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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울었다

Ray & Monica's [en route]_374

by motif

"고맙다.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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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_이안수ᐧ강민지


상준이가 안부를 물었다.


방랑자가 세계의 길 위에서 한국 친구의 안부를 묻는 소식을 듣는 것은 나를 슬프게 한다. 부러 억눌러두었던 그리움의 정서 탓이지 싶다. 엄마를 기다리며 참았던 울음을, 마침내 일을 끝내고 돌아오신 엄마를 보고 기쁨의 함성 대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처럼...


그러나 이 슬픔으로 위로받는다.


선엽이와 창환이도 인생에서 최고로 귀한 것들을 하나씩 꼽아주었다.


"건강이 최고이니 항상 유의하시게!"

"우리 나이, 큰돈도 필요 없고 밥 세끼 잘 먹으면 그게 행복일세!"


최 선생과 아내가 아침 운동을 나간 밴쿠버의 텅 빈 집에서 나는 홀로 친구들과의 옛 추억을 더듬으며 꺼이꺼이 울음을 운다.


"고맙다. 친구들아!"


●“더 현명해진 노인으로 만나세!”

https://blog.naver.com/motif_1/223089384842

●내 친구, 한상준

https://blog.naver.com/motif_1/30014512040

●낚시로 가섭의 미소를 낚다

https://blog.naver.com/motif_1/220209590403

●아들과 딸 그리고 애인

https://blog.naver.com/motif_1/30133803678



그날 이후 세월이 또 지났네.

_


모두 몸과 마음, 건강하게 잘들 지내시는가?

AI에게 만화 캐릭터로 변환 부탁해 받은 그때 그 사진이라네.

캐나다 여행 중인 안수 부부는 sns로 자주 소식 접하고 있어.

삶이 축제고 지금이 화양연화야!

이렇게 외치고 있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있음에 고맙네.

창환 산신령님과 선엽 작곡가님도 가끔 소식 주게나!

_by 상준



실상은 측은한 방랑자라네.

_

상준이,

도시의 남쪽, 신선시장에서 자네의 메시지와 그림을 받고 바로 바깥 의자로 가서 허기를 채우듯 씹어가며 들여다보았다네.

자네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항상 먹먹해져.

요 며칠간 좀 바빴다네.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밴쿠버는 모든 문화행사와 축제가 몰려있는 여름의 한가운데라 내가 마치 축제의 기획자라도 되는 양, 덩달아 바삐 지나고 있다네.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면 기진해서 바로 잠들어 버리는 지경이지.

이곳의 여름은 특히 늦게 해가 진다네.

해가 떨어지면 이미 밤 10시 언저리라 실상은 하루의 낮 시간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짧아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야.

어제는 이곳의 가장 편리한 우리의 발이 되고 있는 대중교통수단인 스카이트레인을 타자마자 한 어르신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아내에게 좌석을 양보해 주시는 거야.

손사래를 쳐도 한사코 물러서지 않아 할 수 없이 아내는 앉았고 나는 그 어르신과 전철 손잡이를 잡고 불과 몇 정거장을 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게, 때때로 진지하게 수다를 떨었다네.

어르신은 71살이셨고 8년 전에 아내를 암으로 여의고 홀로 사시는 은퇴자였지.

아내가 떠난 긴 은퇴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고 여쭈었더니 스스로를 무조건 바쁘게 하신다는군.

책 읽고 삶의 사색에 관한 글도 써서 가족들과 나누고, 또한 이즘은 세상이 하도 빨리 변해서 새롭게 배울 것도 많고 또 산책까지 해야 해서 늘 바쁘시다는군.

미안한 것은 그만 두 남자가 얼마나 대화에 열중했는지 그 어른이 내릴 곳을 한 정거장 지나치고 말았어.

오랜 은퇴 시간을 잘 사는 법이 '스스로를 바쁘게 만드는 것'이라니...

그런 면에서 나도 공감을 했지.

자신을 견딜 만하게 바쁘게 만들면 노화도 느려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도시가 바뀔 때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해서 늘 분망하다네.

어린아이가 처음 홀로 세상 나들이를 한 것 같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지.

매일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팔자 좋은 은퇴자가 아니라 측은한 집 없는 방랑자에 불과해.

하지만 우리가 자처한 것이라는 점에서 능동적인 삶이니 자네가 말한 화양연화로 달게 받아들일 뿐이야.

북한산 아래에서 헤어지던 3년 전을 생각하면 참 아득하네.

이렇게 빠르게 흘러버린 시간도 그렇고 서울에서부터 멀어진 이곳까지의 지도를 짚어보아도 또한 아득하네.

자네가 우리 헤어지던 날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내주니 그 시간에 잠시 넋을 놓았네.

우리의 대화도, 부디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멀어지던 뒷모습도, 그리고 뒤이어 몰아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회한의 감정도 자네의 안부글을 받고 보니 또다시 선명하게 살아나네.

"부디, 건강하게 다시 만나세!"

그때의 약속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니 그 약속 꼭 지켜야 해.

이제는 10년이 아니라 7년쯤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 약속은 그때보다 좀 더 확실해진 것이 맞지?

창환이, 선엽이에게도 자네가 다짐을 '꼭' 다시 받아두도록 하게.

*이곳에서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곤 우리가 요 며칠 다닌 밴쿠버의 길거리 사진뿐이네. 어제 나들이에서 단풍이 든 나무를 보고 다시 화들짝 놀랐다네. 한여름인 줄로만 안 내게 이미 가을과 겨울이 다가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2025년 8월 4일

먼,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자네들과 가장 가까운 밴쿠버에서

안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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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은퇴 #밴쿠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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