 대한 애도 같았다.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에서 만난 미국 청년 마이크(Mike)는 다국적 기업의 직원으로, 회사 발령에 따라온 산토도밍고의 삶에 반했다. 그는 지금 그곳에서 영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왜 그곳을 그토록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은 말은 내가 그곳에서 들은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남았다.


"이 나라에는 야근이 없어요!"


나는 일하지 않는 모습의 아버지를 기억할 수 없다. 새벽부터 완전히 어둠이 내릴 때까지 들에 있었고 밤에는 자정까지 가마니를 짰다. 아버지는 일만이 미덕인 특별한 시대를 관통해왔다.


나도 일이 아닌 시간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다. 은퇴자의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투쟁적으로 하루를 보낸다. 극단까지 가서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온몸을 혹사해야 그날을 충분히 살았다고 여기는 것은 내 유전자 속에 아버지의 노동에 죄스럽지 않는 기준이 만들어진 탓이지 싶다.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은 휴식이 되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시내버스조차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운영하지 않는 것이 공통된 감각인 도시와의 조우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휴일'과 '휴식'에 대한 개념을 전복하는 일이었다. 곤란한, 그러나 어쩌면 그래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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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Mayagüez #푸에르토리코 #은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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