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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다!"

Ray & Monica's [en route]_353

by motif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마음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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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특정 지역과 문명에서 무슨 식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서 어떻게 먹는가,는 그곳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중미를 여행하면서 전통 음식을 먹을 때는 아즈텍과 마야의 문명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마야와 아즈텍 신화에서 인간 창조의 근원으로 여기는 옥수수,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간주되는 칠리 고추, 생명력과 풍요를 상징하는 콩,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던 카카오 등은 단순히 식재료의 역할을 넘어선다. 타말레 (Tamale), 뽀솔레 (Pozole)를 먹거나 초콜릿 음료를 마실 때는 종교적 의미나 의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상식하던 옥수수, 감자, 토마토, 고추를 보면서, 이곳에서 빵을 먹고 커피나 럼을 마실 때면 콜럼버스의 교환(Columbian Exchange)을 실감한다.


#2


여행자에게 현지에서 로컬 음식을 먹는 것은 중요한 문화체험이자 공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타임 여행자인 우리는 항상 매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물가가 높은 지역에서는 식대가 부담되기도 하고 때때로 고향의 맛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서기도 하다.


조리가 가능한 곳에서는 아내가 주로 식사를 준비한다. 미식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는 끼니를 생명활동을 계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 공급 정도로 여긴다. 하루에 두 끼 정도, 간편하게, 가 우리의 암묵적 원칙이다.


경험이 쌓이자 아내는 현지의 식재료를 응용하는 능력도, 익히지 않고 원재료 그대로 활용하는 방법도 많이 늘었다.


식기가 없는 경우나 식탁이 없는 경우도 문제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빵 봉지를 펴면 식탁이 되고 빈 생수병이나 일회용 커피 잔을 버리지 않고 가져오면 식기가 된다. 이렇게 진설된 광경을 보고 아내가 혼잣말을 했다.


"없는 게 없군!"


나도 아내의 이 말이 참 좋았다. "없는 게 없다"라는 것은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마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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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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