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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뿌리 내리기

Ray & Monica's [en route]_350

by motif

건조림과 습윤림의 성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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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마야구에스(Mayagüez) 사람들은 “휴식 없는 노동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다"라고 믿는다. 휴일은 그들에게 뿌리를 더 깊이 내리는 날이다. 일요일 아침, 나도 마야구에스 사람처럼 계획을 지우고 목적 없이 숙소를 나섰다.


지난 세기 동안 이 도시의 문화적 중심지로서 권위와 아름다움을 함축한 '서부의 여왕(La Sultana del Oeste)'으로 불리던 도시의 중심, 콜럼버스 광장(laza de Cristobal Colon)은 100년이 훨씬 넘는 시간 동안 그곳에 있었다는 오달리스크(Odalisque) 가로등만이 휴일 아침의 텅 빈 고요를 채우고 있다.


광장의 서쪽 모서리, 키오스크 카페에는 사람들이 오간다. 나도 커피 한 잔과 함께 광장의 공동 주인이 되었다.


키오스크 둘레에는 책과 신문들이 놓여있다. 한 어르신이 책 한 권을 가져와 놓고 다른 책 한 권을 골랐다. Friend's Café가 마음을 낸, 누구나 읽은 책을 가져다 놓고 다른 책을 가져갈 수 있는 무료 책 나눔(intercabio de libros) 공간이다.


커피를 사러 온 한 여성에게 이 도시의 삶에 대해들었다.


"전 연구소가 가까운 이곳에서 홀로 생활합니다. 보다시피 이 도시는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소음이 없습니다. 휴일에는 늦잠을 즐기고 이렇게 커피 한 잔을 사서 독서를 하다가 밀린 빨래를 하죠. 반려견이 있어서 휴일에도 적당히 게으름을 피울 수만은 없습니다. 하루는 부모님을 방문해 가족들과 보내야 하고요."


이 생태전문가인 직장인 연구소가 숲속에 있어서 휴일이 아닌 날은 도시에서 숲으로 출근한다.


"푸에르토리코에는 대조적인 두 숲의 특성인 건조림(Dry Forest)과 습윤림(humid forest, 열대우림 tropical rainforest)이 있어요. 서남부에 있는 '구아니카 건조림(Guánica Dry Forest)'과 동부의 '엘윤케(El Yunque National Forest)'입니다. 낙엽수와 상록수의 식생이 다르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상냥하고 정이 넘치는 연구원은 자신의 커피가 식는 것에 아랑곳 않고 여행자가 궁금해할 것들에 대해 이 도시의 문화와 문화적 장소들을 소상하게 챙겨주었다.


박물관 Museo y Casa Pilar Defilló, Museo Casa Grande, 공연장 Teatro Yagüez, 푸에르토리코에 강제로 이주된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발전된 이 지역 고유한 음악과 춤인 Bomba, 그것을 정기적으로 공연(Noches de Bomba) 하는 타파스 바(Tapas Bar) B100 Sur, 걸어서 갈 수 있는 해변 공원 Paseo del Litoral Israel "Shorty" Castro...


아름다운 알칼디아(Alcaldía)앞 광장의 키오스크 카페에서 사람들은 커피 한 잔과 함께 홀로 신문을 읽거나 대화로 무심한 듯 다정하게 영혼의 뿌리를 내리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이는 어려운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자신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 건조림의 특성으로, 어떤 이는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는 풍요로운 습윤림의 특성으로 살아온 각자의 성정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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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ba #일요일 #마야구에스 #푸에르토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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