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 & Monica's [en route]_354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1
인구 20만 명이 넘었던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에 식량을 공급했던 수상 농경지, 치남파스(Chinampas)가 있는 소치밀코(Xochimilco)를 방문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아즈텍 제국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의 현재 위치인 소칼로 광장(Plaza de la Constitución)의 지하철 2호선 '소칼로/테노치티틀란 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의 종착역에서 다시 버스로 환승하고 40여 분을 간뒤 종점에서 내리자 소치밀코의 꽃시장(Mercado De Flores Madre Selva)이었다.
소치밀코라는 도시 이름 자체가 나우아틀어로 '꽃의 땅'이라는 의미인 만큼 꽃시장이 바로 나의 도착을 반겨주니 더 경쾌해져다.
이 꽃시장은 소치밀코의 전통적인 치남파스 농법으로 재배된 다양한 식물과 꽃들이 갓 수확되어 판매되는 곳으로, 정원을 조성하거나 실내에 식물을 들일 때 필요한 온갖 종류의 꽃과 원예용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2
시장으로 발을 들여놓자 진열을 막 끝낸듯한 한 중년 남자가 가게의 스툴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었다.
초록색 식물과 기타 선율이 시장이라는 삶의 현장이 주는 치열함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도로에 멈추어선 유일한 청중이 되었다. 이른 시간에 기상해서 30여 km를 서둘러 온 품에 대한 보상이 이미 다 이루어진듯했다.
연주가 끝나고 그에 다가가 내 마음이 얼마나 이완되었는지를 말했다. 그제야 그의 시력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라는 것을 알았다.
트럭에서 분재를 안고 오던 여성이 말했다.
"제 친구, 아르만도(Armando)에요. 때때로 제게 와서 기타를 연주해 주기도 하지만 제 일을 돕기도 해요."
밀리암(Miriam) 화원 주인의 넉넉한 포용의 마음씨도, 미소도 꽃으로 보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두 아이와 함께 간식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였다. 쌀과 우유를 섞어만든 아토레(Atole) 한 잔을 사다가 건넸다.
"이것은 당신의 아름다운 연주에 대한, 그리고 장애를 핑계 삼지 않는 삶의 태도에 대한 저의 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